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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역사의 기억 공유하게 하는 예술의 힘 믿죠”

등록 2015-02-05 19:09수정 2015-02-05 20:37

케테콜비츠가 1922~23년 제작한 ‘전쟁 ’연작판화의 일부인 ‘어머니들’. 전쟁 포화의 공포에 짓눌린 채 아이들을 손으로 감싸안은 어머니와 아이들의 절망어린 표정과 자태를 담은 명작이다. 사진 노형석 기자
케테콜비츠가 1922~23년 제작한 ‘전쟁 ’연작판화의 일부인 ‘어머니들’. 전쟁 포화의 공포에 짓눌린 채 아이들을 손으로 감싸안은 어머니와 아이들의 절망어린 표정과 자태를 담은 명작이다. 사진 노형석 기자
서울서 ‘콜비츠 판화’ 대형 회고전 차린
일본 사키마 미술관 사키마 미치오 관장
“그림은 기억을 이끌어내는 힘입니다. 저는 제가 선 땅의 역사를 기억하려고 미술관을 운영해왔습니다.”

일본 평화미술의 본산으로 꼽히는 오키나와 사키마 미술관의 사키마 미치오(69) 관장은 부리부리한 눈매를 빛내며 ‘예술과 기억’에 대한 열변을 토해냈다. 평화박물관건립추진위(상임이사 한홍구)의 요청으로 20여년 수집한 독일의 민중미술 거장 케테 콜비츠(1870~1938)의 판화 컬렉션으로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에서 대형 회고전을 차린 것도 역사의 기억을 모두가 공유하도록 만드는 예술의 힘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고 했다. 전시에서는 19세기말부터 20세기 1·2차 세계대전 시기까지 콜비츠가 만든 민중판화 50여점과 걸작 조각상 ‘피에타’ 등을 두루 볼 수 있다.

이번에 단독전시된 콜비츠의 조각 ‘피에타’상. 독일 베를린의 노이에 바흐(평화기념관)’에 전시된 ‘피에타’ 대작이 유명하다. 사진 노형석 기자
이번에 단독전시된 콜비츠의 조각 ‘피에타’상. 독일 베를린의 노이에 바흐(평화기념관)’에 전시된 ‘피에타’ 대작이 유명하다. 사진 노형석 기자
4일 전시기획에 관여한 재일동포 학자 서승씨의 서울 낙원동 사무실에서 그와 만났다. 대학시절부터 콜비츠 판화에 심취했다는 그는 흑백목판화 프린트 한점을 보여주며 열정적인 어조로 설명을 했다. 콜비츠가 1922~23년 제작한 <전쟁>연작 중 ‘어머니들’이란 작품이었다. “검은 화면 속 온힘을 다해 아이들을 껴안으려 애쓰는 어머니가 있습니다. 품 속 아이들은 어딘가 물끄러미 보고만 있고 어머니의 표정은 과연 아이들을 지켜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합니다. 전쟁의 잔혹한 기억을 민중의 표정을 통해 생생히 되살려낸 거지요.”

전쟁 고통에 시달리는 가족 군상은 이 전시의 핵심 작품들이다. 1, 2층에서 1914년 1차 세계대전 이전과 이후로 나눠 판화들을 선보이고 있는데, 1층에 후대인 1~2차 대전시기의 작품을 먼저 부각시켰다. 동프로이센의 유복한 집안 출신이었지만, 민중의료에 헌신한 남편의 영향으로 빈민, 노동자, 농민들의 억압받는 삶을 담게된 콜비츠는 아들과 손자가 잇따라 전사한 1차 대전과 2차 대전 시기 전쟁의 고통에 신음하는 여성과 아이들, 가족들의 군상을 주로 담게 된다.

독일 민중미술 거장 케테 콜비츠의
전쟁 고통 시달리는 가족 군상 그린
판화 50여점·피에타상 등 두루 선봬

작년 광주 비엔날레 ‘홍성담 사태’로
항의성명·철수하려다 일부 전시도
“이제야 온전히 작품 의미 살려 기뻐”

“콜비츠는 전쟁터의 비참을 직접 묘사하지 않습니다. 자식 잃은 어머니의 슬픔, 가족들의 공포를 담으면서 전쟁을 본질적으로 비판하지요. 평화박물관은 애정을 갖고 작품 배치 등에서 배려를 해줬습니다. 작은 피에타 조각상을 1층 독립공간에 놓은 것도 좋았어요. 사실 지난해 광주 전시는 너무 충격이 커서…”

그의 말대로 출품작들은 지난해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전 ‘달콤한 이슬’에도 선보인 바 있다. 그러나 함께 내려던 홍성담 작가의 대통령 풍자 작품 전시를 광주시가 거부하면서 빚어진 사태들은 사키마 관장에게 상처와 모멸감을 안겨주었다. “2000년 광주비엔날레 때 5·18의 아픔을 형상화한 작품들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어요. 그래서 특별전에 출품요청에 응했던건데, 홍 작가 전시가 무산되면서 오키나와와 광주의 민중을 예술로 잇는 계기가 되리란 기대도 깨졌어요. 항의성명을 냈고, 철수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콜비츠가 나치 탄압을 받던 시기에도 ‘예술가로서 손을 내뻗치겠다’고 다짐한 것을 떠올리면서 전시는 계속하기로 했지요. 서울에서나마 온전히 콜비츠 작품의 의미와 가치를 살릴 수 있게 돼 기쁩니다.”

80년대말부터 수집한 그의 콜비츠 컬렉션은 “대학 때 중국 문호 루신을 존경해 20~30년대 루신이 낸 잡지들을 탐독한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30년대 <북두>란 잡지에 콜비츠 판화 <희생>이 실린 것을 보았는데, 루신의 설명글을 읽으면서 작가를 알고 싶어 수집을 시작했습니다.”

판화 ‘어머니들’ 앞에서 작품을 설명하는 사키마 미치오 관장의 모습. 사진 노형석 기자
판화 ‘어머니들’ 앞에서 작품을 설명하는 사키마 미치오 관장의 모습. 사진 노형석 기자
사키마 미술관은 오키나와 섬 후텐마 미군기지 코앞에 자리잡고 있어 현지에서 반전평화미술의 메카로 각인되고 있다. ‘히로시마 원폭도’로 유명한 마루키 부부 작가의 대작 ‘오키나와 전쟁도’를 필두로 지역의 소외된 삶과 역사 등을 다룬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고, 홍성담, 정주하씨 등 한국작가들과의 교류전도 꾸준히 열어왔다. “한국, 중국, 대만 예술인들과 연대해 세계화에 맞서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게 소망”이라는 그는 “이 전시가 작은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반전을 넘어 새로운 인간들의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게 진정한 평화운동입니다. 전시를 통해 인간의 아픔을 공유하며 평화를 위한 세상을 만들자는 콜비츠의 메시지를 같이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4월19일까지. (02)735-5811~2.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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