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통해 생기있는 삶 보여주고 싶다” 레날드 조바니네티
“음악 통해 생기있는 삶 보여주고 싶다”
“<나부코>는 굉장히 강렬하고 힘있는 음악을 요구하지만 그렇다고 음악이 무거워서는 안돼요. 좀더 섬세하게 연주해 보세요.”
28일 오후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상주하고 있는 일본 도쿄 신주쿠의 도쿄 오페라 시티타워 빌딩 지하 1층 연습실 입구에 들어서자 귀에 익은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연주가 들려왔다. 연습실 문틈으로 은발의 건장한 노인이 무대 앞 단상에서 입으로는 노래를 읊조리고 발을 구르며 젊은 단원들을 독려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정은숙)이 다음달 5일부터 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올리는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에서 음악 지휘를 맡은 프랑스 지휘자 리날드 죠바니네티(73)이다.
도쿄 필하모닉 이끌고 10월5일부터 서울서 공연
“로마 카라칼라 페스티벌서 3개프로덕션 작품 모두 연주
고령이지만 어려움은 없다” 마르세유 극장에서 음악감독과 극장장을 지냈던 그는 이번 서울 공연에서 중이염 악화로 첫 한국방문을 취소한 지휘자 다니엘 오렌을 대신해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지휘봉을 잡는다. 그는 “갑자기 지휘 요청을 받았지만 그동안 유럽 전역에서 수많은 오페라를 지휘했고, <나부코>는 로마 카라칼라 페스티벌에서 3개 프로덕션의 작품을 모두 연주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어려움이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그는 빈 필하모니, 런던 필하모니,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을 지휘했으며, 프랑스의 국립 오페라극장과 이탈리아 베로나 야외극장, 뉴욕 카네기홀, 시카고 리릭 오페라극장, 독일 프랑크푸르트 오페라극장 등 세계적인 무대에서 수많은 오페라를 무대에 올린 경험 많은 지휘자이다. 전날인 27일 저녁 프랑스에서 도쿄에 도착한 그는 일흔이 넘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이날 낮 12시부터 저녁 7시까지 프레이즈마다 꼼꼼한 해설을 곁들이며 100여 명의 단원들과 호흡을 맞추는 강행군으로 노익장을 과시했다.
“음악가들은 음악하는 동안에는 피곤하지 않습니다. 연주회가 끝나고 집에 가면 곤죽이 되어버리지만 지금은 피곤함을 느끼지 못하죠. 예술가들은 다 그렇지 않을까요?” 지독한 연습벌레로 소문난 그가 마르세유 예술감독 시절 극장장이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좀더 잘하라”고 주문하자 그들이 “지금 지휘자가 우리를 죽이려고 하고 있다”고 불평했다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특히 그와 도쿄 필은 1976년에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연주 이후 29년만의 만남이어서 더욱 뜻깊다. 그는 “30년 전에 비해 놀랄 만하게 좋아진 것 같다. 오늘 처음 연습을 했는데 오케스트라가 준비가 잘 되어있더라”며 “내가 원하는 대로 잘 따라준다. 정말 좋은 오케스트라이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좋은 지휘자는 오케스트라 단원과 성악가들에게 좋은 음악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그는 “오케스트라를 오페라처럼 숨도 쉬고 여유있게 노래하듯이 지휘하려고 한다”고 자신의 지휘철학을 설명했다. 한국방문이 처음인 그는 “세계사에 관심이 많아 한국전쟁과 남·북한 관계, 한·일 관계를 잘 알고 있다”고 밝히면서 “서울공연에서 음악을 통해 완전하지는 않지만 생기있는 삶을 보여주고 싶다”고 약속했다. 유럽 무대에서 오페라 전문 지휘자로 잘 알려진 죠바니네티는 처음에는 파리 대학에서 수학과 물리학을 전공하고 수학교사 생활을 했으나 다시 파리 음악원에서 첼로를 배워 첼리스트로 활동하다 지휘자로 변신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도쿄/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로마 카라칼라 페스티벌서 3개프로덕션 작품 모두 연주
고령이지만 어려움은 없다” 마르세유 극장에서 음악감독과 극장장을 지냈던 그는 이번 서울 공연에서 중이염 악화로 첫 한국방문을 취소한 지휘자 다니엘 오렌을 대신해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지휘봉을 잡는다. 그는 “갑자기 지휘 요청을 받았지만 그동안 유럽 전역에서 수많은 오페라를 지휘했고, <나부코>는 로마 카라칼라 페스티벌에서 3개 프로덕션의 작품을 모두 연주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어려움이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그는 빈 필하모니, 런던 필하모니,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을 지휘했으며, 프랑스의 국립 오페라극장과 이탈리아 베로나 야외극장, 뉴욕 카네기홀, 시카고 리릭 오페라극장, 독일 프랑크푸르트 오페라극장 등 세계적인 무대에서 수많은 오페라를 무대에 올린 경험 많은 지휘자이다. 전날인 27일 저녁 프랑스에서 도쿄에 도착한 그는 일흔이 넘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이날 낮 12시부터 저녁 7시까지 프레이즈마다 꼼꼼한 해설을 곁들이며 100여 명의 단원들과 호흡을 맞추는 강행군으로 노익장을 과시했다.
“음악가들은 음악하는 동안에는 피곤하지 않습니다. 연주회가 끝나고 집에 가면 곤죽이 되어버리지만 지금은 피곤함을 느끼지 못하죠. 예술가들은 다 그렇지 않을까요?” 지독한 연습벌레로 소문난 그가 마르세유 예술감독 시절 극장장이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좀더 잘하라”고 주문하자 그들이 “지금 지휘자가 우리를 죽이려고 하고 있다”고 불평했다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특히 그와 도쿄 필은 1976년에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연주 이후 29년만의 만남이어서 더욱 뜻깊다. 그는 “30년 전에 비해 놀랄 만하게 좋아진 것 같다. 오늘 처음 연습을 했는데 오케스트라가 준비가 잘 되어있더라”며 “내가 원하는 대로 잘 따라준다. 정말 좋은 오케스트라이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좋은 지휘자는 오케스트라 단원과 성악가들에게 좋은 음악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그는 “오케스트라를 오페라처럼 숨도 쉬고 여유있게 노래하듯이 지휘하려고 한다”고 자신의 지휘철학을 설명했다. 한국방문이 처음인 그는 “세계사에 관심이 많아 한국전쟁과 남·북한 관계, 한·일 관계를 잘 알고 있다”고 밝히면서 “서울공연에서 음악을 통해 완전하지는 않지만 생기있는 삶을 보여주고 싶다”고 약속했다. 유럽 무대에서 오페라 전문 지휘자로 잘 알려진 죠바니네티는 처음에는 파리 대학에서 수학과 물리학을 전공하고 수학교사 생활을 했으나 다시 파리 음악원에서 첼로를 배워 첼리스트로 활동하다 지휘자로 변신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도쿄/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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