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류조각가회가 서울 관훈동 나무화랑에서 21일까지 열고 있는 ‘투바이투’(TWO by TWO)전에 존재의 실존성이 뭉클하게 와닿는 배씨의 인물상들이 나왔다. 손을 몸에 붙이고 엎드리고 눕고 거꾸로 매달리거나, 고개를 숙이고 직립한 청동인간들의 군상이 관객들과 대면하고 있다.
조각이 무용지물 취급받는 디지털 시대에 배형경(60) 조각가는 청동인간들의 군상을 고집스럽게 만들어내고 있다. 거친 금속성 질감에 간신히 이목구비와 수족만을 남긴 인간 군상들의 얼굴과 몸에는 처연한 분위기가 감돈다. 자본과 이권이 득세하는 시대의 탁류에 짓눌려 감정을 잊거나 비워내야 하는 지금 우리들의 고달픈 삶과 생각을 떠낸 형상들이다. 전후 서구의 조각 거장 알베르토 자코메티(1901~1966)가 빚어낸 ‘꼬챙이 인물상’의 실존적 분위기를 떠올리게도 되지만, 작가의 조형적 터전은 전혀 다르다. 그는 오래전부터 동아시아의 전통 불상을 탐구하며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불가의 ‘비움’과 잇닿는 인간의 근원적 형상을 지금 시대상 속에 구현하려 애써온 것이 지난 20여년 그의 작업이었다. “남자도 여자도 아닌 그 형상은 우리 내부의 본질적 형상”을 추구하고 탐색해온 작업이라고 미술평론가 김종길씨는 평한다.
한국여류조각가회가 서울 관훈동 나무화랑에서 21일까지 열고 있는 ‘투바이투’(TWO by TWO)전에 존재의 실존성이 뭉클하게 와닿는 배씨의 인물상들이 나왔다. 손을 몸에 붙이고 엎드리고 눕고 거꾸로 매달리거나, 고개를 숙이고 직립한 청동인간들의 군상이 관객들과 대면하고 있다. 작품들은 요즘 전시장에서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덩어리진 양감과 형상성이 도드라지는데, 닫힌 전시 공간 속에서 더욱 선뜩한 존재감을 내뿜는다. 작고한 조각가 권진규, 류인이 이룩한 한국 구상 인물조각의 맥을 잇고 있다는 점에서도 울림을 주는 작업들이다. 가볍고 얇은 스테인리스 강판을 오려 모던하고 팝적인 조각공간을 만들어낸 김정희 조각가의 작품들이 함께 선보이면서 색다른 대비를 보여준다. (02)722-7760.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도판 나무화랑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