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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눈 호강’ 할래 ‘귀 호강’ 할래

등록 2014-12-10 19:36수정 2014-12-11 13:07

연말 달굴 뮤지컬 기대작 2편
공연계 최대 성수기 연말. 하반기 기대작 뮤지컬 두 편이 비슷한 시기 개막해 관객의 마음을 두드린다. 씨제이이엔엠이 공동투자해 만든 <킹키부츠>와 동명의 아일랜드 영화를 원작으로 한 <원스>. 두 작품 모두 미국 브로드웨이 ‘토니상’을 휩쓴 최신작으로 , 한국 초연이다. 어떤 작품을 고를까? 정답은 “당신의 취향대로.” 그러나 두 작품 모두 후회는 없겠다.

‘킹키부츠’
전형적 쇼뮤지컬 속 강한 드라마
성소수자 소재 적절하게 버무려
컨베이어벨트 군무 등 ‘볼거리’

■‘보는 즐거움’ <킹키부츠> <킹키부츠>는 전형적인 브로드웨이 ‘쇼뮤지컬’이지만 볼거리 못지않게 ‘드라마’가 강한 작품이다. 올 한 해 <헤드윅><프리실라><라카지> 등 성소수자를 주인공으로 한 비슷비슷한 작품이 쏟아졌기에 <킹키부츠>는 기대보다 우려를 자아냈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2시간30분 동안 단 한 순간도 지루할 틈 없이 관객들을 휘어잡으며, 브로드웨이 전석 매진 이유를 확실히 보여준다.

딱히 꿈이 없는 주인공 ‘찰리’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폐업위기에 처한 구두공장을 물려받는다. ‘3대째 공장을 지켜온 직원들을 정리해고 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타개책을 찾을 것인가’. 찰리는 고민한다. 그러다 우연히 드래그퀸 ‘롤라’를 만난 찰리는 ‘60㎏ 넘는 남자도 신을 수 있는 튼튼하고 아름다운 부츠’로 틈새시장을 공략할 아이디어를 얻는다. <킹키부츠>는 이 과정에서 아버지와 다른 삶을 살길 원하는 두 아들(찰리와 롤라)의 투쟁, 새 삶을 개척하는 젊은이들의 열정, 편견에 맞서 싸우는 성 소수자의 삶,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함으로써 싹트는 진정한 사랑과 우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뻔한 청년 창업 성공스토리에 누구나 인생을 살며 맞딱뜨릴 수 있는 다양한 경험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버무려낸 것.

뮤지컬 ‘원스’의 한 장면.
뮤지컬 ‘원스’의 한 장면.
<킹키부츠>는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무대장치를 딱 필요한 방식으로 운용하는 영리함을 보여준다. 구두공장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다함께 군무를 추는 장면은 이 작품의 백미다. 하이라이트인 패션쇼 장면에서도 효과적인 조명과 각양각색의 부츠를 활용한 무대 연출로 화려함보다 신선함으로 승부한다. 1980년대 팝의 여왕 신디 로퍼가 만든 넘버는 놀랄 만큼 다채롭다. 디스코풍 ‘섹스 이즈 인더 힐’은 어깨를 들썩이게 하고, ‘삶이 지칠 때 곁에서 힘이 돼 줄게’라고 노래하는 ‘레이즈 유 업’은 코 끝을 찡하게 만든다.

톱스타의 티켓파워에 기대는 대신 실력파 배우를 앞세운 전략도 성공적이다. 10㎝ 넘는 하이힐을 신고 자유자재로 춤추며 노래하는 ‘오만석’(롤라), 군 복무 후에도 녹슬지 않은 연기력을 자랑하는 ‘김무열’(찰리)은 합격점을 받을만하다. 충무아트홀. 내년 2월2일까지.

‘원스’
작은 바 배경으로 거리예술가 다뤄
음악 살리려 기존요소 다 덜어내
12명 배우 14종 악기 라이브 연주

■‘듣는 즐거움’ <원스> <원스>는 뮤지컬의 주인공이 ‘음악’임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음악을 살리기 위해 <원스>는 기존 뮤지컬 형식을 파괴함으로써 낯선 감동을 선사한다. 이 작품은 일종의 ‘음악에 관한 연극’인 셈이다.

스토리는 원작 영화를 따른다. 아일랜드 더블린. 거리의 예술가 ‘가이’와 그의 노래를 한 눈에 알아보는 체코 이민자 ‘걸’은 우연히 만난다. 자신의 음악을 응원해주는 ‘걸’ 덕분에 ‘가이’는 용기를 얻고, 런던 오디션을 위해 앨범을 녹음하기로 한다. 두 사람은 한 곡 한 곡 녹음할 때마다 음악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호감을 느끼게 된다.

뮤지컬 <원스>엔 세 가지가 없다.

첫째, 오케스트라·밴드와 지휘자가 없다. 가이와 걸을 비롯한 12명의 배우들은 연기하고 노래하며 동시에 만돌린, 아코디언, 기타, 바이올린, 피아노, 우크렐라, 첼로 등 14종의 악기를 라이브로 연주한다. 다양한 악기 만큼 풍성한 음악은 <원스>의 가장 큰 매력. ‘폴링 슬로울리’, ‘이프 유 원트 미’등 원작 속 어쿠스틱한 명곡이 귀에 감긴다. 웅장한 오케스트라나 전자음에 가리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목소리는 아련한 울림을 준다. 지휘자 없이 착착 맞아떨어지는 호흡은 연습량을 짐작케 한다.

둘째, 회전무대·엘이디 조명 등을 내세운 화려한 무대장치가 없다. 오직 작은 바를 배경으로 피아노, 의자, 탁자를 옮기는 것이 무대 전환의 전부다. 이 또한 배우들이 직접 맡는다. 벽에는 수십개의 크고 작은 거울이 촘촘히 걸려있다. 배우의 뒷모습, 옆모습, 연주하는 손이 거울을 통해 보인다. 공연 중간중간 무대 대신 거울에 비친 모습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

거울 속 조각조각이 모여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는 느낌이랄까.

셋째, 공연의 시작과 끝, 무대의 경계가 없다. 공연 시작 20분 전, 무대 위에선 왁자지껄한 연주가 한창이다. 자유롭게 감상하며 본관람을 준비하면 된다. 무대 위에 올라가 음악을 듣거나 바에서 음료를 한 잔 청해도 좋다.

필수요소마저 덜어낸 극도의 ‘미니멀리즘’이다. 그러나 그 단순함은 <원스>를 올해 가장 빛나는, 작지만 강한 작품으로 만든다. ‘세 가지 부재’를 절제미로 승화시키는 것은 바로 배우의 힘이다. 전미도는 특히 발군이다. 체코 이민자 ‘걸’의 어눌한 말투를 표현하기 위해 마치 한국어를 외국어처럼 구사하는 그의 깜찍한 연기는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게 만든다.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내년 3월29일까지.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사진 각 회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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