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만, 나의 영혼 나의 사랑’의 공연 장면.
슈만, 나의 영혼 나의 사랑
슈만과 클라라의 편지 콘서트
이야기와 유기적 결합 아쉬워
슈만과 클라라의 편지 콘서트
이야기와 유기적 결합 아쉬워
무대 한가운데 액자에 슈만과 클라라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피아노와 현악기 연주가 시작됐다. 액자는 곧 음악감상실의 칠판으로 변해 곡명이 쓰였다. “Schumann, Piano Quartet in E flat Op.47, 3악장 Andante cantabile(1842).” 슈만의 피아노 4중주 곡이다. 무대와 관객 사이는 불과 3~5m. 건반은 쿵쾅거리며 객석을 때리고, 현악기는 활의 실까지 올올이 내보인다. 아, 실내악 무대구나. 어, 그런데 웬걸, 배우들도 있네. 슈만 역의 이호성과 클라라 역의 조윤미가 서로 그리는 애틋한 편지를 번갈아 읽는다.
12일 서울 서교동 산울림 소극장에서 막 올린 편지콘서트 <슈만, 나의 영혼 나의 사랑>은 연극과 클래식의 만남을 내걸었다. 지난해 베토벤으로 첫선을 보인 편지콘서트는 낭독과 연주회를 통해 예술가의 삶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기획이다.
공연은 슈만과 클라라의 애틋한 사랑과 음악적 동반자 관계를 ‘교양물처럼’ 보여준다. 슈만의 제자 브람스는 우정과 사랑의 경계에서 스승의 아내 클라라를 끝까지 지켜준다. 편지는 가장 아날로그적이다. 편지는 설렘이다. 배우와 마찬가지로 관객은 발신인이 되고 수신인이 된다. 이 공연의 장점은 실내악을 소극장에서 감상한다는 것이다. 테너의 목소리는 쩌렁쩌렁하고, 피아노·바이올린·비올라·첼로는 살갗에 와닿는다. <미르테> 연가곡 중 ‘헌정’, <시인의 사랑> 연가곡, <어린이 정경> 중 ‘트로이메라이’ 등 연주곡도 귀에 익다.
정신질환을 앓는 슈만은 고개를 떨군 채 연주중인 연주자 앞을 지나 무대 한쪽으로 사라졌다. 바로 이 부분에서 연극과 실내악은 행복한 만남을 이뤘다. 하지만 드라마와 콘서트의 유기적 결합은 이 한번뿐이었다. 연극과 클래식이 화학적으로 결합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30일까지. (02)334-5915.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사진 산울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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