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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당신의 오랜 꿈, 자 지금 크레셴도!

등록 2015-03-24 19:45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들의 모임 한국생활예술음악인협회가 28일 출범한다. 그중 하나인 ‘엠에스필하모닉’ 단원들이 21일 서울 서초동 연습실에서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연주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들의 모임 한국생활예술음악인협회가 28일 출범한다. 그중 하나인 ‘엠에스필하모닉’ 단원들이 21일 서울 서초동 연습실에서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연주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프로 무대 접수한 ‘아마 오케스트라’
소년은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들으며 두 팔을 허공에 사정없이 내저었다. 언젠가 이 곡을 지휘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소년에겐 버킷 리스트였다. 이제 49살이 된 지휘자 김기웅은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엠에스(MS)필하모닉을 이끌며 그 꿈에 도전하게 됐다. 걱정이 앞섰다. 이 곡을 연주해본 단원이 거의 없는데다, 아예 처음 들어본 경우도 수두룩했기 때문이다.

김기웅의 지휘봉이 ‘진격’을 알렸다. 중저음의 음향이 부르르 바닥을 울리며 치솟았다. 웅장한 화음은 사방 벽을 휘돌아 연습실을 채우고, 연주자들의 가슴을 벅찬 희열로 채웠다. 바로 <전람회의 그림>의 마지막 곡 ‘키예프의 대문’이다. 호른 4개, 튜바 1개, 콘트라바순 1개, 파곳 2개 등 관악과 콘트라베이스 6개 등 현악으로 중무장한 오케스트라는 우렁찬 팀파니의 구령에 맞춰 기갑부대처럼 성문을 힘차게 밀고 들어갔다. 마침내 키예프 성은 ‘함락’ 됐다. ‘80인의 기사’는 아마추어의 한계라는 대문을 열어젖힌 것이다.

엠에스필 등 생활인 오케스트라
20~50대 직장인부터 주부·학생들
오래전 접었던 음악 열정 꺼내고
뒤늦게 악기 배워 ‘인생 이모작’도

작년 경연대회 참가팀 모여
한국생활예술음악인협회 출범
28~29일 세종문화회관서 공연

지난 21일 서울 서초동 코리안 팝스 오케스트라 연습실. 엠에스필은 토요일마다 한 번에 15만원을 내고 여기서 연습한다. 20~50대 직장인, 주부, 학생들로 구성된 엠에스필은 ‘뮤직 스토리’의 영문 앞글자를 땄다. 단원들은 “연주를 하면 즐거워진다. 그래서 일주일 내내 합주하는 날만 기다린다.” 직장인의 경우에는 “회사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확 달아난다.”

저마다의 소리가 모여 교향악이 되듯, 단원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오케스트라를 시작했다. 대학생 딸을 둔 사진작가 민지영씨는 쉰 살이 넘어 첼로를 배우기 시작했다. 50대에 음악으로 ‘인생 이모작’을 시작한 것이다. 남편도 민씨를 위해 악보를 확대해주는 등 ‘외조’에 열심이다. 대학에서 건축연구원으로 일하는 허석재(31)씨는 어릴 때부터 음악이 좋았다. 하지만 ‘딴따라는 안된다’는 집안 반대로, 대학 진학 뒤에야 바이올린을 잡을 수 있었다. 일본어를 가르치는 재일동포 정인화(31)씨는 호른 주자다. 처음엔 낯가림이 심했지만, 오케스트라를 통해 사람들과 교류하며 한국생활에 잘 적응하게 됐다. 군대에 간 단원은 휴가 때마다 나와 궂은 일을 도맡아 한다. “제대하면 올 테니 제 자리 꼭 비워두세요.”

이런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들이 모여 오는 28일 한국생활예술음악인협회(KOAMA)를 출범시킨다. 지난해 10월 세종문화회관이 멍석을 깐 생활오케스트라 경연대회에 참가했던 이들이다.

이 봄 생활오케스라 단체들이 다시 세종문화회관에 모여 대규모 공연축제를 펼친다. 29일까지 열리는 ‘2015 모두를 위한 오케스트라-에피소드 1’이다. 이번 축제에서 가장 주목받는 건 28일 오후 7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연합공연 ‘모두를 위한 오케스트라’다. 38개 초·중·고 연합 오케스트라, 37개 대학 연합 오케스트라, KOAMA의 페스티벌 윈드오케스트라 소속 단원들까지 참여하는 이 공연은 KOAMA의 창립을 축하하고, 본격적인 생활예술운동의 시작을 선포하는 자리다.

앞서 이날 오후 3시부터는 서울시민교향악단의 연주가 같은 장소에서 펼쳐진다. 아마추어 교향악단으로는 처음으로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을 선보인다. 90여 명, 20여 가지 악기가 필요한 이 곡은 아마추어 악단이 쉽게 도전하기 힘들다. 마지막날인 29일에는 엠에스필하모닉과 경기시니어앙상블이 연주한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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