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극센터는 ‘10분 희곡 릴레이’를 통해 짧지만 강렬한 여운을 남기는 8편을 무대에 올린다. 김보현 작, 오세혁 연출의 10분 연극 <로빈 윌리엄스>의 출연자들이 공연을 앞두고 연습하고 있다. 극단 걸판 제공
‘서론 생략, 결론은 관객이 상상’
짧지만 긴 여운 남기는 촌철살인
9~10일 서울연극센터 1층에서
10분짜리 희곡 8편 릴레이 공연
짧지만 긴 여운 남기는 촌철살인
9~10일 서울연극센터 1층에서
10분짜리 희곡 8편 릴레이 공연
10분 동안 할 수 있는 게 뭘까? 운동, 독서, 아니면 멍 때리기? 하지만 10분을 십분 활용한 본보기도 있다. ‘10분 희곡 릴레이’를 통해 소개된 대본이 곧 연극 무대에 오른다. 왜 10분일까? 미국 극작가 마크 하비 레빈이 올린 10분 연극은 짧지만 강렬한 여운을 남겼다. 이를 한국에도 도입해 서울연극센터 웹진에 10분 희곡 발표 공간을 마련했다. 뜻밖에 반응이 뜨거웠다. 내친김에 무대에도 올리게 됐다. 잘 만하면 극작가, 연출가, 관객 모두에게 윈윈 모델이 될 ‘촉’이 보인다.
■ 거두절미, 서론 없이 곧장 본론 직행
“콜럼버스 감독님, 저야 잘 지내고 있죠. <미세스 다웃파이어2>요? 저는 이제 코미디 영화는 하지 않아서요.” 로빈 윌리엄스는 코미디 영화 캐스팅을 거절하지만 나중에 마음이 바뀐다. “콜럼버스 감독님? 아직도 <미세스 다웃파이어> 속편 제작 계획중이신가요? 요즘은 다시 코미디를 하고 싶네요.”
김보현 작 10분 연극 <로빈 윌리엄스> 중 일부다. 로빈 윌리엄스는 정극 배우로 이름을 떨치고 싶지만, 현실은 그에게 희극배우만을 강요했다. 이 결정론에 그는 굴복했다. 하지만 그는 결정론에 맞서는 자기결정권도 행사했다. 스스로 생명을 끊은 것이다. 그는 “웃기지 않아도 되고 웃지 않아도 되는, 웃음이 없는 세상으로”라는 마지막 대사와 함께 지상에서 영원으로 사라진다.
10분 연극은 거두절미, 서론을 생략하고 본론으로 직행한다. 그리고 결론 직전 막을 내린다. 나머지는 관객의 상상에 맡긴다. 김보현은 10분 연극의 특징을 수면위를 스칠 듯 날아가는 제트스키의 날렵함에서 찾는다. “요즘은 다이빙의 시대가 아니라 제트 스키의 시대라고 하잖아요. 깊숙이 들어가서 보는 게 아니라 제트스키처럼 통통 지나가며 보는 이미지. 희곡도 무겁게만 접근할 게 아니라 가볍게 해보자는 것이죠.”
■ 촘촘히 엮이는 작가-연출-관객의 그물망
10분 연극의 파급효과는 ‘10년 재산’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이 기획을 처음 제안한 오세혁 연출은 10분 연극의 발전 가능성을 믿는다. “일상의 찰나에서 발견한 것을 재빨리 콕 찌르고 도망치는 느낌이죠. 극장이 아닌 카페에서 상당히 유리한 연극장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고기들>을 쓴 최보윤은 “희곡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겁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10분 연극의 가장 큰 장점은 촘촘한 인적네트워크의 구축 가능성이다. 서명구 서울연극센터 매니저는 “몇 개 되지 않는 신춘문예나 공모로 등단하는 경우를 빼면 작가가 작품을 대중한테 알릴 통로가 없어요. 그런데 연극센터 웹진을 통해 독자들과 만나고, 그 중 몇 작품은 연출가와 만나 살롱연극처럼 카페에서 올라가는 거지요”라고 했다. 작가-연출가-관객의 만남과 그로부터 엮이는 그물망에 주목하는 것이다.
‘10분 희곡 릴레이’무대가 오는 9, 10일 대학로 서울연극센터 1층에서 마련된다. 이번에 올리는 작품은 김조호 연출의 <대화의 방법>(김다은 작)과 <안개>(황혜정 작), 마두영 연출의 <거기 다 나와 있나요?>(김향희 작)와 <물고기들>(최보윤 작)이다. 오세혁 연출의 <로빈 윌리엄스>(김보현 작)와 <정리>(원아영 작), 정진세 연출의 (윤현지 작)과 <힘줄>(조영주 작)도 오른다. 누리집(e-stc.or.kr)에서 선착순으로 무료관람 신청을 받는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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