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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풀뿌리 클래식, 홍대 클럽으로 가다

등록 2015-03-29 19:37수정 2015-03-30 11:46

프로젝트 와이에이시의 김세훈 프로듀서(가운데 뒤)와 뜻을 같이하는 협력 연주자들(아래 왼쪽부터 트롬본 이우석, 첼로 김옥정, 리코더 김규리). 김 프로듀서는 “최적화된 음향의 전문 공연장에서 듣는 클래식도 감동적이지만, 다양한 실험이 가능한 홍대 소극장 클래식도 매력이 있다”며 “다른 곳이었다면 주저했을 법한, 발칙한 기획도 ‘홍대니까’ 하며 밀어붙이곤 한다”고 말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프로젝트 와이에이시의 김세훈 프로듀서(가운데 뒤)와 뜻을 같이하는 협력 연주자들(아래 왼쪽부터 트롬본 이우석, 첼로 김옥정, 리코더 김규리). 김 프로듀서는 “최적화된 음향의 전문 공연장에서 듣는 클래식도 감동적이지만, 다양한 실험이 가능한 홍대 소극장 클래식도 매력이 있다”며 “다른 곳이었다면 주저했을 법한, 발칙한 기획도 ‘홍대니까’ 하며 밀어붙이곤 한다”고 말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100℃] 젊음을 사로잡은 ‘인디 클래식’ 1년
최적화된 어쿠스틱 음향을 자랑하는 전용홀 대신 젊음의 거리 홍대 앞 소극장에 둥지를 튼 클래식 음악이 있다. 새로운 청중과의 접점을 찾고 다양한 실험 기회를 얻고자 이 시대 대중문화의 메카로 걸어 들어간 것이다. 이질적일 것만 같은 ‘홍대’와 ‘클래식 음악’이 만난 지 1년, 인디 문화의 자유로움을 흡수한 클래식 음악은 신선한 무대 연출, 타 장르 예술과의 지속적인 콜라보레이션을 무기로 기존의 클래식 음악 공연과는 다른 문화 토양을 일구기 시작했다.

클라리넷과 피아노 이중주, 트롬본 오중주, 타악 앙상블 등 다양한 편성의 실내악을 조명, 영상, 사진 작업과 컬래버레이션한 홍대 블루라이트 라이브홀의 ‘드리밍 클래식’. 프로젝트 와이에이시 제공
클라리넷과 피아노 이중주, 트롬본 오중주, 타악 앙상블 등 다양한 편성의 실내악을 조명, 영상, 사진 작업과 컬래버레이션한 홍대 블루라이트 라이브홀의 ‘드리밍 클래식’. 프로젝트 와이에이시 제공
■ 젊음의 거리로 뛰어든 클래식

지난 3월18일 저녁, 과거 ‘떼아뜨르 추’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다가 현재는 블루라이트 라이브홀로 간판을 바꾼 홍대 앞 소극장을 찾았다. 화려한 그래피티로 뒤덮인 벽면을 따라 계단을 내려가자 100석이 채 안 되는 아담한 공연장이 나타났다. 여느 인디밴드 클럽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홍대의 소극장 중 유일하게, 정기적으로 클래식 음악 공연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지난해 1월부터 매월 셋째 주 금요일 ‘프라이데이8.클래식’공연이 열렸고, 올 3월부터 11월까지는 매월 셋째 주 수요일 두 번째 시즌 ‘드리밍 클래식(꿈꾸는 클래식)’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극장을 찾은 날은 마침 올 시즌의 첫 공연 클라리네티스트 장종선과 피아니스트 박진우의 듀오 무대가 펼쳐졌다. 각각 독일의 뮌헨 음대와 하노버 음대에서 최고연주자 과정을 마친 정통 클래식 연주자들로, 레퍼토리 역시 브람스의 <클라리넷 소나타 1번>, 로시니의 <클라리넷과 피아노를 위한 주제와 변주> 등 기존 콘서트와 다르지 않았다.

100석 남짓 무대는 작지만
클라리넷·피아노와 타악까지
복합 장르 합동연주 중량감

‘드리밍 클래식’ 김세훈 프로듀서
“처음엔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
음악과 함께 사진·애니메이션…
더 실험적인 공연 진행할 계획

하지만 클럽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무대에서 가느다란 핀 조명 아래 클라리넷 선율이 울리고, 자유로운 분위기에 취한 연주자와 청중이 적극적인 교감을 보이는 모습에서 새로운 ‘클래식 경험’이 잉태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클라리넷과 피아노 이중주, 트롬본 오중주, 타악 앙상블 등 다양한 편성의 실내악을 조명, 영상, 사진 작업과 컬래버레이션한 홍대 블루라이트 라이브홀의 ‘드리밍 클래식’. 프로젝트 와이에이시 제공
클라리넷과 피아노 이중주, 트롬본 오중주, 타악 앙상블 등 다양한 편성의 실내악을 조명, 영상, 사진 작업과 컬래버레이션한 홍대 블루라이트 라이브홀의 ‘드리밍 클래식’. 프로젝트 와이에이시 제공
홍대의 소극장은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은 무대였다. 모든 예술 장르와 협업할 수 있고, 어떤 실험도 가능했다. 블랙박스 형태의 아담한 공간은 예술가 개인에 밀착한 스토리텔링에도 적합했다. 이를테면 지난해 4월 타악 연주자 김미연(서울시향 단원)과 강승범은 비브라폰, 마림바 라이브 연주와 전자적으로 기록된 타악 음원, 조명 디자인을 결합시킨 파격적인 타악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7월에는 원인불명의 오른손 마비를 극복한 피아니스트 김민환이 ‘고난에서 영광까지’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인생역정을 담은 감동적인 이야기와 연주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올해도 ‘랩(Lab) 시리즈’라는 부제를 단 실험 무대가 시즌 공연 일정에 포함돼 있다. 4월에는 리코더 연주자와 사진작가, 5월에는 피아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와 현대무용가의 콜라보레이션이 이뤄진다. 즉흥연주에 맞춘 행위 예술도 선보일 예정이다. 8월에는 금관 앙상블과 인디밴드의 합주를 계획하고 있다. 이 정도면 ‘왜 굳이 홍대에서 클래식 음악 연주회를 열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충분한 답을 내놓았다고 할 수 있겠다.

