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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용재 오닐의 ‘재즈 비올라’…저 아득한 곳의 영감

등록 2015-03-01 20:29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37)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37)
3일 재즈콘서트 ‘로맨티스트’
“사적이고 세심, 때론 우울한 재즈
어스름한 음색 비올라와 잘 어울려
존 콜트레인 등 거장 곡 많이 준비
새로 배울땐 익숙한 것 내려놔야죠”
인성(人聲)을 닮은 나직하고 따스한 울림, 다른 악기들을 부드럽게 아우르는 포용력. 클래식 음악에서 비올라가 지니는 특성은 재즈로 옮겨 가도 고스란히 미덕이 된다.

“어스름한 비올라 특유의 음색이 재즈, 특히 발라드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앙상블 디토’를 이끄는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37)이 재즈로 눈을 돌렸다. 감수성이 예민했던 10대 중반 ‘보사노바의 아버지’ 안토니우 카를루스 조빙(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음악에 반해 비올라로 연주해보던 그가 20여년 만에 제대로 재즈 콘서트를 열 계획을 세웠다. 3월3일 더블베이시스트 성민제, 팝피아니스트 윤한, 크리스 리, 재즈밴드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로맨티스트’라는 제목으로 스탠더드 재즈 레퍼토리들을 들려준다.

연주회를 앞두고 이메일로 만난 그는 “재즈는 사적이고 세심하며, 어떤 면에서는 지극히 우울하고, 때로는 대단히 파괴적이기도 한 장르로 내게 영감을 준다”고 밝혔다. 또한 “바이올린 분야에는 이미 스테판 그라펠리 같은 훌륭한 재즈 바이올리니스트가 존재하지만 비올라에는 아직도 다양한 장르를 시험할 기회가 열려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의 숨은 조력자 중 한 명은 재즈에 대한 감각이 돋보이는 현대음악 작곡가 겸 색소폰 연주자 존 존(John Zorn)이다. 비올라와 비슷한 음역대를 연주하는 그의 알토색소폰 연주는 리처드 용재 오닐에게 강한 자극제가 됐다. “친구 존 존은 재즈에 관해 제게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인물이죠. 몇년 전 밀라노에서 그가 색소폰으로 실험적인 재즈곡을 연주하는 걸 들었는데, 격렬하고 열광적인 음향을 선보였어요. 올해 디토 페스티벌에서도 존 존의 곡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이번 공연에서 리처드 용재 오닐은 자신이 아끼는 조빙의 곡 ‘하우 인센서티브’와 데이브 브루벡의 ‘테이크 파이브’, 존 콜트레인의 ‘러시 라이프’를 독주로 들려주고 아이셤 존스의 ‘잇 해드 투 비 유’, 냇 킹 콜의 ‘러브’ 등을 다른 연주자들과 합주한다.

“대표적인 재즈 거장들의 작품 중에서 서로 다른 시대와 스타일의 곡들을 선정했어요. 그중 존 콜트레인은 정말 대단한 재즈의 거장이자 역사상 최고의 예술가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해요. 기교와 음색은 물론이고 즉흥연주의 안정감이 믿을 수 없을 만큼 대단해요. 꾸밈음 하나도 과하거나 부족함 없이 완벽하죠.”

리처드 용재 오닐은 지금까지 슈베르트 연가곡 ‘겨울나그네’, 집시음악, 탱고 등 다채로운 레퍼토리 발굴과 장르 확장으로 ‘레퍼토리 부족’이라는 비올리스트의 한계를 뛰어넘어왔다. 그러나 재즈는 또다른 차원의 도전이다. 정해진 음표와 박자, 악상기호를 정확히 따르던 클래식 음악 연주자에게 즉흥적이고 자유분방한 재즈가 어색하거나 어렵지는 않을까. 토슈즈를 신고 재즈댄스를 추는 발레리나를 떠올리며 물음을 던졌다.

“어떤 음악을 새롭게 배울 때는 (익숙한 것을) 내려놓을 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도로 훈련되어 있다면 내려놓을 수 있어요. 음악 혹은 예술이 아무리 자유로운 형태로 보여도 우연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란 없고, 적든 많든 계획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사진 크레디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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