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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오키나와의 옛 주인’ 류큐왕국이 부활한다

등록 2014-12-28 20:42

류큐 왕실의 의례용 기물 세트인 ‘누메우스리’. 정교한 류큐 전통공예의 정점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류큐 왕실의 의례용 기물 세트인 ‘누메우스리’. 정교한 류큐 전통공예의 정점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국립고궁박물관서 특별전
오키나와는 한반도의 오랜 이웃이다. 제주 남쪽으로 수백 킬로미터 떨어졌지만, 해류를 타면 3~4일 만에 갈 수 있다고 한다. 오늘날 일본의 대표적인 해양관광지가 됐지만, 15~19세기엔 중국, 남방을 잇는 중계교역으로 번성했던 류큐왕국이었다. 19세기 말 일본이 병합하기 전에는 중국에 조공을 바친 제후국으로, 일본 본토와는 풍속과 음식, 의복 등 문화가 달랐다. 13세기 고려와 통교한 이래 조선왕조와도 외교를 맺어 15세기에는 산남왕 온사도가 망명했으며, 19세기까지 두 나라 사신을 통해 서적, 토산물을 교역하는 교류가 지속됐다. 난파한 배의 표류자들도 숱하게 기착해 당시 류큐 사정을 적은 조선인들의 표류기들도 상당수 전한다. 태평양전쟁 당시에는 조선인 만여명을 포함해 섬 인구 3분의 1 이상이 숨진 비극의 현장이기도 했다.

이달 9일부터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 ‘류큐왕국의 보물’은 동병상련의 역사를 알고 보면 더욱 각별한 감회가 일어난다. 류큐를 통치한 쇼씨 왕가의 다양한 유물들이 처음 나왔는데, 갖가지 칠기 기법을 쓴 공예품과 그림, 궁중 복식 등에서 조선시대 예술품들과 묘한 친연성이 느껴진다. 15~16세기 3대 쇼신왕 모습을 그린 어진(복원품)은 조선처럼 명나라 궁중문화의 영향을 받아 조선 왕실의 어진과 궁중 인물화를 보는 듯하다. 출품 2주 만에 돌아간 국왕의 비녀 끼운 왕관이나 왕족의 허리띠, 신발 등도 모양새가 흡사해 친숙한 느낌부터 든다.

일본과 중국의 세공술 영향을 받은 칠기, 도자기 등의 공예와 회화들도 빼어난 수준을 자랑한다. 왕실 의례용 기물인 ‘누메우스리’(일본 국보)는 찬합과 은잔, 유리구슬 술병으로 이뤄진 3종 갖춤으로 정교한 문양과 주칠 세공 등이 호화미의 극치를 보여준다. ‘쓰보야’ 관영가마에서 구운 단풍무늬 풍로와 녹유 촛대는 일본 도자를 대표하는 규슈 도자기와는 또다른 발색과 조형미를 드러내는 명품. 자마미 요쇼의 꿩그림과 혀를 빼문 민화풍 호랑이 그림 같은 대작들에서는 화풍의 수입과 교류에 적극적이었던 류큐 미술 특유의 진취성을 엿보게 된다. 19세기 일본 우키요에(채색목판화) 거장인 가쓰시카 호쿠사이가 윤색해 그린 ‘류큐 팔경’ 연작도 볼 수 있다. 내년 2월8일까지. (02)3701-7633, 7652.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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