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한 삼각관계’ 전
양아치·고이즈미·쉬전 세 작가
수작 선보이지만 간극 못메워
‘불협화음의 하모니’ 전
‘다른 국적 하나의 선율’ 일본 영상
대만작가 냉전 잔재 작업 눈길
양아치·고이즈미·쉬전 세 작가
수작 선보이지만 간극 못메워
‘불협화음의 하모니’ 전
‘다른 국적 하나의 선율’ 일본 영상
대만작가 냉전 잔재 작업 눈길
새봄을 맞는 요즘 국내 미술계 한켠의 전시 화두는 뜻밖에도 ‘동아시아’다.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가 7일부터 한국, 일본, 중국, 대만 작가 12명의 공동전시인 ‘불협화음의 하모니’(29일까지)를, 서울시립미술관은 ‘미묘한 삼각관계’란 제목아래 주목받는 한·중·일 소장작가 3명의 작품들로 동아시아 현대미술을 짚는 특별전(5월10일까지)을 꾸렸다. 다기한 세 나라 작품들을 통해 한국과 중국(대만), 일본의 시각문화 현주소와 차이를 짚어보려는 전시들이다. 최근 동아시아 3국인 한국·중국과 일본의 외교관계가 과거사 문제로 수렁에 빠진 만큼 두 전시의 콘텐츠들이 지닌 시사적 맥락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시립미술관이 야심작으로 내놓은 ‘미묘한 삼각관계’ 전은 뛰어난 개별작품과 달리, 기획은 다소 실망감을 안겨준다. 출품한 세 작가들의 문제의식, 상상력 사이에 극명한 차이가 두드러지는데, 전시는 그 간극을 꿰지 못한 채 따로따로 보여주기에만 급급하다. 한국 작가 양아치는 내면의 불안과 공포를 귀신, 황금산 등의 괴기스러운 가상 이미지로 드러낸 설치, 영상 작품을 보여주는데, 일본과 중국 작가는 차원이 전혀 다른 과거사, 미술 상품화 등을 직설적으로 건드린다.
유럽에서 작업중인 일본 작가 고이즈미 메이로의 작업은 논쟁적 담론을 담았다. 일본의 배타적 민족주의, 군국주의의 유전자가 여전히 현대 일본인들의 의식 한켠에 똬리틀고 있음을 다큐적 영상으로 까발린다. 태평양 전쟁 당시 자살특공대(가미카제)로 차출된 젊은 비행사 역할을 맡은 배우가 대본을 읽으면서 울컥해져 ‘사무라이 정신’‘자랑스럽게 죽겠다’며 절규하는 장면은 섬뜩하고 불편하다.
도쿄의 행인들에게 1900~1945년 사이 일본사의 중요 사건을 묻고 대답을 듣는 ‘오럴히스토리’란 영상도 비슷한 느낌이다. 잘 모르겠다고 얼버무리거나 1000여년전 고대사나 60년대 베트남 전쟁을 꺼내는가하면, 진주만 공격을 대역사로 찬양하는 등의 대답들이 입만 클로즈업 된 화면으로 쏟아진다.
중국 작가 쉬전은 고대 중국보살상과 그리스신상의 머리를 거꾸로 붙인 폭력적인 설치작품과 상하이의 슈퍼마켓을 재현한 설치작업을 통해 시장광풍이 불고있는 중국현대미술의 현주소를 까발린다. 이처럼 개별적인 작품들이 보여주는 독특한 울림과 달리,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으로 성사된 이번 전시는 유망작가들의 수작들을 뚝딱 붙여놓고 명분만 포장했다는 혹평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김홍희 관장은 최근 <한겨레>인터뷰에서 “미술관의 기획 인프라는 갖춰놔도 표가 안난다. 겉으로 대충 전시꾸려 구색 맞추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가 경계한다던 그 맹점이 이 전시에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불협화음의 하모니’는 규모가 크지 않지만, 동아시아를 휘감았던 과거 냉전과 이념의 잔재 등을 살펴보는 수작들이 나온다. 서로 다른 국적의 음악연주자들이 피아노 앞에서 하나로 뭉쳐 선율을 만들어내는 다나카 고키의 기록영상과 남한의 북파공작원처럼 냉전시기 대만정부가 미국중앙정보국과 비밀리에 운영했던 본토 침투부대 생존자들의 비극을 담은 대만작가 천제런의 아카이브 작업들이 눈에 들어온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기괴한 동물상을 빚어낸 한국 작가 양아치의 설치작품
중국 작가 쉬전의 ‘상-아 슈퍼마켓’
일본 작가 고이즈미 메이로의 영상 ‘젊은 사무라이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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