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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봄에 취했던가, 늙은 몸도 사뿐사뿐

등록 2015-03-31 19:44수정 2015-03-31 19:44

이한구 작가가 2011년 6월 찍은 한량춤 고수 문장원(당시 94세). 인터뷰 뒤 작별하고 돌아가는 명인의 모습을 슬쩍 담았다. 2012년 타계한 고인은 흥이 났던지 지팡이와 팔을 들어올리며 춤을 추듯 여름 뜨락을 걸어갔다. 류가헌 제공
이한구 작가가 2011년 6월 찍은 한량춤 고수 문장원(당시 94세). 인터뷰 뒤 작별하고 돌아가는 명인의 모습을 슬쩍 담았다. 2012년 타계한 고인은 흥이 났던지 지팡이와 팔을 들어올리며 춤을 추듯 여름 뜨락을 걸어갔다. 류가헌 제공
사진가 5명이 포착한 춤사위
한량춤 문장원 마지막 여흥 등
춤꾼들의 다양한 몸놀림 담아
햇살 비치는 뜨락 속으로 94살 춤꾼이 어깨춤 덩실거리며 걸어간다. 지팡이 기댔던 늙은 몸도 춤 기운에 훌훌 가벼워졌다. 90평생 빛난 삶만 누린 것은 아니었으나, 춤만 추면 세상이 즐거웠다. 뒤로 쳐들린 지팡이를 잡고 두 팔 들어 사뿐사뿐 걸어가는 걸음이 흥겹다.

사진가 이한구씨는 2011년 6월 한량춤 고수 문장원 옹이 춤추며 걷는 마지막 모습을 찍었다. 춤판 기획자 진옥섭씨와 전통춤의 숨은 실력자들을 취재하던 길에 문 옹을 인터뷰했는데, 작별한 뒤 돌아서 가는 모습까지 슬쩍 렌즈에 담았다. 운좋게도 절로 흥이 올라 춤사위 올리며 돌아가는 명인의 뒤안길을 포착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문 옹은 다음해 타계했다.

봄의 온기가 퍼지는 요즘 서울 통의동 사진공간 류가헌에는 몸을 실룩거리게 하는 춤판 사진들이 한움큼 들어왔다. 문장원 명인을 비롯한 다양한 춤꾼들의 몸놀림을 포착한 사진가 5명의 전시회다. ‘천 번의 봄을 즐기듯이’란 제목이 붙은 이 사진 마당에는 황규태, 이갑철, 이한구, 한금선, 김흥구 작가가 그들 시선 속에 빨려들어온 지난시절 춤사위의 한 순간들을 보여준다. 구도와 기법은 물론, 찍은 내력들도 제각각이어서 더욱 재미지다.

원로사진가 황규태씨는 60년대 서울 뚝섬 어귀에서 찍은 남녀 춤판 사진을 몸체 아랫부분만 남긴 조각 사진들로 잘게 나눴다. 해체된 조각 사진들을 크고 흐릿하게 인화해 붙이니 40여년전 춤판이 초현실적이면서 몽환적인 무대처럼 바뀌었다. 다큐사진가 한금선씨는 프랑스유학시절 우연히 파리 시내 철로 옆 창고에서 포착했다는 극단 단원들의 격정적인 춤판 연습 장면을 꺼내왔다. 괴기스런 신명을 끄집어내는 사진가 이갑철씨는 현대춤꾼들의 군무를 붓의 획처럼 휙 지나가는 빛의 선으로 빚어낸다. 제주의 밤에 흐늘거리는 탈춤놀이꾼들의 존재감을 잡아낸 30대작가 김흥구씨의 작업도 강렬하다. 규모는 작지만, 작가 제각각의 눈길과 열정적인 셔터놀림으로 태어난 춤사진들은 봄과 춤과 몸이 하나되어 약동한다는 것을 일러주는 듯하다. 5일까지. (02)720-2010.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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