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가 남미 감성을 담은 새 앨범 <칸토 안티고>(유니버설뮤직)를 지난달 27일 내놨다.
오래된 노래(칸토 안티고·Canto Antigo). 세월에 씻겨 사랑은 풍화됐다. 노랫말마저 사라지고 이제 선율만 남았다. 하지만 선율이 연주되자 사라졌던 노랫말이 되살아난 듯했다. 저릿하고 아련한 옛이야기.
“남미 곡들이라 모든 곡들이 처음엔 낯설었어요. 그렇지만 연주할수록 가슴이 먹먹해졌어요. 남미 음악들이 우리 아리랑처럼 한이 있는 곡들이라 그런가 봐요. 그래서 제겐 이번 앨범이 새로운 시도였고 그만큼 신선하게 다가왔죠.”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가 남미 감성을 담은 새 앨범 <칸토 안티고>(유니버설뮤직)를 지난달 27일 내놨다. 최근 한겨레신문사에서 신지아를 만났다. 영민한 눈을 반짝이며 엷은 미소를 입에 문 그는 인터뷰 내내 바이올린을 무릎에 앉혀 놓았다. 늘 그렇게 해왔고 그게 편하다고 했다. 외국 유학을 다녀오지 않은 순수 국내파 신지아(옛 이름 신현수)는 세계 3대 콩쿠르를 휩쓸며 ‘케이(K) 클래식’의 대표주자로 불려왔다. 4살 고사리손으로 처음 바이올린을 쥔 신지아는 10살 때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에 입학했다. 그때 만난 김남윤 교수는 그에게 음악 선생님이자 인생 선생님이다.
<칸토 안티고>의 곡들은 하나같이 내러티브(이야기)가 담긴 듯했다. 감미로운 선율은 때론 슬프게 때론 유쾌하게 귀를 붙든다.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서 날마다 느낌이 달라요. 오늘은 이런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내일은 또 다른 이야기로 생각되기도 해요. 슬픈 감정이다가 기쁜 감정이다가….”
이번 앨범에는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의 <겨울여행>을 협연한 환상의 기타듀오 이성우와 올리버 파르타시 나이니가 함께했다. 신지아와 이 두 사람의 협연을 통해 오래된 노래는 새로운 노래로 재탄생했다. 앨범에는 모두 16곡이 담겼다.
곡마다 노랫말이 없는 연주인데도 이야기가 빼곡하다. “너를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 멀리서 흐르는 강물아”(오 셰넌도어)에선 미국 초기 모피상들의 카누 여행이 펼쳐지는가 하면, “당신은 나의 천국이고 나는 그대의 밝은 별이기에”(밤의 세레나데)라는 베네수엘라 민요에선 애절한 사랑이 가슴을 찌른다. 쾌활한 이야기도 있다. ‘배가 들어올 때’는 영국 북동부 지역 사투리로 불리는 노래로 ‘아빠의 장단에 맞춰 춤춰라’라는 별칭으로도 알려져 있다.
얼마 전 정년 퇴임한 김남윤 교수와의 에피소드가 궁금했다. “제가 선생님한테 많이 혼났어요. 음악으로 혼난 거보다 그 외의 것들로. 같이 밥을 먹을 때 식사예절부터 해서 걸음걸이까지, 어린 저를 하나의 사람을 만들어 주신 거 같아요. 또 모든 인간미가 음악으로 다 나타난다고 생각하셔서, 음악 외의 것을 많이 가르쳐주셨어요.”
앨범 출시와 맞춰 콘서트도 마련했다. 오는 1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여는 밸런타인데이 콘서트 <칸토 안티고>다. 앨범에 참여한 기타듀오 협연자와 함께 12인조 디토 스트링스도 연주한다. 1부에서는 앨범에 담은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의 포크송을 연주한다. 이어 2부에서는 피아졸라의 ‘망각’(oblivion)과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 등을 들려준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사진 크레디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