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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메치고 엎어치고, 여기 체육관이야?

등록 2015-02-02 19:23수정 2015-02-02 21:09

유도·레슬링·야구…무대 오른 스포츠
쿵! 메치기, 굳히기 등 연극 <유도소년>(큰 사진)은 실감나는 유도기술을 선보인다. 스토리피 제공.
쿵! 메치기, 굳히기 등 연극 <유도소년>(큰 사진)은 실감나는 유도기술을 선보인다. 스토리피 제공.
쿵! 몸이 허공에 떴다가 바닥에 꽂힌다. 메치기다. 이번엔 굳히기!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땀이 비 오듯 흐른다. 쉼 없이 유도 기술들이 펼쳐진다. 경기장에 온 듯 박진감 넘친다. 전북체고라고 적힌 도복 뒤엔 선수 이름도 붙었다. “아따 정신을 못 차리네, 이것들이!” 조금이라도 기대에 못 미치면 선배들의 가혹한 기합이 이어진다. 숨돌릴 틈도 없이 코치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아따, 다음주부터는 죽을 각오해라이, 지옥훈련 들어갈팅게.” 코치는 연극의 웃음코드 역할도 한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5층 연습실. 이거 혹시 체육관에 온 거 아니야? 지난해 이어 다시 무대에 오르는 연극 <유도소년>은 ‘훈련은 실전처럼’이라는 체육계의 격언을 실감하게 한다. 체고를 배경으로 하는 연극이라 유도만 있는 게 아니다. “자, 다음은 복싱! 쉭, 쉭!” 코치와 선수가 펀치를 주고받는다. 그 다음엔 배드민턴. 늘씬한 여학생들이 라켓을 들고 허공을 휙, 휙!

연극 유도소년
체고 배경…무대 위가 바로 경기판
액션 디자이너 두고 ‘진짜 유도’처럼

연극 헤드락
레슬러 며느리-시아버지 옥신각신
혈연 아닌 새로운 가족 탄생 그려

레슬링부 학생 그린 ‘레슬링 시즌’
이승엽 선수 이야기 바탕 연극도

흔히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한다. 경쟁과 좌절을 거듭하며 마침내 훌쩍 성장하는 감동이 담겼기 때문이다. 이런 요소 때문에 영화나 텔레비전은 휴먼드라마 소재로 활용한다. 하지만 공간이 제한적인 연극무대에서 그 감동을 구현해내기는 그리 녹록지 않다. 무대에 오르는 스포츠는 치밀한 각본과 치열한 연습을 필요로 한다.

<유도소년>을 쓴 박경찬 작가는 유도선수 출신이다. 그래서 주인공도 박경찬이다. “나가 박경찬이여~. 유도 메달리스트 최민호, 왕기춘, 김재범! 한판 붙어 불자고!” 경찬 역을 맡은 홍우진, 박훈, 박해수 배우는 영락없는 유도선수다. 이번 공연에선 경찬의 전국체전 4강전과 민욱과 경찬이 복싱과 유도 기술을 총동원해 싸우는 장면을 초연보다 더 실감나게 만들었다.

서정주 액션 디자이너는 배우들이 드라마에 흠뻑 빠질 수 있도록 액션을 만들었다. 영화에서 말하는 무술감독이다. “액션연기는 배우가 돋보이되, 드라마 안에서 녹아들게 했다. 유도를 직접 하는 사람들이 봐도 ‘진짜 유도구나. 고생했겠다’라는 진정성이 느껴지게끔.” 작가로도 참여한 이재준 연출은 이런 유도기술을 실제 연극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 작품은 1990년대 후반의 음악 ‘캔디’(HOT), ‘뿌요뿌요’(UP), ‘폼생폼사’(젝스키스) 등을 사용해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자극하기도 한다. 오는 7일부터 5월3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02)744-4331.

<헤드락>은 여성 프로레슬러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각본 없는 드라마’로 불리는 스포츠를 소재로 한 연극과 뮤지컬이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한강아트컴퍼니 제공
<헤드락>은 여성 프로레슬러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각본 없는 드라마’로 불리는 스포츠를 소재로 한 연극과 뮤지컬이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한강아트컴퍼니 제공
<유도소년>이 실전 같은 연기로 유도와 복싱 등을 그려냈다면, <헤드락>은 프로레슬링을 다뤘다. 헤드록은 이름 그대로 팔로 머리를 죄는 기술이다. 딸 같은 레슬러 며느리를 재가시키려는 시아버지와 재가하지 않겠다는 며느리의 이야기다. 이 두 사람의 옥신각신이 ‘잡으면 놓지 않는’ 헤드록 기술을 통해 표현된다. 결국 이 작품은 헤드록을 통해 ‘혈연이 아닌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보여주고, 과연 우리에게 가족이란 무엇인지 묻는다. 오는 10일부터 22일까지 서울 대학로 스타시티 예술공간 에스엠(SM). (02)3676-3676.

레슬링을 다룬 연극으로는 2012~2014년 국립극단의 청소년극 <레슬링 시즌>이 있다. 왕따, 폭력, 정체성의 혼란 등 불안정한 청소년기의 고민을 레슬링부 학생들의 이야기를 통해 풀어내 국내외의 호평을 받았다. 도전과 응전 그리고 성취라는 스포츠의 다양한 변주가 연극이라는 장르와 잘 결합한 사례다.

뮤지컬도 스포츠를 소재로 한다.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는 야구를 다뤘다. 2014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뮤지컬 육성사업 선정작으로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 대회를 배경으로 야구선수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렸다. 이승엽 선수 등의 실화를 바탕으로 청년들의 고뇌, 선택할 수 없는 인생에 대한 분노, 그리고 스스로 일어나는 용기를 이야기한다. 8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1544-1555.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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