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구 작 ‘비잔틴 레스토랑’ 무대
이양구는 사회 현안과 씨름하는 작가다. 연극계도 늘 그를 주목한다. 지난해 ‘한국연극 베스트7’에 <일곱집매>가 뽑힌 데 이어, 2014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복도에서>가 선정됐다. 지난 14일 막내린 <노란봉투>에서는 손해배상소송에 죽음으로 내몰리는 노동자의 현실을 그려내 뜨거운 호응을 끌어냈다.
하지만 이번엔 작은 이야기다. 이양구 작 <비잔틴 레스토랑>(연출 최윤희·황이선)이 오는 30일부터 내년 1월11일까지 서울 ‘혜화동일번지’ 무대에 오른다. 두 여성의 갈등과 화해를 통해 따뜻한 인간미를 그려낸다. 기지촌 할머니(일곱집매)나, 노동문제(노란봉투)를 다룬 최근작과 견줘보면 다소 의외다.
“예전엔 제 연극의 특징이 서정성, 따뜻함이라고 얘길 했어요. 요즘엔 이슈가 강한 공연을 해서 그런 면이 줄어들었다고 아쉬워 하시죠. 대학 때부터 네루다나 김남주의 시를 좋아했어요. 강한 목소리를 서정시 안에 담았던 분들 영향이 아닐까 합니다.”
이양구의 내면엔 강한 사회성과 함께 서정성이 공존한다. 작품에는 “그리움을 아는 사람만이 내 가슴의 슬픔을 알아줍니다”라는 괴테의 시가 인용됐다. 타인의 고통과 슬픔에 대한 공감이 주제다. 이양구 연극의 목표이기도 하다. “사람은 저마다 슬픈데 타인의 슬픔을 잘 보지 못하죠. 슬픔이 서로 만나서 깨달음으로 이어지는 장면들을 좀 많이 보여주려 합니다.”
<비잔틴 레스토랑>이라는 이름은 거창한 고급식당일 것 같지만, 사실은 허름한 백반집이다. 고등학교 국어교사 미숙은 자기 반 학생 은지가 학교를 빼먹자 은지의 집인 식당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어릴 때 세 들어 살던 집 주인의 딸 장희를 만난다. 은지는 장희의 딸이다. 20년 전 장희의 부모는 미숙의 부모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떼먹혀 장희네 집이 풍비박산 났다. 장희는 ‘미숙이, 네 아버지 때문에 내 인생이 망가졌어’라며 원망하는데….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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