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너리 1.5>의 한 장면.
대구안무가 장유경이 올려
2013년 문예위 우수작품 선정
전국 돌다 다시 서울무대
2013년 문예위 우수작품 선정
전국 돌다 다시 서울무대
안무가 장유경은 동해안 한적한 어촌을 지나다 문득 장구 소리를 들었다. 자유롭게 울리던 가락이 이내 흩어지자 가슴 한편이 서늘해졌다. 그 장구 소리의 장단이 바로 동해안 별신굿의 ‘푸너리장단’이었다. 그때 기억을 되살려 소박한 듯 화려하고 단순한 듯 현란한 작품을 엮어냈다. 바로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장유경무용단의 춤 <푸너리 1.5>다(사진).
‘푸너리’는 동해안 별신굿에서 가장 대표적인 춤으로 ‘풀어낸다’라는 뜻이다. 푸너리는 민중 연희, 무속 예능, 마을 단위의 축제 등을 아우른 종합예술적 성격을 지녔다. <푸너리 1.5>는 경상도 사투리를 빼닮은 민중의 애환을 오롯이 담아냈다. 동해의 거친 풍랑에 부대끼고 백두대간 험준한 자락에 몸을 맡겨 살아온 우리네 고단한 삶이 돋을새김됐다. 참으로 속 깊은 가락과 동작은 안무가의 손에 의해 섬세하게 무대 언어로 번역됐다.
작품은 2013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우수작품으로 초연됐다. 전통 무속음악과 움직임을 현대적인 무대와 움직임으로 재창조해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동시에 받았다. 서울 초연 이후, 지역 공연도 이어졌다. 2014년 재공연 지원작으로 선정돼 이번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1.5’는 1과 2의 중간이며 경계다. 동해안 별신굿이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이라면, <푸너리 1.5>는 삶과 죽음의 중간 또는 경계점인 현재를 뜻한다. 얽히고 묶인 현재를 풀어냄으로써 살고 죽는 모든 것들을 수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장유경 안무가(계명대 무용과 교수)는 이렇게 작품을 설명한다. “늘 우리는 경계선에 한발 올려놓은 채 살아간다. 내 발밑에 놓인 경계선은 내 의지이기도 하고, 때론 내 의지와 상관없는 하늘의 뜻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눈물도 헛헛한 웃음도 제 속내로 감춘 안과 밖의 1.5일는지도 모른다. 이제 푸너리장단과 가락에 허튼춤을 추고자 한다.” 이달 24, 25일 이틀 동안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02)2263-4680.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사진 엠씨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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