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9월 개관을 앞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광주아시아문화전당(이하 문화전당)이 산하 핵심 콘텐츠부서인 문화창조원 이영철 전시예술감독(57·계원조형대 교수)을 최근 갑자기 해임해 이 전 감독이 ‘찍어내기 인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문체부가 이례적으로 별도의 외부 평가위원회를 꾸려 창조원 업무를 집중 조사했으며 평가위원 일부는 김종덕 문체부 장관의 친인척이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영철 감독은 4일 <한겨레>에 보도자료를 보내 “문화전당이 지난달 10일 일방적인 해임을 통보하고, 김종덕 장관의 홍익대 출신 인맥을 문화전당 요직에 기용하면서, 그동안 기획해온 전시내용을 뒤엎는 문화적 테러를 저질렀다”며 “명예회복을 위해 철회를 요구 중이며 수용되지 않으면 해임무효소송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2011년 12월 문화전당의 전시 중심 콘텐츠 기획을 총괄하는 아시아문화개발원 초대원장을 맡은 뒤 2013년 6월부터 문화창조원 전시예술감독으로 일해왔다. 문화전당은 문화창조원 외에 아시아문화정보원, 민주평화교류원, 어린이문화원, 아시아예술극장으로 이뤄져 있다.
이 감독이 밝힌 해임 사유는 1월6일 열린 외부평가위원회의 회의 결과다. 창조원 계획 및 콘텐츠의 구체성 결여, 주요 업무추진 일정 지체, 결과보고서 기한 내 제출 의무 불이행 등 4가지로 개관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이었다고 한다. 외부 인사가 참여한 이 평가위원회는 창조원 콘텐츠 심의위원회가 있는 상황에서 별도로 구성된 조직이다. 김성희 홍익대 미술대학원 교수가 위원장을 맡았고 윤정섭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 은병수 은카운슬 대표, 우은택 카이스트 교수 등이 위원이었다. 이들 가운데 윤정섭 교수는 김 장관과 처남매제 사이로 드러났다. 김성희 교수는 김 장관의 홍대 교수시절 동료, 은병수 대표도 동종 디자인 업계 종사자다. 이 감독은 “평가의 객관성을 보장할 수 없는 위원들을 구성했다. 나를 해임시키려는 목적으로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시아문화개발원은 지난달 30일 창조원 산하 창제작센터장의 위상을 전시예술감독에 준하도록 강화하는 내용으로 정관을 바꾼 뒤 목진요 연세대 디자인예술학부 교수를 센터장으로 임용해 결제 절차를 밟고있다. 목 교수는 김 장관의 홍대 시각디자인과 후배다. 이와 관련해 사업에 참여했던 이리트 로고프 런던 골드스미스대 교수 등 일부 전문가는 최근 김 장관에게 전시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며 항의서한을 보냈다. 이경윤 개발원 사무국장은 “이 감독의 전시계획이 계속 일정대로 진행되지 않고 그가 재직했던 학교에서도 교수로 복귀하라고 지난해 10월 명령을 내린 상황에서 원만한 개관일정을 위해 그를 해임하고 콘텐츠계획을 전면 재검토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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