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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이 손바닥만한 책에 희곡의 미래 꼭꼭 채웠다

등록 2015-03-09 19:50수정 2015-03-09 22:10

희곡전문포켓북 출판사 자큰북스의 김해리 대표는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대학로 서울연극센터에서 “극작, 연출, 공연, 출판이 하나로 연결된 선순환 구조를 꿈꾼다”고 밝혔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희곡전문포켓북 출판사 자큰북스의 김해리 대표는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대학로 서울연극센터에서 “극작, 연출, 공연, 출판이 하나로 연결된 선순환 구조를 꿈꾼다”고 밝혔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희곡전문출판사 ‘자큰북스’ 김해리 대표
가로 13㎝ 세로 19㎝. 40~50쪽. 값 3000원.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책이다. ‘작지만 큰 책’을 표방한 희곡전문 출판사 자큰북스가 만들었다. 비록 손바닥만 하지만, 1시간 30분짜리 연극을 올릴 분량이다. 김해리(30) 자큰북스 대표는 배우, 극작가, 연출가다. 지난달 26일 서울 대학로 서울연극센터에서 그를 만났다. 김해리는 “극작-연출-공연-출판이 선순환하는” 꿈을 꾸고 있었다.

김해리는 ‘기매리’다. 소리 나는 대로 적은 것으로, 극작·연출을 할 때 쓰는 이름이다. “해리라는 남자 이름보다 매리가 훨씬 여성스럽지 않나요?” 김해리는 대학로 극단 ‘마방진’에 들어가 2010년 고선웅이 연출한 <칼로막베스>에서 조연출을 맡았다. 80년 5월 광주를 다룬 명랑신파극 <푸르른 날에>의 2011년 초연 때는 시민군으로 출연했다. “작은 배역이었지만 ‘우리 죽어도 잊지 말아달라’는 대사가 기억에 남아요.” 그러다 희곡을 쓰기 시작한 것은 소설 <광염소나타>를 각색하면서부터다. 그 작품으로 연출 입봉을 한 그는 지난해 <두 덩치>에서 극작과 연출을 겸했다.

“공연 뒤 잊히는 희곡 아까워”
2013년부터 출간…일곱 권째
‘10분 희곡 릴레이’ 18편도 묶어
가로 13㎝·세로 19㎝ 책 1권
1시간 30분짜리 연극 분량

김 대표, 배우·극작가·연출 겸해
“극작-연출-공연-출판 다 연결
선순환하는 멋진 연극판 만들고파”

궁금했다. 배우·극작·연출도 모자라 희곡전문 출판사까지 차린 까닭은 뭘까? 인쇄소 사장님들 표현대로 “어린 여자애가 왜?” 미국의 작은 학교에 교환학생으로 갔다가 희곡 포켓북을 만났다. 한국에 돌아와 인터넷을 통해 산 영미권 희곡들도 거의 포켓북이었다. “우리도 이런 게 있었으면 좋겠네”라고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공연하고 나면 잊히는 희곡들이 아까웠다. 더 오래 보존해 많은 사람이 읽고, 외국에도 널리 알리고 싶었다. 큰맘을 먹었다. 2013년부터 희곡을 출판하기 시작했다. 재정은 어떻게 충당이 될까? “제가 벌어서요(웃음). 어머니한테도 늘 빚지죠. 꿔달라고.”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그렇게 낸 책이 벌써 일곱 권째다. 기매리 작 <두 덩치>, 오세혁 작 <우주인>, 송경화·장은진 작 <사통팔달 최팔달> 등이다. 최근에 낸 비교적 큰 책 <수요일엔 빠알간 희곡을>(8000원)엔 모두 18편이 실렸다. 서울연극센터 연극전문 웹진 ‘연극인(in)’의 화제코너 ‘10분희곡 릴레이’에 참여한 작품들이다. 이 희곡들은 6월24일까지 18주 동안 수요일마다 서울연극센터 1층에서 ‘낭독공연’으로 관객과 만난다. 온라인의 원고가 오프라인의 낭독공연과 희곡집으로 되살아난 것이다.

김해리, 아니 기매리는 이번 낭독공연에서 네 작품의 연출을 맡았다. “낭독공연도 관객을 모아야 하니까, 좀 더 쉽게 만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해요. ‘10분희곡 릴레이’는 시간이 짧은데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서울연극센터에서 하는 장점도 있어요.” 극장이 아닌 친근한 일상 공간에서 연극을 올리니, 배우와 관객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25일 낭독공연은 자큰북스 수익 개선에 ‘작지만 큰’ 도움이 됐다. “공연을 하면서 책이 17권이나 나갔어요.” 김해리는 가지런한 이를 내보이며 웃었다.

작은 책은 큰 꿈을 꾼다.

“작가랑 연출이랑 공연이랑 출판이 다 연결돼서 선순환하는 멋진 연극판을 만들고 싶어요.” 우선은 출판된 희곡의 낭독공연을 통해 피드백을 받아, 본 공연으로 연결할 생각이다. 낭독공연한 음원으로 팟캐스트를 만들고, 책에 큐아르(QR)코드를 넣어 스마트폰에서도 듣게 하는 방법도 구상 중이다.

내친김에 젊은 작가뿐 아니라 오태석, 박근형 같은 ‘어른들’(김해리의 기준으론 50살 이상)의 희곡도 출판해볼 참이다. 봄을 앞둔 연극센터 유리창으로 오전의 환한 햇살이 쏟아졌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사진 자큰북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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