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눈대목!
이른 봄 알에서 깨어난 두 병아리의 깜찍한 공중유영이 펼쳐진 대지에 2미터가 넘는 거인이 오랜 잠에서 깨어난다. 대지의 정령일 수도 있고,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난 옛 애인의 환생일 수도 있다. 거인은 뒤뚱거리며 여인과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격정적인 포옹을 한다. 마침내 거인은 여인을 품에 안고 잠에 빠져든다. 공연의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상상력을 보여주는 연출가의 아이디어가 놀랍다. 특히 2미터가 넘는 거대한 인형을 능숙하게 움직이는 배우들의 조종능력이 감탄을 자아낸다.
2005 과천한마당축제에서 24일부터 27일까지 아시아 초연된 포르투갈 극단 시르코란도의 <천국의 정원>의 마지막 피날레 장면. 원제목 ‘지로플레’는 포르투갈어로 들풀을 뜻하는 말로 한 소년이 농촌 마을에 놀러가 겪는 내용의 포르투갈 동요 후렴구에서 따왔다. 10미터 높이 조롱 모양의 원형 공연장에서 연극과 춤, 마임, 음악, 영상, 서커스 등이 결합된 새로운 복합장르를 대사없이 순전히 배우들의 몸짓으로 보여준다.
무엇보다 오랜 연습으로 숙련된 배우들의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달구지를 타고 시소놀이를 하는 아이들, 물가에서 빨래하는 시골 여성들, 머리에 물동이를 지고 익살스러운 엉덩이 춤을 추는 농부들 등 전형적인 포르투갈 농가에서 있을 법한 에피소드가 아름답고 서정적으로 펼쳐진다.
올해 초청된 외국극단의 공연 가운데 대표적인 수작으로 손꼽힐 만하다. 공연을 놓친 관객이라면 다음달 1일부터 4일까지 올림픽공원 88호수 수변무대에서 벌어지는 앙코르 공연을 기대해도 좋겠다. (02)544-4391.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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