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스 브루르선. 사진 박경만 기자
고양 킨텍스 ‘북한미술전’ 열고 있는
네덜란드 예술재단 프란스 브루르선
네덜란드 예술재단 프란스 브루르선
“동양의 전통적인 기법으로 그려진 수채화와 수묵화에 관심이 많은데, 북한의 작품들은 이 기법이 매우 잘 보존되고 발전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29일부터 새달 6일까지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북한미술 전시회를 열고 있는 네덜란드 ‘스프링타임 예술재단’의 프란스 브루르선(65·사진) 대표는 4일 이렇게 북한 미술을 평가했다.
‘유럽에서 들려주는 북한 미술전, 숨겨진 보물들이 드러나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전시회에서는 개성 일대에서 수집한 북한 작가 70명의 작품 150여점을 소개하고 있다. 백두산·금강산·칠보산 등을 담은 전통적인 풍경화와 인물화·유화 등 정치성을 배제한 작품들로, 브루르선과 아내 등이 최근 10년 동안 북한을 일곱 차례 방문해 수집한 2500여점 가운데 일부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열린 북한 미술전 가운데 작품이 가장 다양한 편이다.
스프링타임 예술재단은 앞서 2008년 리투아니아와 라트비아의 국립미술관에서 북한 작가 100여명의 작품을 전시하는 등 유럽에서 여러 차례 전시회를 열어 호평을 받았다.
브루르선 대표는 “예술에 대한 호기심과 사랑, 그리고 장기투자에 대한 관심이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나라인 북한을 찾게 만들었다. 전통 기법으로 그려진 수채화·수묵화 외에도 아름다운 캔버스 유화들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현대미술 장르가 발전한 한국과 달리 북한은 전통적인 페인팅 방식이 주류를 이룬다. 회화의 주된 관심은 풍경화로 많은 북한 작가들이 전통의 길을 따르고 있다. 유화로 작업하는 평양 신진 화가들도 있는데 자신만의 표현양식을 탐구해 눈길을 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작가로 “대담한 붓 터치와 감성적인 색감을 사용하는” 정창모와 ‘베이징 아시아미술전’에서 입상한 선우영을 꼽았다. 참신성과 거장의 풍모가 동시에 드러나는 정 작가의 정물화는 대와 소의 조화에 대한 동양의 전통 철학사상을 구현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승희·김성민 작가는 중국 회화의 핵심 요소인 ‘선’(線)의 리드미컬한 패턴과 음악성을 작품 속에 스며들게 한다고 평가했다. 탁효연·김명철·공정권 등의 작품은 이미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있어, 유럽의 수집가들에게 큰 관심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브루르선 대표는 “지금까지 한국 관람객이 볼 수 없었던 한반도의 다른 부분인 북한 예술을 보여줄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과 독일에서도 북한 미술전을 열 계획이다.
고양/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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