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른 연주자 김홍박(32·스웨덴 왕립 오페라 관현악단 호른 제2수석)씨가 북유럽 최고 악단으로 꼽히는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호른 제2수석(Co-principal hornist)으로 선임됐다.
오슬로 필은 마리스 얀손스, 앙드레 프레빈, 유카-페카 사라스테 등 거장 지휘자들의 손에 조련된 유럽 정상급 악단이다. 한국인 금관 주자가 수석에 선임된 것은 처음이다. 현악기나 피아노 전공에서 많은 한국인 연주자들이 두각을 나타내 온 데에 반해 금관악기는 상대적으로 취약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 머물고 있는 김홍박씨는 지난 5일 전화 통화에서 “작년 12월 7일에 오슬로 필로부터 최종 결과를 통지 받았다”며 “현재 활동중인 스웨덴 왕립 오페라 관현악단과 오슬로 필의 매니저가 일정을 조율 중인데 아마도 4월에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가 지휘하는 브루크너 교향곡 7번으로 오슬로 필의 활동을 시작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오슬로 필의 오디션에는 유럽 전역에서 몰려든 40여 명의 호르니스트들이 참가해 3차에 걸쳐 심사를 받았다. 예외적으로 오디션 우승자가 3명이 나오자, 악단은 각 2주씩 ‘트라이얼’(시범) 기간을 두고 실제 공연을 함께 해보며 평가했다. 김씨를 제외한 두 명은 독일 유명 악단의 제2수석 주자들이었다. 그러나 트라이얼 뒤에도 결론을 내지 않은 오슬로 필은 12월 초 다시 상주 공연장에 세 명의 후보를 모아 놓고 마지막 심사를 했다.
“브람스 교향곡 3번 3악장, 베토벤 교향곡 8번 2악장, 브루크너 교향곡 4번 도입부 등 관현악곡에서 중요한 호른 독주 부분을 10개 넘게 골라 후보 한 명씩 오케스트라랑 맞춰보도록 했어요. 호른 수석이 오랫동안 공석이었던 만큼 신중을 기한 것 같아요.”
아직까지 북유럽 악단에서는 호르니스트뿐 아니라 한국인 연주자를 생소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김씨의 어깨는 더욱 무겁다. “2012년 제가 스웨덴에 온 이후 북유럽 음악가들이 한국 연주자들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어요. 음악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좋은 이미지를 갖도록 해야죠. 한국인 금관 연주자로서 사명감을 크게 느껴요.”
오슬로 필로 자리를 옮겨도 종신단원 자격을 받은 기존의 스웨덴 왕립 오페라 관현악단 제2수석 자격은 당분간 유지된다. 유럽에서는 악단 간 이동이 자유로운 편이라 2년까지의 휴직 기간 동안 거취를 밝히면 된다. 오슬로 필은 반년에서 일년까지 수습 기간을 거친 뒤 종신단원 자격을 부여할지 여부가 결정된다.
김씨가 다른 곳으로 뻗어나갈 가능성도 열려 있다. 김씨는 런던 심포니에서 시범 수석 자격을 제안받아 2월 게르기예프의 지휘로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지에서 연주할 예정이다.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등 다른 일류 악단들의 오디션 초청장도 계속 날아들고 있다. 김씨는 “주어진 상황에 충실하되 조급하게 생각지 않으려고 한다”며 “나라는 사람이 아니라 호른이라는 악기에 관심이 집중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김소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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