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화랑 1층 안쪽 전시장. 왼쪽 벽면에 노란 한자글씨를 바탕으로 물방울들을 그려넣은 김창열씨의 2011년작 ‘회귀’가, 오른쪽 벽면에 김환기가 66년과 70년에 그린 점 추상화 ‘무제’가 잇따라 걸렸다. 맨 오른쪽에 보이는 김환기의 70년작은 이번에 처음 전시된 작품이다.
‘한국의 추상회화’ 전
현대화랑 1층 안쪽 방에서
거장 김환기·김창열 그림 전시
현대화랑 1층 안쪽 방에서
거장 김환기·김창열 그림 전시
이곳은 두말이 필요없는 걸작들의 방이다. 한국 최고의 추상그림들 사이에서 자연과 우주의 약동이 환청처럼 울려 퍼진다. 거장 수화 김환기(1913~1974)가 말년 미국 뉴욕에서 빚어낸 푸른 점 가득한 우주의 그림이, 잘디잘은 물방울로 화폭을 촉촉하게, 촘촘하게 채운 대가 김창열(86)씨의 70~80년대 그림과 마주본다. 두 대가가 짜낸 그 조밀한 점의 질서들 사이에 서면 에너지의 흐름을 느끼게 된다. 거대한 화면을 뒤덮고 메우고 굴러다니는 푸른 점과 물방울들은 변하고 변하는 세상과 사물의 본질에 다름아니다. 그 이미지들이 빚어내는 추상 정신의 교감 속에서 존재와 비존재의 모든 경계가 사라지고, 관객들은 나른한 무아지경에 빠진다.
이 걸작들의 방은 서울 소격동 현대화랑 1층 안쪽에 있다. 화랑이 개관 45돌을 맞아 전관에 차린 ‘한국의 추상회화’ 전시장 가운데 압권으로 꼽히는 곳이다. 수십여년 한국 근현대 추상회화의 대표 작품들을 거래해온 화랑의 자부심을 과시하듯 다른 전시장에도 대가의 가품들이 들어찼다. 요즘 잘 팔리는 70~80년대 단색조 화가들의 대작들도 내걸렸지만, 작고한 추상화 대가들의 60~70년대 전성시절 수작들이 많아 애호가들을 설레게 한다. 원색조 색층을 정연하게 구성한 이성자의 우아한 색채화와 말년 프랑스에서 만개한 이응로, 남관의 농익은 문자추상, 60년대 전성기 불꽃처럼 피어올랐던 유영국의 산 그림 등을 감상할 수 있다. 30일까지. (02)3407-3500.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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