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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그래도 살아야 한다…조선 유민 ‘지옥의 삶’ 생생

등록 2015-01-01 18:44수정 2015-01-01 21:17

사진 극단 관악극회 제공
사진 극단 관악극회 제공
월북작가 김동식의 ‘유민가’
서울대 동문 ‘관악극회’ 무대
“죽기는 왜 죽어! 살어야 한다. 살려고 나온 세상, 살고 살고 또 살어야 한다.”

광복 70돌을 맞는 새해 벽두, 식민지 조국을 등지고 일본 땅을 떠돈 ‘조선인 디아스포라’의 절절한 이야기가 연극무대에 오른다.

월북작가로 분류된 김동식이 1949년 쓴 <유민가>(流民街)다. 재일 조선인들의 궁핍상을 세밀화로 그려낸 이 작품이 9~18일 서울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에 오른다. 서울대 연극회 출신들을 주축으로 하는 ‘극단 관악극회’의 제3회 정기공연 작이다.

연출을 맡은 정한룡 연우무대 예술감독은 1968년 도서관을 이 잡듯 뒤져 이 작품을 찾아냈다. 그해 서울대 무대에 올렸다. 몇 번 더 무대에 올렸지만, 이번에 광복 70돌을 맞아 정식으로 대한민국 연극계에 선보이게 됐다.

이 작품이 오랫동안 잊혀졌던 이유는 작가 김동식이 월북작가로 분류된 것과 관련이 깊다. 그는 한국전쟁 전 수감됐다가 월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보니 작가나 작품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김동식은 1930년대 간도 이민을 소재로 한 1945년 작 <황혼의 마을> 등에서도 일제강점기 유민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유민가>는 이만수 가족의 수난사를 통해 우리 민족의 끈질긴 생명력을 확인한다. 도쿄 동부의 빈민굴, 일제 강점기 조선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서로 의지하며 살고 있다. 만수는 동양척식회사에 땅을 뺏긴 뒤, 막내 삼홍을 데리고 먼저 건너온 두 아들이 있는 이곳으로 왔다. 큰아들은 생활고 끝에 절도죄로 잡혀가고, 똑똑한 셋째는 취직을 위해 일본인의 양자로 들어간다. 지옥 같은 삶을 살던 만수는 아편에 손을 댄다.

정한룡 연출은 “묻혀버릴 수도 있었던 좋은 작품을 광복 70돌을 계기로 소개하는 의미가 크다. 사실주의 극작법으로 쓰인 탁월한 작품이다. 다만 지금과는 맞지 않는 템포감을 시대에 맞도록 공을 들였다”라고 밝혔다.

이 작품에는 서울대 문리대 출신의 배우 이순재를 비롯해 홍승오, 김일호, 이수찬, 김인수 등이 출연한다. 극단 관악극회는 2012년 막스 프리쉬 작 <하얀중립국>(최종률 연출), 2013년 아서 밀러 작 <시련>(이순재 연출)을 공연했다. (02)742-7563.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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