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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운명이구나 너와 나…서울오페라앙상블 창작오페라 ‘운영’

등록 2015-01-27 19:33

창작오페라 <운영>의 한 장면.
창작오페라 <운영>의 한 장면.
고대소설 현대오페라로…새달 초연
‘운영전’와 안견 ‘몽유도원도’ 엮어
서촌 안평대군 ‘수성궁’ 배경 삼아
궁녀와 가객의 비극적 사랑 그려
“여기가 안평대군의 수성궁 폐가인가?/ 지난날 내가 그린 몽유도원도의 터!/ 안평이 꾸었던 지상낙원!/ 모든 게 부질없네(중략) 안평의 꿈! 몽유도원!/ 궁녀 운영 못다 핀 꿈/ 모두 다 부질없는 꿈이라!”

서촌 달빛 아래 몽유도원의 폐허 위로 장탄식의 아리아가 울려퍼진다. 안평대군의 수성궁 터를 찾은 남루한 차림의 화가 안견이다. 그는 옛날을 회상한다. 수양대군이 단종의 왕위를 찬탈하던 시기, 수양의 동생 안평은 지금의 서울 서촌에 수성궁을 세우고 궁녀들과 안빈낙도를 꿈꾼다. 당시 안견이 안평의 꿈을 그린 작품이 바로 <몽유도원도>다. 안견의 아리아는 현대성악의 튼튼한 골격 아래 국악의 시김새(장식음)를 멋스럽게 녹여낸다. 그는 장편 비극의 서두를 마치 창극의 도창처럼 안내한다. 국악 공부깨나 한 모양이다. 아! 그들이 꿈꾼 찬란한 세상이여, 몽유도원처럼 사라진 부질없는 사랑이여!

창작오페라 <운영>의 한 장면.
창작오페라 <운영>의 한 장면.
지난 23일 서울 남산창작센터 연습실. 다음달 14~15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초연되는 창작오페라 <운영> 연습이 한창이다. 김용범의 극시에 신예작곡가 이근형이 곡을 붙인 이 작품은 2014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오페라 창작산실 지원사업 최종선정작이다.

<운영>은 고대소설 <운영전>에 안견의 그림 <몽유도원도>에 얽힌 비화를 엮어, 궁녀 운영과 젊은 가객 김생의 신분을 뛰어넘은 사랑 이야기로 만들었다. 고대소설이 달빛 아래 서촌을 거닐며 비극적 사랑의 현대오페라로 환생한 것이다.

“그 먹물이 그려낸 날개/ 나는 밤마다 날개를 달아요/ 아 그날 아 그날/ 이 손수건 이 손수건.” 여주인공 운영의 아리아다. 먹물 한 방울로 맺어진 사랑, 첫만남의 떨림과 그리움이 절절하다. 수성궁 안에서 열린 백일장에서 김생이 시상을 다듬어 붓을 드는 순간, 곁에 있던 궁녀 운영의 손등에 먹물을 떨어트린다. 당황한 나머지 손수건으로 닦아보지만 점점 더 퍼지는 먹물. 먹물이 번지듯 두 사람의 연모의 정도 번진다. 오로지 주군만을 섬겨야 할 궁녀에겐 이루어질 수 없는 금기의 사랑이다. 떨림의 치명적 유혹은 궁궐 담을 넘는 위험한 밀회로 이어진다.

“칼날 위에 선 사랑/ 내 눈이 멀고 혀가 굳어가네/ 하늘 뜻 어기고 목숨 바친 사랑/ 그러나 어떤 것도 허락되지 않으리라/(중략) 바람, 사랑은 바람, 한순간 부는 바람/ 한순간 부는 바람 같은 사랑/ 천둥, 무서운 폭풍, 무섭게 부는 천둥/ 무섭게 부는 폭풍 같은 사랑.” 비극적 결말을 예고하는 무녀 금화의 아리아다. 그는 운영과 김생을 잇는 사랑의 메신저다. 사람과 귀신을 잇는 무녀가 궁궐의 안과 밖을 잇고, 남자와 여자를 잇는 것이다.

장수동 연출은 가수의 손을 잡고 한 발짝 앞으로 이끈다. 감정의 고조를 동작으로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때론 친근하게 때론 호통을 치며. 그는 “배경은 고대지만 음악은 상당히 현대적입니다. 대중적인 오페라로 관객들에게 쉽게 다가갈 겁니다”라고 이 작품을 소개했다.

이날 연습에는 오케스트라가 준비되지 않았다. 피아노 선율에 맞춰 김생, 운영, 안평 등 가수들이 노래와 동작을 선보였다. 서울대 교수인 김덕기 지휘자는 ‘명확한 발음’을 주문했다. “수, 성, 궁! 이렇게 끊어 부르면 발음이 명확해지고, 오케스트라 음과 섞이면서 끊어지지 않는 음으로 자연스럽게 들립니다.”

서울오페라앙상블이 올리는 이 작품에는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 인천오페라합창단, 청주시립무용단이 참여한다. (02)2280-4114~6.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사진 서울오페라앙상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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