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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진짜 모정은 동그라미를 넘을까 말까

등록 2015-03-19 19:26

사진 국립창극단 제공
사진 국립창극단 제공
국립창극단 신작 ‘코커서스의 백묵원’
국립창극단의 ‘다른 창극’ 실험이 계속된다. 이미 스릴러 <장화홍련>, 그리스 비극 <메디아>를 통해 소재를 ‘다르게’ 접근했다. 지난해 <안드레이 서반의 다른 춘향>에서는 아예 ‘다른’을 제목에 넣었다. <메디아>에서 판소리가 서양을 노래했다면, 이 작품에선 서양이 판소리를 노래했다. 다름은 두 가지다. 춘향가를 바탕으로 하되 춘향을 체제저항 인물로 그린 것이 첫째요, 오페라 연출의 거장이 교직한 현대적 상징이 번뜩이는 무대가 둘째다. 하지만 아쉬웠다. 판소리를 바탕으로 삼아 다양한 실험을 보여주는 ‘음악적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립창극단의 신작 <코커서스의 백묵원>(베르톨트 브레히트 원작)은 ‘음악적 다름’을 시도한다. 판소리를 기본으로 하되, 국악과 서양음악이 자연스레 결합한다. 바이올린 4대,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 등 7대의 현악기는 소리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화성이 들어간 합창은 서양음악적인 느낌을 더 짙게 한다.

작창·작곡을 맡은 김성국 교수는 “이번 작품을 통해 실험하고자 한 것은 ‘판소리의 소리 틀을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을까’입니다. 전통을 뼈대로 새로운 선율어법으로 실험할 부분이 분명히 있거든요. 합창 등에서 기존 판소리와는 어긋나는 음계들이 들릴 겁니다”라고 했다.

재일동포 연출가 정의신 창극 도전
브레히트 원작…‘솔로몬 재판’ 다뤄
7대 현악기·합창 넣어 판소리 확장

지난 17일 서울 국립극장 안 국립창극단 연습실에선 <코커서스의 백묵원> 연습이 한창이었다. 법정에 모였던 사람들이 겉옷을 벗었다. 하얀 옷이 나왔다. 사람들은 둥글게 원을 그리며 손을 맞잡았다. 이어 노래를 불렀다. 계면조의 애잔한 선율은 가슴 속 현악기(심금)를 투명하게 울린다. “남자들은 전쟁에 나갔네/ 여자들은 남겨지고/ 폭격음과 비명이/ 언젠가 그날처럼 거리에 넘쳐나네/(중략) 이 세상이 원처럼 하나로 이어지도록/ 평화와 사랑으로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우리들은 원을 그리네.”

이 원무 장면은 브레히트의 원작에는 없다. 극본과 연출을 맡은 정의신이 만들어 넣었다. “1막에서 이별한 사람들이 마지막 장면에서 다시 만나도록 표현했습니다.” 이별과 이산이라는 ‘디아스포라 상흔’을 치유하는 평화의 원이라는 게 정 연출의 설명이다. ‘자이니치’(재일동포) 정의신이 전쟁과 갈등으로 생긴 디아스포라 정서를 ‘평화와 사랑’으로 풀어낸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요컨대, 브레히트는 백묵으로 그린 동그라미(백묵원)를 표현했지만, 정의신은 ‘사람이 백묵이 되어 그린 평화의 동그라미’를 창조한 것이다.

이 작품은 전쟁 통에 아이를 버린 영주 부인과 그 아이를 대신 기른 하녀의 양육권 소송을 다룬다. 재판관은 백묵원 안에 아이를 세워 놓고 두 여인에게 아이의 팔을 잡아당기게 해 진짜 엄마를 가려낸다. 구약성서의 솔로몬 재판과 포청천의 ‘석회 동그라미 재판’에서 따왔다. 21~28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02)2280-4114~6.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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