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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아이리시 리듬 위로 춤추는 판소리

등록 2014-12-11 19:30

오는 15일 <소리달 완창프로젝트1-나비의 꿈>을 올리는 소리꾼 이봉근과 아이리시 밴드 ‘두번째 달’이 지난 10월 ‘정동극장 돌담길 프로젝트’에서 공연하고 있다. 정동극장 제공
오는 15일 <소리달 완창프로젝트1-나비의 꿈>을 올리는 소리꾼 이봉근과 아이리시 밴드 ‘두번째 달’이 지난 10월 ‘정동극장 돌담길 프로젝트’에서 공연하고 있다. 정동극장 제공
소리꾼 이봉근과 밴드 ‘두번째 달’
‘춘향가 모티브’ 15개 창작곡 빚어
아일랜드 민속악기 선율 맞춰 완창
창작기금 받고 수익금은 장학금으로
‘1고수 2명창’이라 했다. 좋은 고수를 만나야 판소리 명창이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고수 대신 밴드를 앉힌다면 어떤 모습일까? 젊은 음악인들의 왕성한 실험정신이 그런 시도를 한다. 소리꾼 이봉근(32)과 아이리시 밴드 ‘두번째 달’이 15일 서울 정동극장 무대에 올리는 <소리달 완창프로젝트1-나비의 꿈>이 그것이다. 아일랜드 민속 악기 선율 위에 이봉근의 판소리가 때론 이야기처럼 때론 노래처럼 펼쳐진다.

춘향가를 모티브로 한 ‘나비의 꿈’에서 이몽룡은 나비요, 춘향은 꽃이다. 이봉근과 두번째 달은 연인의 만남, 이별, 그리움, 재회를 모두 15개의 창작곡으로 맵짜게 빚어냈다. 명창 성창순, 김일구, 안숙선을 사사한 이봉근은 이번 무대를 처음과 중간, 끝이 있는 드라마구조로 짰다. 그것도 몇 대목만 뽑은 게 아니라 완창으로 엮었다. 그 가운데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그가 고수의 역할을 ‘밴드’로 규정한 점이다. 관객 눈높이에 맞춘 판소리를 고민하던 끝에 나온 나름의 결론이다.

이봉근은 고수 역할에 걸맞은 밴드를 애타게 수소문했다. 간절한 마음에 우연이 찾아왔다. 두번째 달을 뜻밖에 조우한 것이다. 처음으로 합주를 해보자마자 음이 맞았고, 눈이 맞았다. 사실 두번째 달도 국악밴드 ‘고래야’와 합주를 한 뒤, 판소리 보컬과의 협업을 물색하던 때였다. 이들은 바로 공동작업에 들어갔다. 이제 우연은 필연이 됐다.

아이리시 휘슬, 만돌린 등 아일랜드 민속악기를 연주하는 두번째 달은 판소리에 맞춰 리듬과 멜로디를 만들었다. 합주는 추임새가 되도록 했다. 사실 우리 음악과 아일랜드 음악은 정서가 꽤 닮았다. 판소리의 풍자와 해학은 아일랜드의 경쾌한 리듬과 조화를 이룬다.

자칫 단순해지기 쉬운 무대도 변화를 꾀했다. 한국적 정서를 새로운 감각으로 담아내는 대학로 대표 연출가 박근형이 극적 완성도를 높였다. 여기에 천연염색가 김연화가 무대에 전통의 색채를 입혀 음악과 조화를 이뤘다.

이번 공연은 정동극장의 기획콘서트 ‘전통ing’ 가운데 하나다. 이봉근과 두번째 달의 공연에 이어 22일에는 창작국악 앙상블 ‘동화’가 <음악에 극을 입히다-어린왕자의 지구보고서>를 무대에 올린다.

두 공연이 가지는 특별한 의미는 ‘창작기금의 릴레이’라는 점이다. ‘나비의 꿈’과 ‘어린왕자의 지구보고서’는 정동극장의 전통창작발견프로젝트 ‘100만원의 씨앗’에서 뽑힌 팀이 만드는 무대다. 이 프로젝트에 최종선정되면 경력과 나이에 상관없이 전통 창작물 제작비용 100만원을 지원받는다. 그런데 이들이 받은 제작비용은 다시 국악 후배에게 전달된다. 정동극장은 이번 공연의 수익금을 국악영재 장학금으로 내놓는다. 젊은 전통 예술가를 키우는 창작 종잣돈이 다시 어린 후배를 키우는 종잣돈이 되는 것이다. 전통예술 창작기금의 훈훈한 릴레이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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