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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엑소’ 팬 1만명 은빛 물결 넘실…‘에드 시런’ 원맨쇼도 놀라웠네

등록 2015-03-09 19:53수정 2015-03-09 21:08

아이돌 그룹 엑소.
아이돌 그룹 엑소.
‘같은날 다른 느낌’ 두 공연 가보니
8일 오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들머리부터 노점상들이 득실거렸다. 아이돌 그룹 엑소 멤버 얼굴이 새겨진 쿠션, 지갑, 컵, 수건 등이 펼쳐져 있었다. 이른바 비공식 ‘구즈’(goods). 아이돌 스타 얼굴이 새겨진 기념품을 뜻하는 팬덤 용어다. 공연이 열리는 체조경기장 부근에 공식 구즈를 판매하는 천막이 있었다. 엑소 소속사인 에스엠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곳이다. 에스엠 관계자는 “오전 9시께 문을 여는데, 이날은 오전 6시부터 팬들이 줄을 섰다. 남들보다 좀 더 일찍 사려는 경쟁심이 발동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대한 관객에 다가간 엑소
무대에 작은 수영장 만들기도
팬들 일사불란한 응원 눈길

엑소 공연 관객은 선택받은 소수다. 7~8일과 13~15일 다섯 차례 열리는 엑소의 두번째 단독 콘서트 티켓 7만장은 판매 즉시 눈 깜짝할 새 다 나갔다. 예매 사이트 동시 접속자가 120만명까지 몰려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스탠딩석도 입장 순서가 정해져 있어 굳이 서둘러 나올 필요가 없는데도, ‘예매 전쟁’ 승리자들은 아침 일찍부터 나와 축제 분위기를 만끽했다. 대부분 여성이었는데, 10대가 많았지만 20~30대도 적지 않았다. 공연장 주위 안내원들은 영어·중국어·일본어로도 안내했다.

오후 4시 공연의 막이 오르자 체조경기장이 은빛 물결로 넘실댔다. 1만4000여 관객들이 엑소를 상징하는 은빛 발광봉을 일사불란하게 흔들었다. 다른 색깔 불빛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여기서 파란색이나 빨간색 발광봉을 흔드는 행위는 야구장 홈팀 관중석 한가운데서 원정팀 유니폼 차림으로 앉아 있는 상황과 비슷할 것 같았다. 손펼침막 같은 다른 응원 도구도 보이지 않았다. 공연장 곳곳에는 “개인 응원 도구 사용 금지”라는 글귀가 붙어 있었다. 에스엠 관계자는 “손펼침막, 수건 등을 흔들면 공연 관람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외국인 관객이 손펼침막을 들고 흔들다가 안내원으로부터 제지당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너비 50m 높이 25m의 대형 무대에서 엑소는 화려하면서도 아기자기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작은 수영장으로 변한 무대에서 수중 퍼포먼스를 보여주는가 하면, 멤버들이 커피 자판기 안 난쟁이로 분장하고 커피를 만드는 귀여운 무대도 펼쳤다. 멤버 10명이 하나하나 멘트를 하며 관객과 교감했고, 객석으로 뻗어가는 무대를 통해 최대한 관객 가까이 다가갔다. 이날 부른 28곡 중 9곡이 공연에서 처음 공개하는 신곡이었다. 선택받은 관객들이 2시간40분 내내 특혜를 누리는 기분을 충분히 느낄 법했다.

에드 시런 영국 싱어송라이터.
에드 시런 영국 싱어송라이터.
엑소 공연이 채 끝나기 전, 바로 옆 핸드볼경기장으로 향했다. 이날 오후 6시부터 영국 싱어송라이터 에드 시런의 첫 내한공연이 예정돼 있었다. 그는 지난달 열린 영국 음악 시상식 ‘브릿 어워드’에서 ‘올해의 앨범’과 ‘최우수 영국 남성 솔로 아티스트’를 수상하며 2관왕에 올랐다. 데이미언 라이스, 제이슨 므라즈의 계보를 이어 요즘 가장 떠오르고 있는 싱어송라이터로 평가받는다. 공연장 앞에 시디 등을 파는 천막이 마련돼 있었지만, 사람들이 많이 몰리진 않았다. 3500여명이 든 객석에는 남녀 관객이 두루 있었는데, 여성이 좀 더 많았다. 10대는 거의 보이지 않았고 대부분 20~30대였다.

통기타 메고 혼자 선 에드 시런
여러 명 연주하듯 소리 덧대
꽉찬 사운드로 관객 홀려

에드 시런은 통기타를 메고 혼자 무대에 올랐다. 그는 ‘루프 스테이션’이라는 장비를 활용해 마치 여러 명이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하는 듯한 효과를 냈다. 먼저 기타를 두드려 베이스 드럼 같은 소리를 낸 뒤 이를 녹음해 반복하고, 그 위로 기타를 연주하고 녹음해 반복하는 식이다. 허밍을 하는 자신의 목소리도 녹음해 반복한 뒤 그 위로 또 노래하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소리를 켜켜이 쌓아올려 꽉 차고 풍성한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그야말로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무대였다. 포크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때론 록 음악처럼 격렬했고, 직접 랩을 하는 대목에선 힙합 음악 같았다. 관객들은 손을 치켜들고 위아래로 흔들며 노래를 따라 부르는 등 자유분방하게 공연을 즐겼다. 발광봉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대신 ‘싱킹 아웃 라우드’를 부를 때 관객들은 일제히 스마트폰 플래시를 밝히고 흔들었다. 에드 시런 팬클럽이 사전에 약속하고 관객들에게 알린 ‘깜짝 퍼포먼스’였다. 에드 시런은 감동한 듯 “한국 사람들은 어메이징하다. 케이팝 뮤직도 어메이징하다. 앞으로 자주 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객석 사진을 찍었다. 앙코르 무대까지 끝난 뒤에도 관객들은 마지막 곡 ‘싱’의 후렴구를 부르며 자리를 뜨지 않았다. 공연장을 떠나야 하는 순간의 아쉬움은 엑소 팬이든 에드 시런 팬이든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에스엠엔터테인먼트·프라이빗커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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