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장민승씨
영상작가이자 디자이너 장민승(36)씨가 한국 미술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으로 꼽히는 ‘2014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을 받았다. 에르메스 재단은 1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메종에르메스 도산파크에서 시상식을 열어 장 작가에게 상패와 상금 2000만원을 수여했다고 밝혔다. 그는 영화감독 장선우(63)씨의 외아들이다.
장씨는 지난해 4월 디자이너 슬기와 민, 작가 여다함과 더불어 이 미술상의 최종 후보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장씨는 뒤이어 지난해 12월19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메종에르메스 도산파크 지하 1층 전시장에서 열린 후보작가 3인전에 참여해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은유적으로 형상화한 영상+소리 작품 연작 ‘보이스리스(Voiceless)’를 출품했으며, 전시평가를 포함한 2차 심사를 통해 최종 수상자로 확정됐다.
‘보이스리스’는 일본 전통시 하이쿠의 싯구를 수화로 재현한 여성 춤꾼의 몸짓을 처연한 음악과 함께 보여주는 ‘검은 나무여’와 막막한 바다의 풍경을 동영상으로 담은 ‘둘어서 보았던 눈’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음악가 정재일씨와 협업한 출품작은 정교한 만듦새와 세월호 사건의 참상을 복기하는 시적이면서도 강렬한 메시지 등으로 호평 받았다. 재단 쪽은 “사회의 무겁고 비극적인 주제를 섬세하고 감성적인 예술적 언어로 표현하며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이 훌륭했다. 동시에 여러 장르의 매체를 익숙하게 다루었다는 점에서 국내외 심사위원들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장씨는 만능예술인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20살 때 아버지 장선우 감독의 <나쁜 영화>(1997)의 영화음악을 맡으면서 창작을 시작했다. 이후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 등 영화 20여편의 음악 작업에 참여했으며 인디음악그룹인 황신혜 밴드의 멤버로도 활약했다. 2000년대부터 주로 가구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주한외국대사관 집무실들을 담은 사진연작과 옥인아파트 철거과정에서 바라본 서울 인왕산 기슭의 수성동 풍경을 다룬 사진들을 찍어 전시했다. 지난해엔 경남 함양의 상림의 숲 산책길을 정교한 화면과 음악으로 담은 힐링영상물을 정재일씨와 함께 제작, 공개해 화제가 됐다.
에르메스는 프랑스에 본사를 둔 다국적패션기업으로, 2000년 이 회사의 한국법인인 에르메스 코리아가 처음 이 상을 제정했다. 한해 가장 돋보이는 문제의식과 작품역량을 보여준 젊은 소장작가들에게 주로 주어지며, 유망작가들의 대표적인 등용문으로 꼽히고 있다. 2000년 첫회 상을 영상작가 장영혜씨가 수상한 이래, 박이소, 서도호, 박찬경, 구정아, 임민욱, 양아치, 구동희씨 등 한국현대미술계의 대표작가들 다수를 수상자로 배출해왔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에르메스재단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