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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편지지에 스민 재회의 꿈…이중섭의 가족애 ‘애틋’

등록 2014-12-22 23:22수정 2014-12-23 09:00

이중섭이 아들 태성에게 보낸 그림편지. 글 왼쪽 여백에 손잡은 부인과 두 아들이, 오른쪽 여백 상단에는 동물들을 화폭에 그리는 이중섭을 그렸다. 모두 발가벗은 모습이다. 도판 현대화랑 제공
이중섭이 아들 태성에게 보낸 그림편지. 글 왼쪽 여백에 손잡은 부인과 두 아들이, 오른쪽 여백 상단에는 동물들을 화폭에 그리는 이중섭을 그렸다. 모두 발가벗은 모습이다. 도판 현대화랑 제공
가족에 쓴 그림 편지 원문 대거 공개
국민화가 이중섭과 부인, 아이들은 그림 속에서 줄곧 한 덩어리다. 고무줄처럼 죽죽 팔을 늘려 서로 손을 꼭 맞잡거나, 둥그렇게 뭉쳐 얼굴을 맞대거나, 얼싸안거나, 잠시도 서로에게서 눈길을 떼지 않는다. 이중섭은 한 그림편지에 이렇게 썼다. “조금만 서로 더 참고 견딥시다. 나중에 둘이 사이좋게 추억을 이야기합시다.”

그러나 그들은 다시 만나지 못했고, 작가는 병고로 세상을 등진다. 50여년 전 편지에 스민 그 애절한 재회의 꿈과 이산의 아픔이 스산한 이 시절, 따뜻하면서도 구슬픈 울림으로 다가온다.

현대화랑이 내년 1월 ‘이중섭의 사랑, 가족’ 전에 앞서 내보인 미공개 편지들은 극한의 가난과 병고 속에서도 간직했던 거장의 뜨거운 인간미를 전해준다. 1953년 3월부터 1955년 연말 사이 쓰고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이 편지들은 오래전부터 개인 소장가들 수중에 들어가 학계나 화랑가에서도 실체를 몰랐던 것들이다. 박명자 현대화랑 회장은 “전국 곳곳 소장가들을 직접 찾아 설득한 끝에 입수했다”며 “이중섭이 우리에게 준 새해 선물”이라고 말했다.

1953년~1955년 연말 사이 쓴 듯
가족 모습 손 맞잡은 한 덩어리로
그동안은 일부 그림·번역글만 공개
현대화랑, 개인소장가들 설득 입수
춘화 등 미공개 은지화 3점도 눈길

이중섭이 부인 야마모토 마사코와 아들 태현, 태성과 주고받은 편지가 모두 몇점인지는 마사코가 전모를 밝히지 않아 안갯속에 싸여있다.
외국 신문의 연인 사진을 잘라붙인 콜라주 그림편지와 작은 도판은 최근 발견된 춘화 은지화. 도판 현대화랑 제공
외국 신문의 연인 사진을 잘라붙인 콜라주 그림편지와 작은 도판은 최근 발견된 춘화 은지화. 도판 현대화랑 제공
1980년 박재삼 시인이 그림편지 일부를 추려 펴낸 서간집 <그릴 수 없는 사랑의 빛깔까지도>(한국문학사)에는 58편의 글이 실렸다. 마사코에게 보낸 38건, 아들에게 보낸 20건의 편지 글, 그림들을 일부 따서 엮은 것이다. 1979년 서울 미도파백화점의 작품전 당시 조카 이영진씨가 일본의 마사코를 찾아가 건네받은 것들이 토대가 됐다. 서간집은 2000년대 이후에도 <그대에게 가는 길>(다빈치, 2000), <이중섭 1916~1956 편지와 그림들>(다빈치, 2003) 등 개정판으로 나왔고, 최근 드라마에도 소개돼 베스트셀러에도 올랐다. 그러나 일부 그림들과 번역된 글만 실었고, 지금까지 대부분의 실물들은 볼 수 없어 그림편지의 실체를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미술사가 최열씨는 “일본어 글과 그림이 함께 들어간 편지 원문들이 대거 나온 만큼 앞으로 이중섭의 그림 편지가 독자적인 미술사 연구 영역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 소장품으로 59년만에 국내에 돌아와 처음 공개되는 이중섭의 은지화.도원의 복숭아나무들 사이를 넘나드는 아이들의 평화로운 모습을 담았다. 도판 현대화랑 제공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 소장품으로 59년만에 국내에 돌아와 처음 공개되는 이중섭의 은지화.도원의 복숭아나무들 사이를 넘나드는 아이들의 평화로운 모습을 담았다. 도판 현대화랑 제공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 소장품으로 59년만에 국내에 돌아와 처음 공개되는 이중섭의 은지화.도원에서 사냥하고 복숭아를 따는 아이들과 작가, 부인 마사코의 모습이 담겼다. 도판 현대화랑 제공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 소장품으로 59년만에 국내에 돌아와 처음 공개되는 이중섭의 은지화.도원에서 사냥하고 복숭아를 따는 아이들과 작가, 부인 마사코의 모습이 담겼다. 도판 현대화랑 제공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 소장품으로 59년만에 국내에 돌아와 처음 공개되는 이중섭의 은지화. 신문읽는 사람들을 그린 작품이다. 도판 현대화랑 제공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 소장품으로 59년만에 국내에 돌아와 처음 공개되는 이중섭의 은지화. 신문읽는 사람들을 그린 작품이다. 도판 현대화랑 제공

미국 뉴욕현대미술관(모마·MoMA) 소장 은지화 3점도 국내 미술계에서 실견을 고대해온 작품들이다. 1956년 미국인 아서 맥타가트가 작가한테서 사들여 모마에 기증한 뒤 아시아작품으로는 처음 소장이 결정된 수작인데다, 국내외에서 한번도 실물이 나온 바 없기 때문이다. 3점 가운데 신문 읽는 사람들을 그린 작품은 당대 일상 공간을 밀도감 있게 묘사했고, 사람들 얼굴과 손 등에 세심하게 채색을 입혔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은지화는 모마 소장품 외에도 새로 발견된 춘화 등 미공개작 3점이 더 나온다. 춘화는 성기를 드러낸 남녀의 정사 현장 주변에 발가벗은 아이들이 노는 모습들이 함께 얽혀 있는 색다른 구도가 흥미롭다. 화랑 쪽은 작가의 대표작인 유화, 엽서화를 함께 전시하고, 최근 일본에서 개봉한 이중섭과 마사코의 사랑을 담은 다큐영화 <두개의 조국, 하나의 사랑> 축약본도 상영할 예정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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