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쿵·쿵…음량의 타격, 과연 ‘진격의 두다멜’

등록 2015-03-26 18:59

사진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사진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리뷰] ‘LA필’ 말러 교향곡 6번 공연
실로 엄청난 음량의 타격이었다. 1906년 작곡가 본인의 지휘로 초연할 당시 4관 편성이었던 말러 교향곡 6번을 구스타보 두다멜(34)은 5관 편성으로 한 번 더 키웠다.

25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를 빈틈없이 메운 110여명의 LA필하모닉 단원들은 음악감독 두다멜의 지휘봉이 움직이는 대로 전장을 행진하는 거인이었다. 강하게 내리꽂는 그의 비팅(박자 젓기)에 맞춰 “쿵, 쿵” 객석을 향해 진격했다. 느리게 잡은 템포는 육중한 음향을 더욱 무겁고 위압적으로 만들었다. 스네어 드럼(작은북)에 맞춰 60명이 넘는 현악주자들이 일제히 활을 내려긋는 1악장의 도입부는 고공에서 적군의 심장부로 뛰어내리는 공수낙하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금관악기와 타악기를 차례로 추가하며 지축을 울린 1악장의 행진은 30분간 지속되며 청중을 압도했다.

2악장 ‘안단테 모데라토’는 운명에 순종하듯 고요하고 부드럽게 흘렀다. 하지만 두다멜이 행진곡풍의 1악장에서부터 이어진 예리한 비팅을 여기까지 지속한 것은 의문이었다. ‘스케르초’ 악장에 비해 1악장과의 연결성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는 ‘안단테 모데라토’ 악장을 1악장과 좀 더 통일성 있게 연결하려 했으리라 추측해볼 수 있지만, 그의 비팅은 때때로 자연스러운 서정을 방해했다.

5관 편성으로 초연보다 키워
강하게 내리꽂는 비팅에다
거대한 음량으로 청중 홀려

풍자적이며 그로테스크한 3악장을 거쳐 도달한 4악장 피날레에서 오케스트라는 다시 천지를 뒤흔드는 거대한 음량으로 기세를 올렸다. 청중의 가슴으로 직진하는 돌파력, 두다멜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폭발적인 에너지가 빛을 발했다. 영웅의 죽음을 암시하는 나무망치의 날카로운 타격과 오케스트라 전체를 들었다가 “쾅” 내려놓는 듯한 마지막 굉음은 정신을 얼얼하게 만들었다. 두다멜이 지휘봉을 내려놓을 때까지 박수는 물론 숨조차 참아야 할 만큼 긴장 가득한 정적이 흐른 뒤, 우레 같은 함성과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악보에 담긴 비극적 종말을 떨치고 연주자와 청중이 함께 다른 차원으로 초극한 듯한, 통쾌한 순간이었다.

이 곡에는 ‘비극적’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지만 두다멜의 해석은 전반적으로 비극적이지 않았다. 생의 거대한 무게를 능동적으로 감당하듯 담대하게 전진했다. 넉 달 전 이메일 인터뷰 때 “누구나 비극에 대해 자신만의 생각을 갖고 있다”던 그의 말이 생각났다. 말러가 사랑하는 부인 알마, 두 딸과 함께 행복한 시절을 보내면서도 삶에서 ‘비극’이라는 테마를 떨치지 못하고 이 곡의 동기를 써내려 갔듯, 두다멜 역시 ‘비극’을 모든 존재가 수반하는 근원적 불안으로 해석한 것이 아닐까. 그러한 관점에서라면 생의 매 순간이 어쩔 수 없이 전장에서 보내는 풍전등화의 나날일 것이다.

교향곡 6번은 작곡가 생존 당시 2, 3악장의 순서를 수차례 바꿔 연주했고, 지금도 지휘자의 해석에 따라 연주 순서가 바뀐다. 두다멜은 2악장에 ‘안단테 모데라토’를, 3악장에 ‘스케르초’를 배치했다. 6번 교향곡에 비극적인 색채를 입히지 않은 것과 더불어 두다멜이 ‘말러 교향곡의 스승’으로 여겼던 클라우디오 아바도(1933~2014)의 영향을 짐작하게 하는 지점이었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