지난달 14일부터 서울 소마미술관은 86~88년 화랑가로 전시장을 뒤바꾼 타임머신 전을 펼치고 있다.
80년대 미술판 복원 ‘타임머신전’
근대건축물 훑는 사진전 등서
작품 창작 기록물 보존·재활용
최근엔 젊은 작가전서도 활용
전시 전략 일부로만 쓰이고
자료 해석은 빈약 비판 많아
근대건축물 훑는 사진전 등서
작품 창작 기록물 보존·재활용
최근엔 젊은 작가전서도 활용
전시 전략 일부로만 쓰이고
자료 해석은 빈약 비판 많아
■ 쏟아지는 아카이브 전시들
지난달 14일부터 서울 소마미술관은 86~88년 화랑가로 전시장을 뒤바꾼 타임머신 전을 펼치고 있다. 80년대 참여미술 요람이던 ‘그림마당 민’과 실험적 미술들을 선보였던 토탈미술관, 한국화 전문화랑 동산방, 신진소장 작가들의 아지트였던 관훈미술관, 청년작가들의 전위작들을 내보였던 서울미술관, 88올림픽 당시 국제조각심포지움의 전시들과 백남준의 대작 다다익선 설치과정 등을 재현했다. 도려낸 가슴을 드러낸 사진가 박영숙씨와 작가 윤석남씨의 ‘자화상’을 필두로 문범, 이기봉, 이상현씨 등 당시 소장작가들의 낯선 문제작들이 새롭게 와닿는다. 기획자인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오늘날 한국 미술의 당대성의 기원이 80년대였기에 유파보다 당시 전시를 정확히 복원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했다.
아카이브 바람은 대형전시들이 주도하는 느낌이다. 9~11월 서울시립미술관의 ‘미디어시티 2014’는 ‘귀신, 간첩, 할머니’ 주제 아래 동아시아 냉전사의 역사적 단면들을 사료이미지들로 뒷받침한 아시아권 작가들의 출품작들로 조명했다. 사진사가 이경민씨가 기획한 서울시의 서울사진축제는 서울의 주요 근대 건축물들의 역사를 다룬 사진사료들을 재구성해 서울의 시공간 변천사를 부각시켰다. 소장작가 10명의 창작 배경 등을 아카이브 형식으로 조명한 스페이스 오뉴월의 ‘응답하라 작가들’ 전(11일까지)과 서울 금천의 역사 인문환경을 사전조사한 국내외 작가들이 작품으로 풀어낸 금천예술공장의 ‘결을 거슬러 도시를 솔질하기’(10일까지)전, 역사적 사료들을 다양한 매체로 변주하며 작가적 관점을 풀어낸 나현씨의 ‘프로젝트’ 전(31일까지 LIG아트스페이스) 등도 이런 유형 전시로 꼽힌다. 아카이브성 전시들은 수집 사료들을 심층적으로 해석해 구조적 의미를 드러낸 맵핑(지도만들기) 성격의 ‘전문 아카이브’ 전과 자료들을 전시 전략의 일부로 활용하는 유사 아카이브 전시로 나뉘는데, 대개 후자 유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미술웹진 기획자 최금수씨는 “작가 처지에선 시장 미술의 시대에 팔리는 특정작품만 부각되는 현실 탓이 크다. 자기 작업의 동기와 작품 변화과정 등을 아카이브로 연출해 제대로 알리려는 욕망이 발현된 것”이라고 짚었다.
■ 기반 부실…껍데기만 아카이브?
아카이브란 말은 요란한데, 자료들을 뒷받침하는 해석은 빈약하다는 쓴소리들이 적지않다. 왜 자료들을 갖고 들어왔고,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등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9~11월 열린 부산비엔날레 특별전 ‘비엔날레 아카이브’전이 일례다. 60년대 시작된 국내 작가들의 해외비엔날레 진출사를 살펴본다는 취지였지만, 출품작 실물들이 거의 없고, 사진 패널 중심의 간접 자료 나열로 채워 ‘본령과 동떨어졌다’는 비판들이 잇따랐다. 젊은 작가들이 단편적인 작가 메모와 드로잉들을 아카이브로 포장하는 관행도 입도마에 올랐다.
미술자료수집가 김달진씨는 아카이브 개념이 전시에 남발돼 오해가 커졌다고 했다. “동시대 미술사를 밝히기 위해 보존 활용되어야할 사료들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성과물을 공유하고 기획자, 작가와 협력해 다각도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한데, 역사화되지 않은 작가 개인의 드로잉, 메모 같은 창작 생성물까지 아카이브로 간주해 혼란을 부추키고 있다”는 것이다. 미술계가 수집과 연구 전담자인 아키비스트 양성에 별 관심이 없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전문가들 단체인 한국아트아카이브협회는 지난달 모임을 열어, 한해 아카이브성 전시들에 대한 공개평가를 신설해 개념적 혼란을 막아야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제공 소마미술관
9~11월 서울시립미술관의 ‘미디어시티 2014’는 ‘귀신, 간첩, 할머니’ 주제 아래 동아시아 냉전사의 역사적 단면들을 사료이미지들로 뒷받침한 아시아권 작가들의 출품작들로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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