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익은 목소리, 20년을 기다렸어요” 잉예르 마리
10월초 첫 내한공연
노르웨이 재즈 보컬리스트 잉거 마리(48)의 목소리에는 농익은 편안함이 스며있다. 그가 40대 끝자락에 내놓은 데뷔앨범 <메이크 디스 모먼트>는 이 중독성 있는 매력으로 일본과 한국에서 순항중이다. ‘렛 잇 비 미’ 등 익숙한 팝과 ‘멜랑콜리 블루’ 등 새 노래를 담은 이 앨범은 일본 에이치엠브이(HMV) 재즈차트에서 12주 연속 10위권에 들었고, 한국에서도 4월 발매 뒤 3천여 장이 팔려나갔다. 오는 10월1·2일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관조의 아름다움이 깃든 목소리를 들려줄 그와 전자우편으로 만났다.
-노르웨이 아렌달에서 20여 년 넘게 노래를 불러오셨죠.
=아버지는 제가 아기였을 때부터 노래나 연주를 들려주셨어요. 덕분에 어릴 때부터 노래했죠.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한 건 20년 전쯤이에요. 지역 빅밴드의 리드 보컬을 맡았고, 저의 퀸텟인 ‘마이 페이보릿 스트링스’도 결성했어요. 유명한 라틴 재즈 기타리스트인 톰 룬드와도 같이 작업 했고요. 저는 어느 한 장르만 좋아하지는 않아요. 다만 재즈가 자유로움과 즉흥연주로 음악적 경계를 넓혀왔다고 보죠.
-데뷔 앨범이 늦어진 이유가 있다면?
=오래 준비해 왔기 때문에 저만의 고유한 목소리를 가질 수 있게 됐어요. 가창력이 성숙해졌고요. 데뷔할 가장 좋은 시기를 맞이하게 된 거죠.
-아렌달은 작고 아름다운 곳으로 알고 있어요. 환경에서 어떤 영향을 받으셨나요?
=노르웨이 남쪽 해안에 있는 아렌달에선 매년 7월 한 주 동안 재즈·블루스 페스티벌도 열려요. 어디에 사느냐보다 누구를 만나느냐가 더 중요하겠지만, 만약 제가 아렌달의 음악적 분위기를 느끼지 못했다면 전혀 다른 가수가 됐을 것 같아요.
-이 앨범의 주인공은 당신의 목소리입니다. 스스로는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절제의 미학’이라고 할까요? 감정을 특별히 내세우지 않고, 단순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게 제 장점이에요.
-이 앨범에 담긴 잘 알려진 팝은 어떤 기준으로 선곡하신 건가요?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오로지 저만의 지문 같은 음반을 만들고 싶었어요. 또 아름다운 팝을 재즈로 녹여내 재창조하려고 했죠. 그래서 제게 가장 적합한, 개인적으로 뜻 깊거나 오랫동안 사랑했던 노래들을 뽑았어요. 이밖에도 오랜 음악 친구들이 만든 아름다운 곡들을 앨범에 담을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전달하고 싶은 건 뭔가요?
=목소리와 단순한 어쿠스틱 악기들로 따뜻함이 가득 찬 음악을 만드는 게 제 목표예요. 편안함, 평화,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행복할 거예요
-노래는 당신의 삶에 어떤 의미인가요?
=음악이 제 삶에 의미를 주고, 제 삶이 제 음악에 의미를 줘요. 노래로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싶어요.
-이번 공연에선 어떤 노래들을 들려주실 건가요?
=앨범에 수록된 모든 노래와 그밖에 스탠더드 재즈, 팝이 포함될 거예요. 예를 들면 윌리 넬슨의 ‘올웨이스 언 마이 마인드’ 등이요. 한국 팬들을 위한 특별한 곡도 있는데 그건 공연장에서 알려드릴께요.
김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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