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공연] 연극
아이 손잡고 ‘고추장 떡볶이’ 하하호호
마음까지 세탁 ‘오아시스세탁소…’
‘헤비메탈 걸스’ 마흔살 소녀들 응원
아이 손잡고 ‘고추장 떡볶이’ 하하호호
마음까지 세탁 ‘오아시스세탁소…’
‘헤비메탈 걸스’ 마흔살 소녀들 응원
`5일 동안 이어지는 설 연휴. 휴식이 긴 만큼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연극 나들이에 나서는 건 어떨까? 가족의 의미를 곱씹고, 고단한 일상을 깨고 새로운 삶을 꿈꾸는 ‘웃픈’ 작품들을 골라봤다.
■ 아이와 함께, 부부·연인이 함께
초등학생, 유치원생 자녀를 둔 가족은 <고추장 떡볶이>가 제격이다. 8년 동안 인기를 누려온 스테디셀러인 이 연극은 부모와 아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가족극이다. 엄마의 과보호 속에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어린 형제가 엄마가 없는 동안 스스로 떡볶이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훌쩍 성장하는 모습을 그린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빵빵 웃음을 터뜨린다. 물론, 부모는 웃음 속에서 아이들과의 관계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즉흥연주를 곁들인 공연이 끝나면 극장 마당에서 ‘아딸’의 후원으로 컵 떡볶이를 나눠주는 행사도 진행한다. 설 연휴를 맞아 가족할인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연휴 기간에 4인 이상 가족이 예매하면 어른, 아이 구분 없이 모든 좌석에서 1만2000원으로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3월1일까지 서울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 18, 19일은 쉰다. 1544-1555.
가볍게 즐길 만한 연극도 많지만, 인생을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무대도 마련된다. <비극의 일인자>는 죽은 아내와 대화하는 노벨상 수상 작가 고일봉을 내세운 작품이다. 인생과 존재, 시간의 유한성을 다룬 묵직한 주제다. 진지한 관객은 물론이고, 부부·연인끼리 찾아 인생과 가족의 의미를 되짚어 볼 수 있을 것이다.
고일봉은 자신이 쓴 비극들이 비극이 뭔지도 모르고 쓴 엉터리에 불과하다고 자책한다. 관객의 심금을 울릴 비극을 쓰는 동안 병든 아내가 죽어가는 순간을 살피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한편에선 젊은 작가가 최고의 비극을 쓰기 위해 머리를 싸맨다. 삶과 죽음에 대해 아내와 대화를 나눈 작가는 깨닫는다. 죽음은 너무 흔하다고, 죽는 자의 슬픔은 결코 자신이 알 수 없다고, 한 사람의 일생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남은 자의 것이라고. 21일까지 서울 국립극장 별오름극장. (02)764-7462.
■ 인생 세탁하고, 로커로 변신해볼까
아, 고달픈 내 인생을 누가 세탁 좀 해줬으면…. 내친김에 아예 헤비메탈 그룹이나 만들어 볼까? 고단한 일상을 희비극적으로 풀어낸 연극들도 설 연휴 관객들에게 손짓한다.
먼저 ‘관객 마음의 때를 빼고 주름을 펴주겠다’는 연극 <오아시스세탁소 습격사건2>를 주목할 만하다. 물질만능 시대에 삶의 의미를 찾는 서민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세탁소 사장 강태국과 아내 장민숙, 딸 강대영과 염소팔 등 관객의 사랑을 받았던 주요 캐릭터들이 1편에 이어 등장한다.
2편에서는 세탁소 사장이 가장과 아버지로서 느끼는 안타까움과 무기력함을 베테랑 배우들을 통해 무겁지 않게 표현했다. 낯선 손님이 세탁을 맡겨둔 옷에서 지갑이 사라졌다며 찾아오면서 늦은 밤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폐막 기간은 따로 정하지 않았다. 서울 대학로 미마지아트센터 풀빛극장(오아시스극장). (02)507-6487.
‘마흔살 소녀들’의 헤비메탈 도전기 <헤비메탈 걸스>는 정리해고 대상에 오른 40대 직장여성들의 애환을 담았다. 지금의 40대 전후 직장인들은 대학 졸업 즈음에 외환위기를 맞았다. 겨우 취직을 했지만 금융위기가 터진데다 기업은 구조조정을 감행하고 비정규직이 넘쳐나는 틈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꿈을 포기하자니 아직 젊고, 새로운 꿈을 꾸자니 너무 늦은 30, 40대 직장 여성들을 응원하는 연극이다.
한편으로 이 작품은 헤비메탈 음악의 자유로움을 이야기한다. 2014년 앨범 <핸드 오브 갓>(Hand Of God)으로 데뷔한 헤비메탈 그룹 ‘이그나이터’의 기타리스트 이남우를 비롯해 연극 <내 심장의 전성기>에서 헤비메탈을 지도한 김진수, 정민화, 김반석, 최정현이 참여해 음악적 완성도를 높였다. 3월1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그린씨어터. (02)744-7090.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연극 오아시스세탁소 습격사건2 / 사진 각 극단 제공
연극 비극의 일인자 / 사진 각 극단 제공
연극 헤비메탈 걸스 / 사진 각 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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