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익의 ‘비 내리는 고모령’ 원통 음반.
장사익의 ‘비 내리는 고모령’ 딱 한 곡만 담았어요
시디가 나오기 전 엘피판이 있었다. 엘피가 나오기 전에는 에스피판이 있었다. 그 이전에는 원통 음반이 있었다. 1887년 나온 에스피(standard play)는 재생시간이 고작 3~5분에 그쳤다. 1930~40년대에 발매된 엘피(long play)는 한 면이 20~30분으로 담을 수 있는 곡들이 훌쩍 늘었다. 이보다 훨씬 앞서 1877년 발명왕 에디슨은 원통 음반을 만들었다. 재생시간은 2분에 불과했다. 이 음반은 에디슨형 유성기로 들을 수 있었다. 말하자면 에디슨형 유성기와 원통 음반은 인류 최초의 홈 엔터테인먼트였다.
우리 시대의 소리꾼 장사익의 절창이 이 원통 음반에 담겼다. 이 음반은 다음달 19일 <반락, 그 남자의 음반 이야기>에서 고음반 연구가 정창관이 공개한다. 노래는 ‘비 내리는 고모령’ 딱 한 곡이다. 정창관은 장사익의 엠피3 음원을 미국의 전문가 빅터 가이에 보내 녹음해왔다.
이번에 공개하는 원통 음반은 장사익의 노래와 함께 미국 의회 도서관에서 발견한 1896년 한민족 최초의 음원, 독일 베를린에서 찾은 100년 전 한인 포로의 노래 등이다. 그는 “에디슨형 원통 음반은 100여년 전 구한말 대중들이 즐겨 들었다. 어른은 10전을 내고 들었다는 기록도 있다. 그 소중한 유산을 오늘에 복원하게 돼 매우 뜻깊다”고 했다.
십년감수란 말도 원통 음반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1905년 고종이 명창 박춘재를 불러 원통 유성기로 노래를 녹음했다. 다시 재생하자 박춘재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고종은 “춘재야, 네 소리를 유성기가 삼켰으니 수명이 십 년은 감했겠구나”라고 했다고 한다.
손준현 기자, 사진 정창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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