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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빛이 소리다…첨단 멀티미디어 음악공연 잇따라

등록 2015-01-26 18:57수정 2015-01-26 18:57

전자악기 엠포이를 활용해 빛의 움직임을 소리로 변환시킨 멀티미디어 음악극 <밤:인시>가 28일 오후 문화역서울284에서 무료로 공연된다. 남상봉씨 제공
전자악기 엠포이를 활용해 빛의 움직임을 소리로 변환시킨 멀티미디어 음악극 <밤:인시>가 28일 오후 문화역서울284에서 무료로 공연된다. 남상봉씨 제공
전자악기 ‘엠포이’ 활용해
빛의 움직임 소리로 치환
24.1채널 스피커 오케스트라
‘수궁가’ 바다 깊이를 소리로 느끼게
일상의 소리로 청각적 실험
24개의 라우드 스피커와 1개의 우퍼로 만든 오케스트라가 객석을 둘러쌌다. 다양한 높이와 각도로 설치된 스피커들에서 정교하게 설계된 소리들이 분배돼 나왔다. 일상에서 채취한 날 것의 소리, 이를 전자적으로 변형·합성한 소리, 컴퓨터로 만들어낸 전자음 등이 작곡가의 조작에 따라 다양한 시차를 두고 증폭됐다. 방향감과 운동감, 위치감, 속도감을 띤 소리들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청중의 머리 위로, 혹은 등 뒤로 움직이며 3차원의 입체음향을 선사했다.

지난 24일 경기도 일산 아르코예술인력개발원 실험무대에서 24.1채널 스피커 오케스트라를 위한 렉처 콘서트가 열렸다. 유럽과 북미의 음향 연구소나 전자음악 스튜디오에서 접할 수 있던 파격적인 음향 실험을 국내 청중 앞에 선보인 희귀한 무대였다. 조진옥, 고병량, 송향숙 등 국내외 작곡가 5명의 참가작은 우리 일상, 혹은 자연에 존재하는 청각 이미지의 편린들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재창조했다. 이를테면, 종이 위를 움직이는 연필의 사각거리는 소리, 도로를 오가는 차들의 소음, 행인들의 말소리, 동전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구르는 소리, 휴대전화 송수신음 등이 모두 음악의 재료가 됐다.

이어서 연주된 작곡가 조진옥씨의 멀티미디어 음악극 <수궁가>는 24.1채널 스피커 오케스트라 음향을 판소리, 영상, 조명과 결합시킨 작품이었다. 조씨는 토끼의 간을 찾아 바다 바깥으로 떠나는 거북이의 여정을 그린 판소리 <수궁가>를 편집해 스피커 오케스트라의 음향과 결합했다. 치밀하게 설계된 스피커 오케스트라는 깊은 바다와 얕은 바다, 바다의 안과 밖, 먼 파도와 가까운 파도 등의 느낌을 음향으로 구현해냈다. 양극단에 위치한 것으로 인식돼 온 전통음악 판소리와 최신 현대음악, 어쿠스틱 악기와 디지털 음향기기를 접목했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시도였다. 조씨는 “시각적인 측면이 강조되는 시대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결핍됐던 청각적 실험을 대규모로 진행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오는 28일 오후 7시30분 옛 서울역사를 복원해 만든 복합문화공간 문화역서울284 RTO 공연장에서도 또 하나의 혁신적인 현대음악 공연이 열린다. 전자악기 엠포이(mPoi)를 활용해 빛의 움직임을 소리로 변환시킨 멀티미디어 음악극 <밤:인시>다. 작곡가 남상봉씨가 개발한 엠포이는 원의 궤적을 센서로 읽어 컴퓨터에 전달하는 악기다. 우리 전통놀이인 ‘쥐불놀이’와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공연예술 ‘포이’의 개념을 바탕으로 악기를 설계했다.

연주자가 어둠 속에서 조명기를 부착한 포이를 돌리면, 거기에 부착된 계측기가 회전운동의 가속도를 감지해 와이파이로 컴퓨터에 정보를 보내고, 이 정보는 작곡가가 사전에 입력해둔 명령어에 따라 소리로 치환된다. 어쿠스틱 악기들의 실연도 더해진다. 남씨는 “프랑스의 문호 기 드 모파상의 작품 <밤>(La Nuit)에서 영감을 얻어 밤과 어둠, 빛에 관한 단상을 음악적으로 구현해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국외에서는 첨단 기술과 음악을 결합한 멀티미디어 작품들이 현대음악의 중요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어려웠다. 이번 공연들은 모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차세대 예술인력 육성사업(AYAF)’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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