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스페이스K 제공
송현주의 ‘플레이그라운드-워 게임’전
작가 송현주씨의 전시장은 각종 전투기와 폭격기의 도면, 프라모델 재현품으로 가득하다. 2차세계대전 당시 진주만을 공습한 일본의 명품 전투기 제로센(도판)과 융단폭격의 대명사인 미국의 B-29 등의 정밀한 이미지들과 70년대 영국, 독일, 이탈리아가 공동개발한 토네이도 초음속 전투기의 동체도 보인다.
광주 농성동 스페이스K_광주에서 열리고 있는 송씨의 개인전 ‘플레이그라운드-워 게임’(Play Ground-War game)은 독특한 전쟁 전시다. 어릴 적 장난감 비행기로 전쟁놀이를 즐겼다는 작가는 군 복무 시절 미국 항공모함 실물을 목격한 것이 계기가 돼 프라모델 조립과 군용기 미술에 빠졌고, 그 뒤 열차례의 개인전과 기획전을 통해 ‘전쟁’을 줄곧 탐구해왔다. 출품작들은 20세기 전투기 프라모델을 해체해 함께 뒤섞어놓거나 그 모던한 기체를 묘사한 그림들이다. 살상무기를 해체, 재조합하고 부각시키는 행위는 낯선 전쟁의 이미지이자, 일종의 의도화된 유희란 점에서 모순적이다. 차갑고 매끈한 기계 미학이 돋보이는 그의 전투기 회화와 프라모델 작업은 전쟁의 잔혹성을 놀이로 희석시킨다. 24시간 뉴스채널과 에스엔에스로 포연 자욱한 전장을 동영상중계로 생생하게 엿볼 수 있는 오늘날, 전쟁은 본질과 동떨어진 채 이미지 게임처럼 소비된다. 송 작가의 전시는 평화를 갈망하는 목소리가 높은 이 시대에도 지구촌 구석구석에서 포화가 끊이지 않는 잔인한 게임이 진행중이라는 사실을 섬뜩하게 상기시킨다. 3월12일까지. (062)370-5948.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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