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진 국립오페라단 신임 예술감독 겸 단장이 24일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 밀실인사’ 논란에 휩싸였던 한예진 국립오페라단 신임 예술감독 겸 단장이 24일 갑자기 사의를 표명했다. 그동안 추천 과정의 불투명성과 전문성 부족 등을 이유로 자진사퇴를 요구해온 한국오페라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한 단장의 이탈리아 연주 경력 조작 의혹 등을 담은 자료를 문화체육관광부에 내며 임명 철회를 압박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한 단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일신상의 사유로 다 내려놓고 이만 물러나겠다. 여러 논란 속에 도전적인 의욕보다 좌절감이 크게 앞서 더 이상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뜻을 펼쳐볼 기회조차 없이 언론을 통해 비쳐지는 모습에 가족들이 상처받고, 개인 과거 일까지 들추어 가족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자리에 꼭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가 들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오페라 관련 7개 단체로 구성된 비대위가 ‘청와대 추천 개입설’을 제기하며 전문성 부족 등을 문제 삼아 사퇴를 요구했으나, 한 단장은 최근까지도 물러날 뜻이 없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었다.
이에 비대위는 한 단장이 임명 과정에서 내놓은 이탈리아 연주 경력 등이 조작되거나 부풀려졌는지를 자체 조사해 지난 17일 문체부에 전달했다고 한다. 비대위 쪽 관계자는 “문체부에서 26일까지 답을 주겠다고 밝혔다. 이런 부분이 한 단장한테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체부 쪽은 이에 대해 “비대위의 자료를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체부는 다만 “사전에 한 단장한테서 거취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다”며 “현재 경위를 파악중이며 그가 사표를 내는 대로 공식 절차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문체부의 부실 인사 책임 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비대위는 한예진 단장을 상대로 법원에 업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한편, 한 단장을 임명한 김종덕 문체부 장관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었다.
손준현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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