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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폭군의 이면, 원작엔 없는 어린 리처드 넣어 표현”

등록 2014-12-17 19:30수정 2014-12-17 21:15

셰익스피어 원작의 연극 <리처드 2세> 연출을 맡은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국립극단 연출가 펠릭스 알렉사가 서울 서계동 국립극단 연습실에서 배우들에게 연기를 지도하고 있다. 국립극단 제공
셰익스피어 원작의 연극 <리처드 2세> 연출을 맡은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국립극단 연출가 펠릭스 알렉사가 서울 서계동 국립극단 연습실에서 배우들에게 연기를 지도하고 있다. 국립극단 제공
‘리처드 2세’ 연출 펠릭스 알렉사
폭정을 일삼던 절대권력자가 쫓겨났다. 왕위 찬탈이라는 가장 정치적인 주제를 다룬 셰익스피어의 숨은 명작 <리처드 2세>는 곧바로 한국적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연산군과 광해군같이 왕조시대에 쫓겨난 임금은 물론, 현재 한국에 존재하는 권력에까지 생각이 미친다. 이 잉글랜드 왕의 몰락에는 측근들도 한몫했는데 자연스레 ‘십상시’ 또는 ‘문고리 권력’이 연상된다.

“착한 영혼이여, 지난날 우리가 누렸던 영광은 행복한 꿈이었다고 생각하시오. 꿈에서 깨어나 우리의 진짜 모습을 보니 겨우 이 꼴이오.” 폭정을 일삼던 리처드 2세가 왕위에서 쫓겨나면서 왕비에게 건네는 말이다. <리처드 2세>의 연출을 맡은 펠릭스 알렉사(47)는 작품 주제가 응축된 이 대사를 좋아한다. 쫓겨난 뒤에야 깨닫는 권력의 허망함과 인간적인 고뇌가 잘 담겼기 때문이다. 18~28일 서울 국립극장 공연을 앞두고 있는 알렉사를 최근 서울 서계동 국립극단에서 만났다.

그에게는 어떤 정치적 트라우마도 없다. “대학을 입학하던 1980년대 말 차우셰스쿠의 공산주의 시대가 막을 내려 나는 루마니아에서 자유롭게 연극을 할 수 있었던 첫 세대다.” 알렉사의 자유로운 상상력은 고전에 대한 도전적이고 탁월한 재해석을 낳았다. 현재 부쿠레슈티 국립극단 연출인 그는 유럽에서 떠오르는 거장으로 통한다. 그를 발탁한 사람은 같은 루마니아 출신의 세계적 연출가 안드레이 서반이다. “서반이 국립극단 총감독으로 있을 때, 대학생인 내 작품을 보고 추천을 했다.”

한국적 상황 떠올리게 하는 원작
폐위된 뒤 인간적 고뇌 초점 맞춰
“한국배우와 작업 1주일만에 적응
연극은 만국 공통언어이기 때문”

정치적 트라우마가 없는 알렉사가 그리는 <리처드 2세>는 정치보다는 인간적 고뇌에 방점을 찍는다. 역사와 원작에서 폭군이며 우유부단한 주인공을 이번 작품에선 좀 더 감성적인 인물로 그려낸다. “리처드 2세는 극과 극의 변화를 겪는 인물이다. 권좌에서 쫓겨난 그는 인생의 의미, 인간의 허망함에 대해 가장 심오한 질문을 던진다.”

폭군보다는 폐위된 뒤의 인간적 고뇌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사실적인 측면과 비사실적이고 시적인 측면을 동시에 보여주려 한다. “원작에 없던 어린 리처드란 인물을 고안해 작품 전체에 유령처럼 등장시킨다. 리처드의 순수한 모습을 드러내는 장치다.” 내용 가운데 곁가지들은 뭉텅뭉텅 쳐냈다. 한국에서나 루마니아에서나 잉글랜드 역사 자체는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알렉사가 이번에 한국에 오게 된 과정도 무척 흥미롭다.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해외에서 알렉사의 공연을 직접 관람한 적이 있다. 그의 작품을 눈여겨 보던 김 감독은 예전부터 공연하고 싶던 <리처드 2세> 연출을 알렉사에게 부탁했다. 마침 알렉사도 “꼭 해보고 싶은 작품”이라며 흔쾌히 수용했다. 기획단계부터 이심전심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한국 배우들과 작업에도 이심전심은 이어졌다. “연극이 만국 공통어니까 한국배우와 작업도 1주일이 지나자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그는 여러 배우가 다 잘했지만, 주연을 맡은 김수현의 연기에 대해 특별히 언급했다. “리처드 2세 역할은 멋지지만 매우 어려운 배역인데, 김수현이 섬세함과 뉘앙스를 잘 맞췄다. 작품 전반부의 잔인한 모습과 후반부의 감정적인 모습이라는 두 괴리된 이미지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았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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