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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공연 기념품 앞에서 작렬하는 ‘감동의 뒤끝’

등록 2014-12-14 19:49수정 2014-12-15 08:58

진화하는 뮤지컬 MD
#1. ‘400,000,000원’

뮤지컬 <드라큘라>의 올해 엠디(MD) 총 판매액은 4억원에 달했다. 아이돌 김준수와 뮤지컬계 대표 스타 류정한이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당시 보틀(투명물병), 스마트폰 케이스, 뚜껑 달린 컵 등 20여종의 엠디를 판매했다. 관객들이 첫날 공연장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로비를 지나 야외 분수광장까지 300m 넘게 줄을 섰으며, 보틀과 컵은 판매 이틀 만에 품절 사태를 빚었다.

#2. “한국 엠디 너무 예뻐요. 구할 수 없나요?”

<위키드> 제작사 설앤컴퍼니는 지난여름 스페인의 한 관객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한국에서만 제작된 팝업카드를 페이스북에서 본 아이가 너무 갖고 싶어한다”며 “9월에 <위키드>를 관람하러 한국에 가는데, 몇 개를 미리 구해놔달라”는 요청이었다. 이 스페인 관객은 9월에 실제로 팝업카드를 구매해 갔다. <위키드>의 오리지널 작곡·작사가 스티븐 슈워츠 역시 손녀딸을 위해 한국에서 만든 열쇠고리를 구입했다.

공연의 감동과 추억을 담은 뮤지컬 머천다이즈(MD)가 점차 다양해지고 판매량도 크게 늘고 있다. 프로그램북과 오에스티(OST)에서 출발한 엠디는 이제 공연의 특징과 계절감을 살린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아이돌의 뮤지컬 출연이 늘면서 아이돌 고정팬을 겨냥한 고가의 엠디도 등장하고 있다.

립스틱볼펜·기타USB·링거가습기…
작품 특성 살린 아이디어부터
텀블러·무릎담요 등 실속제품까지
비싸면 수십만원 달해도 불티

수익보다 팬서비스·홍보차원 제작
일부에선 웃돈 얹어 온라인거래도

■ 엠디, 유행따라·특성따라·계절따라

한국 뮤지컬 부흥기인 2000년대 중반 이후 10여년이 흐르는 동안 엠디에도 유행이 뚜렷이 나타난다. 신시컴퍼니 박지형 마케팅팀장은 “예전에는 티머니 카드나 로고 머그컵, 핸드폰 액정 닦는 수건 등이 엠디로 많이 만들어졌다”며 “그러나 요즘은 티머니 대신 목걸이형 카드지갑, 머그컵 대신 텀블러, 액정 수건 대신 핸드폰 케이스가 유행”이라고 말했다. 프로그램북과 오에스티 같은 스테디셀러 품목도 유행을 피해 갈 수는 없다. 프로그램북은 배우들 사진과 공연 연습 장면 등이 많이 들어간 형태로, 오에스티 역시 배우별로 따로 녹음해서 싱글로 판매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작품의 특성을 살린 독특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엠디도 많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프랑스 왕실에 실제 납품되던 홍차를, 김광석 음악으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그날들>은 나무상자에 담긴 기타 모양의 유에스비(USB)와 기타 피스를 만들었다. <지킬 앤 하이드>는 지킬 박사의 실험실을 모티브로 한 ‘메스실린더 컵’, ‘링거 모양의 가습기’로 큰 관심을 모았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특별히 중장년층 관객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골프공 세트를 제작한 바 있다.

공연이 개막하는 계절의 계절감을 살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여름에는 음료를 많이 마시는 점을 고려해 투명보틀이나 뚜껑이 달린 컵, 텀블러, 그리고 날씨를 고려해 우산 등이 제작된다. 반면 겨울에는 무릎담요, 후드티, 다이어리 등이 등장한다. 오디컴퍼니 홍보팀 이주희씨는 “엠디가 점차 일상생활에 빈번하게 사용되는 ‘생활밀착형’으로 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 최고가·히트템은 무엇?…아이돌 특수도

엠디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싼 것은 2000원부터 비싼 것은 수십만원에 이른다. 관건은 가격보다 반짝이는 아이디어. 관객의 눈을 사로잡은 올해 최고의 히트상품은 무엇일까?

홍보·마케팅 담당자들이 꼽은 최고의 아이템은 바로 <프리실라>의 ‘립스틱 볼펜’. 이 상품은 공연 2주 만에 1000개가 팔렸고, 이후 2차례나 추가로 제작돼 4000여개가 팔려나갔다. 설앤컴퍼니 노민지 홍보과장은 “가격도 저렴하고 공연의 특성도 잘 살린 아이템으로, 지방에서는 예약을 한 뒤 택배로 받는 관객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엠디 중 가장 고가는 <캣츠>의 ‘캐릭터 피규어’였다. 바티칸에 보내는 김수환 추기경 피규어를 제작한 김병하 작가가 만든 5종의 피규어는 개당 25만원, 세트로 125만원에 이르렀다. 이런 고가의 피규어도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올해 200개 한정으로 판매된 <캣츠> 럼텀터거 피규어는 14회차 만에 품절됐다.

