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춤 <페이크 다이아몬드>의 모습.
6~7일 현대춤 ‘페이크 다이아몬드’
아티스트그룹 ‘콜렉티브 에이’
물질만능에 빠진 사회 풍자
차진엽 예술감독 “괴물 된 인간들”
아티스트그룹 ‘콜렉티브 에이’
물질만능에 빠진 사회 풍자
차진엽 예술감독 “괴물 된 인간들”
여성 춤꾼들은 아기 주먹만 한 풍선과 아기 머리만 한 풍선을 가슴과 엉덩이에 채웠다. 발을 앞으로 내디디며 한번, 다시 한번 용수철처럼 몸을 튕겼다. 탄력을 받은 발디딤새가 무릎, 엉덩이, 가슴, 머리를 통과하자 온몸이 물결처럼 굽이쳤다. 춤꾼은 풍선으로 부풀려진 가슴을 더 과장되게 뻐겼다. 만화처럼 튀어나온 엉덩이를 더 익살스럽게 실룩였다. 그리곤 스스로 감동하듯 어깨를 으쓱했다. 주제의식이 선명하다. 바람 든 가슴엔 팽창하는 욕망이 가득 찼다. 허영이고 허세다. 그러므로 발디딤새는 위태롭다. 밟으면 푹 꺼지는 크레바스 같다. 인간의 욕망과 허영의 날갯짓이 부나방처럼 미망의 불꽃 속으로 뛰어든다.
지난 2일 서울문화재단 남산창작센터 3층 연습실. 차진엽 안무·연출의 현대춤 <페이크 다이아몬드>(Fake Diamond)의 연습이 한창이다. ‘페이크’는 거짓, 모방, 가짜를 뜻한다. 이 춤판은 1막 20분, 인터미션 20분, 2막 25분으로 짜였다.
눈여겨볼 대목은 막간의 20분이다. 휴식시간임에도 로비 곳곳에서 4개의 춤판이 벌어진다. 디퍼의 비보잉, 양문희의 아프리칸 댄스, 서일영의 팝핀, 배인혁의 하우스 댄스다. 춤은 서로 영역을 넘나들기도 한다. 아프리칸 댄스는 여러 부족의 한과 축제를 담은 제의 형식이다. 우리의 탈춤이나 굿을 연상시킨다. 4개의 춤판은 1막의 느낌을 여운으로 이어가면서 2막의 공연내용을 예고한다.
여기서 춤판의 의미는 이분법을 넘어 새롭게 확장된다. 로비 공연은 ‘로비이면서 무대’라는 공간의 확장이고, ‘휴식이면서 공연’이라는 시간의 확장이다.
연습 중 잠시 짬을 낸 차진엽의 얘기를 들었다. 그는 말을 아꼈다, 춤꾼은 결국 춤으로 말한다며. 작품의 배경에 대해서만 짧게 설명했다. “물질만능에 빠진 사회를 풍자했죠. 갑을관계, 세월호 사건, 정파간 편가르기, 연예인 등등. 때론 직설적으로 때론 은유적으로. 그런 사회에서 괴물이 돼가는 인간의 모습을 그렸어요. 유전자조작물질(GMO) 등으로 돌연변이로 변하는 모습을 생각한 거죠.”
연습이 재개됐다. 남성 춤꾼 두 명이 나란히 마네킹처럼 걷는다. 껴안았다 밀치고, 주먹질하며 싸운다. 그리고 상대의 노란 깃발을 뺏는다. 깃발은 실제 공연 때는 황금깃발로 바뀐다. 곧 욕망의 아귀다툼이다. 여성 춤꾼들은 일제히 팔을 축 늘어뜨렸다. 기력이 다해 손에 쥐었던 욕망을 내려놓는 모습이다. 그런데 인간은 과연 아집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
<페이크 다이아몬드>는 새로운 예술언어를 개척하고자 모인 아티스트그룹 ‘콜렉티브 에이’(Collective A)가 만들었다. 차진엽이 예술감독이다. 오는 6~7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02)3668-0007.
손준현 기자, 사진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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