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5월27일’.
공간소극장 재개관 기념무대
34년전 열린 시낭독퍼포먼스
같은 장소서 똑같이 재연
34년전 열린 시낭독퍼포먼스
같은 장소서 똑같이 재연
34년 전 그 무대, 그 몸짓 그대로였다. 좁은 소극장 바닥. 시인은 웅얼웅얼 뜻없는 말들을 곱씹고, 옆에 앉은 미술가는 손톱을 깎았다. 툭툭 손톱 깎는 소리가 스피커에서 울리면서 시인의 우물거리는 음성 사이로 리듬을 넣는다. 의미없는 말들과 사물의 소리가 뒤범벅된 이 퍼포먼스의 제목은 ‘1981년5월27일’.
원로 전위미술가 김구림(79)씨와 시인 조정권(66)씨. 두 사람이 1981년 5월27일 서울 계동 공간사랑 소극장에서 펼쳤던 퍼포먼스를 4일 낮 같은 장소에서 34년 만에 다시 풀어냈다. 머리칼 희끗해지고 얼굴엔 주름이 늘어났지만, 똑같은 소품 들고 81년 난장의 분위기를 진중하게 재연해 갈채를 받았다. 지난해 9월 고 김수근 건축가의 공간사옥을 인수해 아라리오뮤지엄을 차린 아라리오그룹(회장 김창일)이 사옥 안 공간소극장 재개관을 알리면서 두 작가에게 부탁해 마련한 자리다. 같은 ‘공간’이지만, 다른 시간, 다른 관객 앞에서 펼쳐진 난장은 두 작가의 뜻깊은 재회 자리이기도 했다. 공간소극장은 70~80년대 사물놀이, 실험예술 등 신선한 콘텐츠로 문화계 오아시스로 자리잡았던 명소였다. 이 퍼포먼스는 김 작가가 당시 상파울루 비엔날레 초청전시를 앞두고 사전 작업의 하나로 제안해 이뤄졌다. “기존 시화전의 틀을 벗어나 소리끼리 맞부딪히는 좀더 자유로운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김구림), “프랑스에서 유행한 음성시를 국내에 선구적으로 펼쳐 보였던 작업”(조정권)이었다고 두 사람은 회고했다. 80년 광주의 충격으로 실어증에 걸린 당대 문화예술의 내면을 표출했다는 평가도 있다.
재개관한 소극장에서는 이달 말 색소폰 연주자 강태환씨의 공연을 시작으로, 명창 배일동씨 등 중견 예술인들의 ‘마스터스 스테이지’가 이어질 예정이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1981년 5월27일 서울 계동 공간사랑 소극장에서 펼쳤던 퍼포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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