아이돌의 뮤지컬 출연이 늘면서 고가의 엠디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손호영(지오디), 산들(비원에이포), 김동준(제국의 아이들), 유권(블락비) 등 신구 아이돌이 총출동하는 <올슉업>은 극 중 출연진이 신은 블루스웨이드 부츠를 엠디로 만들어 판매 중이다. 가격이 32만원으로 비싸 사전 주문 제작을 하는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 제작에서 판매까지 엠디의 모든 것

뮤지컬 제작사들이 엠디를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팬 서비스와 홍보 차원이다. 물론 아이돌이 출연하는 일부 작품은 엠디로 수익을 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공연에선 엠디가 큰 수익원은 아니다. 일정 기간만 판매하고 수요층이 한정돼 있어 대량 제작을 하기 힘들기 때문에 제작 단가가 비싸다는 것. 거기에 라이선스 공연은 판매액의 10~25% 정도를 로열티로 지급해야 한다.

보통 엠디 제작은 대형 공연은 개막 전 3~4개월, 라이선스 작품은 해외 컨펌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르면 6개월 전부터 시작된다. 마케팅 회의를 통해 아이템이 선정되면, 디자이너를 섭외하고 2~3차례 수정을 거치게 된다. 클립서비스 김성태 엠디 담당 과장은 “라이선스의 경우 디자인은 물론 물품 자체를 해외에서 공수해 오기도 하고 한국에서 기획해 컨펌을 받기도 하는데, 한국의 엠디 기획력이 뛰어난 편”이라고 전했다. 김 과장은 “최근에는 여러 공연 기획사로부터 의뢰를 받아 엠디 제작을 대행하는 업체들도 생겨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엠디의 다양화엔 ‘엠디 수집’에 돈을 아끼지 않는 뮤지컬 팬들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일부 팬들은 제작사별 엠디를 꼼꼼히 비교하며 의견을 나누기도 하고, 일부 한정판 엠디를 인터넷 중고 사이트나 팬카페에서 웃돈을 얹어 거래하기도 한다. 프로그램북 100여권, 오에스티 200여개를 수집했다는 이하연(31)씨는 “<오페라의 유령>은 런던 관람, 2001년 한국 초연, 2009년 공연, 25주년 기념 공연의 프로그램북을 모두 소장하고 있다”며 “엠디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공연을 되새김질하게 돕는 소장품이기에 시즌마다 반복 구매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계단에 화장실까지…‘공연장 데코’ 눈길

캐릭터·소품들로 안팎 꾸며 홍보
SNS 통해 기념사진 급속히 퍼져

2012년 <오페라의 유령>은 파리 오페라하우스에서 지하 미궁으로 이어지는 극 중 장면을 응용해 공연장 2층부터 객석 1층(지하 1층)까지 계단 위에 가스 조명등을 설치했다.
2012년 <오페라의 유령>은 파리 오페라하우스에서 지하 미궁으로 이어지는 극 중 장면을 응용해 공연장 2층부터 객석 1층(지하 1층)까지 계단 위에 가스 조명등을 설치했다.
최근 엠디만큼 관심을 모으는 것이 바로 ‘공연장 데커레이션(꾸미기)’이다. “공연장 안뿐 아니라 밖도 중요한 홍보 공간”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제작사들은 대관 때부터 ‘공연장 꾸밈 비용’을 따로 책정한다. 에스엔에스(SNS)의 발달로 공연장 안에서 찍은 기념사진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카카오스토리에 올리는 관객이 늘면서 공연장 장식을 통한 홍보의 중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최근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개막한 <지킬 앤 하이드>는 공연 속 ‘지킬 박사의 실험실’ 세트를 그대로 따와 공연장 밖에 설치했다. 이곳에는 지킬 박사의 실험일지, 지킬이 루시에게 쓴 편지 등 극 중 소품이 고스란히 재현돼 있다. 제작사는 이 실험실 장식 제작에만 1000만원을 들였으며, 입구와 3개 층 포토존, 벽 등을 꾸미는 데 총 6000만원을 쏟아부었다.

<위키드>도 극 중 ‘타임 드래건’을 똑같이 재현한 장식물을 공연장 밖에 설치했다. 제작에만 약 3개월이 소요됐으며, 한국을 방문한 오스트레일리아 프로듀서가 구입 의사를 밝혔을 정도로 디테일이 뛰어났다. <위키드>는 이 밖에도 작품 속 ‘에메랄드 시티’ 분위기를 내기 위해 공연장의 모든 조명을 ‘녹색’(그린)으로 바꿨다.

공연장 장식은 기둥, 계단, 난간은 물론 화장실까지 이어진다. 2012년 <오페라의 유령>은 파리 오페라하우스에서 지하 미궁으로 이어지는 극 중 장면을 응용해 공연장 2층부터 객석 1층(지하 1층)까지 계단 위에 가스 조명등을 설치했다. 각 조명등에는 <오페라의 유령>을 상징하는 장미를 넣었다. 지난해 공연된 ‘19금 퍼핏 뮤지컬’ <애비뉴 큐>의 경우, 남자화장실에 성인용 포토존과 같은 그림을 붙였으며, 변기 위쪽에도 ‘19금 카피’를 넣어 남성 관객들 사이에 큰 화제를 모았다.

블루스퀘어 차수정 공연기획팀 대리는 “공연장 밖은 관객들의 휴식공간이자 홍보의 최전선”이라며 “공연장 장식은 관객의 동선에 방해만 되지 않으면 어느 곳이든 가능하기 때문에 제작사들이 경쟁적으로 돈을 쏟아붓고 있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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