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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사람도 귀신도 아닌 도깨비 판치는 세상

등록 2015-04-19 20:00수정 2015-04-19 20:00

엿가락처럼 늘어난 팔과 손으로 눈을 가린 소녀를 표현한 작품. 원로작가 주재환 씨의 작품이다.
엿가락처럼 늘어난 팔과 손으로 눈을 가린 소녀를 표현한 작품. 원로작가 주재환 씨의 작품이다.
원로작가 주재환 ‘이매망량’전
도깨비와 귀신들 세상이다. 엿가락처럼 늘어난 팔과 손으로 눈을 가린 소녀, 절의 산신당이나 굿집에서 봤을 법한 무신도 수호신과 호랑이들이 전시장 그림 속을 어슬렁거린다. 서울 소격동 트렁크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참여미술계의 원로작가 주재환(75)씨의 근작전 ‘이매망량’의 풍경이다.

이 소품들은 최근 4~5년 사이 작가가 현실에 대한 단상을 주물럭거리며 빚어낸 것들이다. 인쇄물 등의 무신도 사진과 스스로 만든 다기한 도깨비 이미지들을 콜라주 등의 방식으로 뒤섞어 만들었다. 종잡을 수 없이 혼란스럽고 서민들에게는 고단한 희생을 강요하는 지금 한국 사회를 도깨비들이 활개치는 짓거리로 풍자한 작품들이다. 서울 한강 도심지도 위에서 말 타고 칼 휘두르며 돌아다니는 굿집 무신들이며, 검은 비닐봉지 옷을 입고 그 옆에 정자처럼 꼬물거리는 귀신들을 안고 기지개를 켠 요즘 실업청년 이미지들이 쓴웃음을 머금게 한다. 전시 제목 ‘이매망량’은 ‘사람도 아니고 귀신도 아니고 어둠도 밝음도 아닌 존재’, 곧 도깨비를 뜻한다. 14세기 조선왕조 창건 주역 정도전이 유배지에서 도깨비 무리를 만난 일화를 떠올리며 남긴 말을 따왔다고 한다.

주씨는 1979년 국내 최초의 참여미술단체 ‘현실과 발언’의 창립작가, 민족미술인협회 공동대표를 지낸 참여미술 진영의 맏형이다. 젊은 시절부터 대중문화에서 차용한 이미지 콜라주나 서양 명화의 도상을 뒤트는 방식의 작품들을 내놓으며 국내 풍자미술의 대가란 평가를 받았다. 2000년 아트선재센터의 개인전 ‘이 유쾌한 씨를 보라’를 통해 미술판에 널리 알려진 그는 도깨비와 무신도 등을 우르르 쏟아낸 이번 전시에서도 녹슬지 않은 노장의 현실 감각을 보여준다. 화랑 외벽 창 안에 소주병을 놓고 예수의 십자가를 병에 꽂아놓은 미니 설치작품 ‘구세주’(救世酒)에서 여전히 반짝거리는 작가의 재기를 실감할 수 있다. 28일까지. (02)3210-1233.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도판 트렁크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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