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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우리가 가는 길이 연극 좌표다”

등록 2014-12-25 18:59수정 2014-12-25 22:07

대장도 없고 졸병도 없는 양손프로젝트는 연출의 일방적 지시 대신 연출과 배우가 토론해서 연극을 만든다. 오른쪽 위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양종욱·손상규·양조아 배우, 박지혜 연출.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대장도 없고 졸병도 없는 양손프로젝트는 연출의 일방적 지시 대신 연출과 배우가 토론해서 연극을 만든다. 오른쪽 위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양종욱·손상규·양조아 배우, 박지혜 연출.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연극계 등로주의자들 ‘양손프로젝트’
극단적인 단순함이다. 탁자 몇 개와 의자 2개. 연극 무대는 단순하다 못해 휑하다. 모험이다. 저 텅 빈 공간을 어찌 다 채우지? 10월 올린 이 <죽음과 소녀> 무대는 그나마 복잡한 편이다. 3월 올린 <김동인 단편선-마음의 오류>의 한 단편에선 달랑 의자 하나만 놓았다. 다른 단편에선 팬티만 입은 배우 혼자 소품 없이 20분을 ‘버텼다.’ 그 빈 공간을 온전히 채운 건 배우들의 연기뿐이었다. 이들은 박지혜 연출, 손상규·양조아·양종욱 배우로 이뤄진 ‘양손프로젝트’다. 내년 1월23일엔 서울 서교동 산울림 소극장에서 ‘모파상 단편선’을 올린다. 지난 18일 서울 대학로 연습실에서 이들을 만났다.

■ “밑그림은 없다” 0에서 시작하는 연극

“세트가 있는지 없는지, 스펙타클한지 아닌지보다 배우가 만들어내는 것을 발견하길 기대해요.”(박지혜) “가장 미니멀하게 최소주의로 가려고 해요. 구구절절 설명 없는 가장 시적인 형태가 삶의 정수를 담지요.”(손상규) “영(0)인 상태, 텅 빈 공간에서 시작합니다. 그 다음 필요한 걸 하나씩 넣습니다.”(양종욱)

양손프로젝트는 ‘최소주의’를 지향한다. 하지만 밑그림도 없이 모든 걸 ‘0’에서 시작하는 건 ‘만용’처럼 보인다. 보통 극단은 연출이 기획, 자금 등 모든 걸 책임지고 지시한다. 하지만 이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연출과 배우가 함께 만든다. 그러니 연출과 배우의 관계도 수직적이 아니라 수평적이다. 수평적 관계의 밑바탕은 ‘놀이’와 ‘수다’다.

“보통 사람들이 두터운 겉옷을 입는다면, 우리는 잠옷을 입고 만난다는 느낌? 함께 얘기하면 재미있는 놀이를 한다는 느낌이에요. 이제 잠옷을 벗고 속옷만 입고 놀 수 있는 공간이 될 듯해요.”(양조아) “가족처럼 매일 만나고 있어요. 그런데 끊임없이 상대를 궁금해하는 게 중요해요. 그래야 상대의 개발할 점들을 발견하니까요.”(박지혜)

내년 1월 ‘모파상 단편선’ 올려
연출 1명·배우 3명이 공동작업
‘대장’ 없이 토론하며 작품 만들어
“모든 게 0인 텅빈 상태서 시작”
‘동아연극상’ 신인연출상도 수상

■ “대장은 없다” 토론으로 만드는 연극

그 재미있는 놀이는 놀이 같은 토론은 바로바로 대사와 동작으로 연극에 반영된다. 이런 창작과정의 공유엔 피나는 노력이 뒤따른다.

양조아는 <죽음과 소녀>에서 군사독재 시절 고문 트라우마를 겪은 여성 빠울리나로 나왔다. 양조아는 막바지 연습 때 빠울리나뿐 아니라 다른 배역의 대사까지 외웠다. 몇 배로 힘들었지만, 작품 전체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노력은 양손프로젝트의 첫 작품인 2011년 <개는 맹수다> 때도 있었다. 배역을 공유했기 때문에 원래 3인용에서 2인용 연극으로 바꾼 뒤에도 공연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이들은 ‘연극 근본주의자’다. 연극은 무엇인지, 어떻게 만들지 뿌리부터 고민한다. 연극이라는 지도를 펼쳐놓고 그 길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길을 가면서 좌표를 찍고 연극을 찾아간다. 등정이 목표가 아니라 어떤 길을 택하느냐를 중시하는 등로주의자라 부를 수 있을 듯 하다. “우리의 화두는 연극을 왜 하고, 어떤 연극을 할지를 찾는 겁니다. 이런 작업이 쌓여 정리가 되면, 과정과 의미를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양종욱)

이들을 눈여겨보고 처음으로 창작자육성 프로그램으로 지원한 곳은 두산아트센터다. 2009년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유다를 소재로 한 <십이분의 일>을 본 뒤였다. 양손프로젝트 사람들은 “바깥에서 지지를 해주니까 힘이 났다”라고 했다. 박지혜 연출은 23일 올해 ‘동아연극상’ 신인연출상 수상자로 뽑혔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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