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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절친’ 김애란의 소설 무대 올리는 기분? 두근두근!

등록 2015-02-26 19:28수정 2015-02-26 19:37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99학번 절친인 김애란과 추민주가 연극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원작자와 연출가로 만났다. 24일 서울 종로구 관철동 연습실에서 출연진들이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99학번 절친인 김애란과 추민주가 연극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원작자와 연출가로 만났다. 24일 서울 종로구 관철동 연습실에서 출연진들이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연극 ‘두근두근 내 인생’ 연출가 추민주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99학번 절친. 극작과를 나온 소설가 김애란(35)과 연출과를 나온 연출가 추민주(40), 두 사람이 연극 <두근두근 내 인생>의 원작자와 연출가로 만났다. 아이엠에프 구제금융의 한파가 뼛속까지 몰아치던 1999년, 두 사람이 만난 세상이 바로 ‘두근두근 내 인생’이었다. 그 엄혹한 시기에 왜 그들은 한 끼 밥이 되지 못하는 예술을 선택했을까? 추민주는 그때를 또렷이 기억했다.

“집안의 반대는 이루 말할 수 없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하고싶은 걸 해야겠다고 용기를 낸 거죠. 그런 친구들끼리 만났을 때 반가움, 이렇게 재주있는 애가 있을까라는 반가움, 자기의 재능을 다 까발려야 하니까, 절망하고 서로 위로하고 그랬죠. 정말 가슴이 두근두근했죠. 터질 것 같았어요.”

서울 이문동 고시원에 살던 추민주는 빨래 널 자리가 마땅치 않았다. 옆 건물에 사는 친구 김애란의 자취방 문을 두드렸다. 친구는 볕 잘 드는 옥상에 빨래를 널고, 마른 옷을 곱게 개어 되돌려줬다. 예쁘게 접힌 빨래를 받은 추민주는 떡볶이로 보답했다. 상도 없는 자취방 바닥에 떡볶이를 놓고 먹었다. 추민주는 그때의 꿈을 되새겻다. “신났죠. 학교 안은 완전히 새로운 세계고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무슨 일이든 생길 것 같은 느낌. 애란이는 ‘걸어다니는 문장’, 모든 말이 문장이었어요.”

연극 <두근두근 내 인생>은 가장 어린 부모와 세상에서 가장 늙은 아들의 이야기다. 17살의 대수와 17살의 미라 사이에서 태어나 17살이 된 아름이. 아름이의 17년은 누구보다 빠르게 흘러 아름이를 여든 얼굴을 한 노인으로 만들었다.

지난 23일 서울 관철동 연습실에서 만난 추민주 연출은 집요하고 지독했다. 그는 제11회 한국뮤지컬대상 작사극본상을 받는 등 이미 널리 이름을 알린 연출가다. 연습 장면은 술을 먹은 아버지가 병실을 찾아오는 대목. 배우들의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다시 시킨다. 벌써 네번째다. 배우들의 감정을 ‘착취’한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추민주 연출이 그렇게 한 데는 이유가 있다.

김애란과 한예종 99학번 절친
2011년에 직접 원작 선물받고
처음 읽고 느낀 감정 연극으로
동명 영화와 달리 아이의 관점
“두근거림 직접 보게 하는 게 연극
친구가 하고자 했던 이야기 구현”

“가족 중에 아픈 사람이 있다면 자연스레 알게 되는 감정이죠. 가족을 지켜려 애쓰는 아빠한테 술냄새가 난다는 것. 아, 아빠 마음이 몹시 아프구나. 그때 그런 아빠를 모른 척 해주는 것. 그런 미묘한 감정과 시선들이 오갈 때, 이 장면이 진짜 완성될 거라고 배우들한테 얘기했어요.” 아름이를 맡은 배우는 눈이 그렁그렁해졌다. “아, 저 못 하겠어요. 눈물이 막 나려고 해요”라고 했다. 연습은 잠시 중단됐다. 추민주는 “아름이의 감정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 미리 정하고 연습하는 건 아니잖아요. 갈 데까지 가보는 게 전 중요해요. 이 장면만 잘 풀면 다른 장면들은 저절로 풀려요.”

(왼쪽부터) 추민주, 김애란
(왼쪽부터) 추민주, 김애란
이 작품은 송혜교 강동원이 나오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소설, 영화와 다른 점이 궁금했다. “소설에서 읽은 것을 진짜 눈으로 보게 하는 게 중요해요. 아름이의 눈으로 두근거림을 직접 보게 하는 게 연극이지요. 영화에서는 엄마 아빠의 눈으로서 아픈 아들을 본다면, 연극에서는 아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게 서로 달라요. 아름이의 눈으로 보면, 상상력이 더 커진다고 봐요.”

추민주 연출은 이번 연극을 올리면서 김애란 작가와 어떤 얘기도 나누지 않았다. 2011년 이미 <두근두근 내 인생>의 벅찬 감정을 가슴 속에 쟁여뒀기 때문이다. “애란이한테 책을 선물 받고 많은 얘길 나눴어요. 처음 읽었을 때 그 느낌을 최대한 살려, 연극으로 옮기는 데 집중했어요. 작가의 직접적인 말보다는 작품 안에서 얘기하고자 했던 것을 구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할까요?”

오용, 정문성, 이규형, 이율, 최정인, 곽선영 등이 출연한다. 3월 13일부터 5월 25일까지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1644-1702.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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