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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수석을 수석이라 부르지 못한 사연은?

등록 2015-02-02 19:26

클래식 용어 번역 ‘혼란’
‘오슬로 필’ 호르니스트 김홍박
영문 직역땐 공동 수석이지만
오해 막기위해 제2수석으로
심포니·필 번역땐 모두 ‘관현악단’
엄연히 다르지만 구분 안돼
김홍박 호르니스트.
김홍박 호르니스트.
지난 1월초 호르니스트 김홍박(32·스웨덴 왕립 오페라 관현악단 호른 제2수석)이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호른 수석으로 임명됐다는 소식을 듣고 인터뷰차 스웨덴에 전화했을 때, 그는 직위를 한글로 표기하는 데에 있어 신중했다. ‘수석’ 대신 ‘제2수석’이라는 표현을 써달라고 요청했다. 영문으로 그의 직위는 코-프린서펄(co-principal) 호르니스트, 직역하자면 ‘공동 수석’ 호른 연주자다. 이를 ‘제2수석’이라 번역하게 된 배경은 꽤나 복잡하다.

악기군별로 각 1명의 수석과 부수석(드물게 차석을 두기도 한다), 평단원으로 이뤄진 보통의 한국 오케스트라들과 달리 유럽과 북미 오케스트라들은 단원 체계 및 명칭이 매우 복잡하다. 나라 또는 문화권의 전통, 악단의 규모나 공연 횟수 등 각각의 사정에 따라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정규 단원이 145명에 이르는 베를린 필에는 악장만 총 3명인데, 그 중 제1악장(1st concertmaster)이 2명, 악장(concertmaster)이 1명이다. 호른 파트에는 1명의 수석을 두고 있다. 오슬로 필은 2명의 악장과 부악장(associate concert master), 제2악장(concert master II)을 거느리고 있고, 호른 파트에는 수석(principal)과 공동 수석(co-principal), 부수석(assistant principal)을 두고 있다. 여기서의 공동 수석이 다른 악단에서는 제2수석이라 불리기도 한다.

여러 명의 악장과 수석(공동 혹은 제2수석 포함)들은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나눠 맡아 각기 담당한 곡에서 리더 역할을 하며, 함께 출연하지는 않는다. ‘수석’이 해당 악기 연주자 전체를 대표하는 위치이지만, ‘공동 수석’ 또는 ‘제2수석’ 역시 자신이 맡은 곡에서는 수석과 동일한 역할과 권한을 가진다. 따라서 이들의 관계를 수직적 위계로 판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반면, 부수석은 같은 곡에서 수석이나 제2수석을 보조하는 역할을 맡는다.

우리나라는 일제 시대 이후 클래식 음악을 본격적으로 수용했기 때문에, 짧은 역사만큼이나 클래식 음악과 관련한 어휘가 부족하다. 이 때문에 적확하지 않거나 일본식 어휘를 쓰는 경우가 많다. 그조차 통일이 되지 않아 같은 개념이 출처마다 다르게 표기된다.

직역하면 이해가 어렵고, 의역하면 왜곡 우려가 있고, 주석을 곁들이면 장황해질 땐 어쩔 수 없이 외국어의 독음을 그대로 표기하는 길 밖에 없다. 심포니 오케스트라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사실상 비슷한 의미로 쓰이지만 일괄적으로 ‘관현악단’이라 번역할 경우 엄연히 다른 런던 심포니와 런던 필, 빈 필과 빈 심포니를 구분할 수 없다.

시대에 따라 한글 번역 표기가 달라지기도 한다. 오는 3월13일 내한하는 베를린방송교향악단(Rundfunksinfonieorchester Berlin)은 과거 독어를 직역한 베를린 라디오 방송 교향악단과 혼용됐지만, 지금은 대체로 방송교향악단으로 번역된다. 한 때 한글 표기가 같아 혼동을 빚었던 서독의 베를린 방송교향악단(Radio-Symphonie-Orchester Berlin)은 명칭이 바뀐 덕에 베를린 도이치 교향악단(Deutsches Symphonie-Orchester Berlin)으로 구분된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사진 목프로덕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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