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traditional) 혹은 정통적(authentic). 마레크 야노프스키(76)가 지휘하는 독일 음악에는 이런 수식어가 붙는다. 그가 걸어 온 길을 살펴보면 독일 음악, 그중에서도 낭만음악에 천착해 왔음을 알 수 있다. 브람스, 슈만, 브루크너, 바그너 등이 야노프스키의 대표 레퍼토리다. 청중이 그에게 가장 기대하는 것 역시 다른 어떤 악단보다도 확고한 독일 낭만주의 사운드다.
야노프스키가 오는 13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자신이 13년째 이끄는 베를린 방송교향악단의 지휘봉을 잡는다. 이들은 지난 2009년과 2011년 브람스 교향곡 1번과 3번을 각각 연주한 데 이어, 이번에 교향곡 2번을 들려준다. 천천히 전곡 사이클을 완성해가는 셈이다.
“정통 독일 사운드를 내려면 오케스트라로부터 어두운 소리를 이끌어내야 한다.” 야노프스키는 최근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독일 사운드의 본질이란 무엇이며 당신은 그 음색을 만드는 데에 있어 어떤 것을 중시하느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는 “현악기 음색이 프랑스나 이탈리아 오케스트라에 비해 더 무겁다”며 “브람스와 같은 낭만주의 레퍼토리에 적합한 소리”라고 설명했다. 그는 음색을 만드는 일 못지않게 작품의 구조를 명확하게 살리는 데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온전한 뼈대 위에 살을 제대로 붙일 수 있듯 음색의 표현 역시 구조적인 토대 위에서 제대로 이뤄지는 법이다. “브람스를 연주할 때는 대위법적 양식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대위법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각 성부의 셈여림을 재조정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야노프스키는 브람스 교향곡이 자신에게는 ‘걸작의 정의’라고 말했다. “어떤 작품을 반복해서 지휘할 때면 리허설과 콘서트 과정에서 새로운 것을 재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이 내가 진정한 걸작을 마주하고 있다는 증거예요. 브람스 교향곡 4곡은 모두 해당하죠.”
또한 이번에 연주할 2번 교향곡에 대해서는 “브람스의 교향곡 중 가장 생기있고 즐거운 곡”이라고 설명했다.
“브람스는 인생에서 비교적 늦은 시기에 교향곡 작곡을 시작했습니다. 1번 교향곡 경우 음색이나 작곡 아이디어가 베토벤의 후기 교향곡과 연관되어 있어요. 베토벤 9번 교향곡의 특별한 관습을 따르려 했다는 것을 강하게 느낄 수 있죠. 1번 교향곡에서는 브람스가 교향곡에 접근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음이 엿보이기도 합니다. 이 점이 2번 교향곡에서는 훨씬 나아졌어요. 발전부에서 1번 교향곡처럼 악기를 두텁게 배치하지 않고 음색을 한결 편안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협연자인 바이올리니스트 프랑크 페터 치머만(50)의 내한 역시 뜨거운 기대를 모은다. 2009년 뉴욕필과의 협연 이후 6년 만에 내한하는 치머만은 현재 독일 바이올리니스트의 계보에서 가장 핵심적인 인물이다. 그는 이번 무대에서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다.
김소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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