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풍경, 제주 천구백팔십’, 이갑철
이갑철 개인전 ‘바람의 풍경, 제주 천구백팔십’
1980년대 초반에 찍은 사진 48장 대중 앞 첫선
1980년대 초반에 찍은 사진 48장 대중 앞 첫선
한국인의 역동적인 신명과 삶의 기운을 포착해온 다큐사진가 이갑철(56·사진)씨가 1980년대초 찍었던 제주 작업을 처음 대중 앞에 내놓았다. 서울 강남의 사진대안공간 스페이 22에서 1일 막을 올린 <바람의 풍경, 제주 천구백팔십>이란 제목의 개인전이다.
84년 첫 개인전 <거리의 양키들>로 데뷔하기 전인 79~84년 그가 제주에서 찍은 사진 48장을 선보인다. 뭍의 관광객들이 막 몰려들던 그 시절 제주의 여러 빛바랜 풍광들이 눈에 감기는 작품들이다. 작가는 섬의 풍광과 사람들 틈새로 스며드는 바람의 흔적들까지 포착했다. 언덕에 서서 수평선을 향해 옷을 휘날리며 기원하는 중년 남자의 모습과 잔디밭을 걷는 아녀자의 너풀거리는 옷자락 등이 바람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2002년 사진계를 뒤흔든 전시 <충돌과 반동> 이래 작가의 등록상표가 된 흔들리는 화면과 기울어진 사선 구도, 초점 없이 흩어지는 대상 등의 특징이 초창기 사진 속에 이미 엿보인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씨는 “제주에서 마음을 강하게 끌었던 게 바람”이라며 작가노트에 썼다. “바람은 끌고 당기는 힘의 역항을 이루며 제주섬 어디에나 내재되어 있었다. 그 긴장감이 좋았다…이 사진들은 삼십여년 전 내가 바라본 바람의 풍경들이다.”
올 상반기 사진계는 80년대 이땅의 풍경 작업들을 재조명하는 흐름이 또렷하다. 2월 서울 청량리 588 사창가의 80년대 풍경과 삶을 담은 조문호 작가의 사진집 발간과 전시가 신호탄이었다. 이달 들어서는 중견기획자 김남진씨가 84~86년 찍었던 서울 이태원 유흥가 작업들로 사진집 발간과 전시를 기획했고, 이갑철씨의 제주 작업이 뒤를 잇고 있다. 열화당에서 전시와 같은 제목의 사진집(80쪽)도 나왔다.
이씨는 앞서 지난달 부산 고은사진미술관에서 1년간의 부산 촬영 성과를 모아 <침묵과 낭만>이란 대규모 개인전도 열고 있다. 굿판 등의 전통 공간을 파고들었던 작가의 시선이 도시로 되돌아오는 즈음에 기획된 이 전시는 초창기 이갑철 사진의 형성과정을 처음 내보인다는 점에서 작가에게는 더욱 각별한 의미를 지닌 자리이기도 하다.
‘바람의 풍경…’ 전시는 24일까지. (02)3469-0822.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도판 스페이스22 제공
‘바람의 풍경, 제주 천구백팔십’, 이갑철
‘바람의 풍경, 제주 천구백팔십’, 이갑철
‘바람의 풍경, 제주 천구백팔십’, 이갑철
‘바람의 풍경, 제주 천구백팔십’, 이갑철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