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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신입생 때 처음 찍은 지 20여년…청계천은 내 사진의 고향”

등록 2015-04-20 19:31

사진가 이한구 씨
사진가 이한구 씨
‘청계천 프롤로그’ 사진전 이한구씨
“서울 청계천 풍경은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풍경이죠. 시절 따라 톱니바퀴처럼 살아온 그곳 사람들을 맘을 비우고 담아보겠다는 생각으로 찍었던 건데, 20년을 훌쩍 넘겼네요.”

지난 17일부터 서울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개인전 ‘청계천 프롤로그’전을 열고 있는 중견사진가 이한구(47)씨는 데뷔 전시처럼 설레는 마음을 가누지 못했다. 대학 1년 때 시작한 첫 작업이 바로 청계천이다. 그 작업을 27년째 지속해오다 처음 전시하는 것도 “사진가로 살겠다는 정체성을 만든 곳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가 찍은 방대한 청계천 작업들 중 고르고 고른 사진 20점이 내걸렸다. 90년대 초반 한창 경기가 좋았던 시절의 옛 청계고가와 주변 시장의 번잡한 모습을 시작으로, 작가가 “그냥 삶을 살듯이” 찍어온 90년대 청계천의 인간 풍경들이 펼쳐진다. 재개발 확정 뒤 떠나야 한다는 걱정에 아기를 안고 우는 가장, 일하는 틈틈이 바벨 들고 체력훈련 하는 공구가게 주인, 기계에 긁힌 자국을 훈장처럼 달고 다니는 철공소 청년의 팔 등이 눈에 들어온다.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건 세개의 연작이라고 했다. 철공소의 앳된 청년들이 진중하게 기계를 사방에 늘어놓고 작업하는 광경과 낡은 왜식 가옥 벽 앞에 놓인 톱니바퀴와 각종 공구류의 기묘한 정물사진, 용접공 청년이 작가를 바라보며 씩 웃는 모습이다. 청계천 사람들의 삶과 공간을 단적으로 대변하는 이미지들이라고 한다. 어느 작품이든 축적된 시간과 시선의 깊이감이 와닿는다. 20년 넘게 습관처럼 청계천을 포착해온 끝에 시간의 켜가 쌓인 묵직한 풍경들이 만들어진 셈이다.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의 복원을 거쳐 계속 뒤바뀐 청계천 공간과 사람들의 그 시절 모습이지요. 저 개인의 성장과 변화 또한 반영된 기록이기도 합니다.”

이씨가 청계천에 시선을 쏟게 된 것은 88년 대학 사진과에 입학하면서부터다. 서울 곳곳을 찍으러 다니다 청계천변 숭인동의 옛집을 우연히 가게 됐다. 초등 1~3학년 때 코흘리개들과 놀이터 삼았던 추억의 장소다. 옛집은 망가졌지만, 옷시장이며 공구골목은 건재했다. 카메라에 찍힌 사람들에게 일일이 사진들을 선물하면서 청계천에 대한 애정을 되살려나간 시간들이었다. 작업을 평생 해야겠다고 작심한 건, 청계천 삼일아파트에서 한 청소년이 자살하려고 투신한 것을 목격한 게 계기였다고 한다. 피투성이 아이를 업고 병원에 가면서 “우리 삶처럼 유장하게 계속 이곳 풍경들을 찍어야 한다는 각오가 생기더라”고 작가는 말했다.

“청계천은 기가 막힌 합리적인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바자르(시장)입니다. 누추해 보여도 당당한 노동이 있고, 삶의 에너지가 넘쳐요. 생존의 필요성에서 나왔기 때문에 다 자생적이고요. 오랜 시간 속에서 그런 단면들을 찍고 보니 언제나 놀랍고 새로워요. 사람살이니까 그런 거겠죠.” 28일까지. (02)2269-2613.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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