클라리넷과 피아노 이중주, 트롬본 오중주, 타악 앙상블 등 다양한 편성의 실내악을 조명, 영상, 사진 작업과 컬래버레이션한 홍대 블루라이트 라이브홀의 ‘드리밍 클래식’. 프로젝트 와이에이시 제공
클라리넷과 피아노 이중주, 트롬본 오중주, 타악 앙상블 등 다양한 편성의 실내악을 조명, 영상, 사진 작업과 컬래버레이션한 홍대 블루라이트 라이브홀의 ‘드리밍 클래식’. 프로젝트 와이에이시 제공
■ ‘풀뿌리 클래식’의 꿈

젊은 감각이 꿈틀대는 ‘홍대 클래식’을 탄생시킨 이들은 순수예술을 사랑하는 20, 30대 청년 그룹 ‘프로젝트 와이에이시’(project.yac)다. 음악, 영상, 디자인, 문학, 연기, 무용, 기획, 홍보 등 다양한 영역에 전문성을 가진 청년 6명이 2013년 자발적으로 모였다. 2014년 홍대 블루라이트 라이브홀 극장의 제안으로 시작한 연간 시리즈 공연은 프로젝트 와이에이시에 중요한 성장 동력이 됐다. 이곳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2015년 3월 젊은이들의 신흥 명소로 부상한 서촌(효자동 일대)에 진출해 서촌갤러리 ‘가까운 음악회’ 클래식 부문의 기획 및 제작도 맡고 있다.

클라리넷과 피아노 이중주, 트롬본 오중주, 타악 앙상블 등 다양한 편성의 실내악을 조명, 영상, 사진 작업과 컬래버레이션한 홍대 블루라이트 라이브홀의 ‘드리밍 클래식’. 프로젝트 와이에이시 제공
클라리넷과 피아노 이중주, 트롬본 오중주, 타악 앙상블 등 다양한 편성의 실내악을 조명, 영상, 사진 작업과 컬래버레이션한 홍대 블루라이트 라이브홀의 ‘드리밍 클래식’. 프로젝트 와이에이시 제공
이들이 지향하는 것은 ‘풀뿌리 클래식’이다. 더 많은 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클래식 음악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언제 어디서든 한 번이라도 클래식 음악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본 사람은 애호가가 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프로젝트 와이에이시의 김세훈 프로듀서(35) 자신이 좋은 예다. 그는 클래식 음악의 매력에 빠져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유학 중 전공을 일반 경영학에서 오케스트라 경영으로 바꾸고, 한국에 돌아와 공연 기획자가 됐다. 김 프로듀서는 “클래식 음악회가 홍대에서 열린다고 하면 막연히 공연 수준이 떨어질 것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있는데, 우리의 목표는 클래식 음악을 바라보는 눈높이는 낮추되 연주의 질은 낮추지 않는 것”이라며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홍대 소극장을 비교하는 것 역시 의미가 없다. 여기에는 나름의 장점을 살린 이곳 만의 클래식 음악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다음달 공연을 앞둔 리코더 연주자 김규리는 “음량이 작은 어쿠스틱 악기일지라도 공연장의 음향 조건에 맞춰 레퍼토리나 공연 방식을 유연하게 바꾸면 충분히 연주가 가능하다”며 “홍대 소극장에서는 리코더를 활용한 전자음악과 시각예술이 결합한 무대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월부터 서촌갤러리에서 새롭게 시작한 ‘가까운 음악회’. 프로젝트 와이에이시 제공
지난 2월부터 서촌갤러리에서 새롭게 시작한 ‘가까운 음악회’. 프로젝트 와이에이시 제공
김 프로듀서는 첫 공연 당시 텅 빈 객석을 보며 느꼈던 당혹감을 아직 잊지 않고 있다. 객석의 절반 가까이 채울 수 있게 된 지금은 상황이 조금 나아졌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뛰어난 연주자들을 섭외해 이곳만의 정체성을 드러낼 무대를 기획하는 한편, 아직도 홍대에서 클래식 공연이 열리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에 가닿기 위해 페이스북 등을 활용한 온라인 홍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극장 쪽과 협의해 음향 등 공연장 내 환경도 조금씩 개선해나갈 계획이다.

그는 “일단 홍대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누구나 집 앞에서 ‘동네 음악회’를 즐길 수 있도록 소규모 클래식 공연을 퍼트리는 게 꿈”이라며 “혼자만의 몸부림으로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다. 마룻바닥 음악회로 붐을 일으킨 박창수 선생님의 ‘하우스콘서트’, 인사동 쌈짓길에서 열렸던 ‘아리랑 플래시몹’, 지하철역 퍼포먼스로 화제를 모은 ‘바흐 인 더 서브웨이’ 등 클래식 음악을 전파하고자 하는 모든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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