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오 제이드’는 올 2월 ‘슈베르트 국제 실내악 콩쿠르’ 피아노 트리오 부문에서 1등 없는 3등을 차지했다. 이들은 오는 27일과 29일 수상 기념 정기연주회를 연다. 왼쪽부터 첼리스트 이정란, 피아니스트 이효주,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트리오 제이드’에겐 지금이 참 ‘아름다운 시절’이다. 올 2월 ‘슈베르트 국제 실내악 콩쿠르’ 피아노 트리오 부문에서 1등 없는 3등을 차지했다. 첼로 이정란, 바이올린 박지윤, 피아노 이효주로 구성된 트리오 제이드는 입상을 기념해 이달 말 두번째 정기연주회를 연다. 연주회 주제도 ‘아름다운 시절’(La Belle Epoque)이다. 19세기 말에서 1차 세계대전(1914년) 직전까지 프랑스의 풍요와 평화의 시대를 말한다. 연주곡엔 당시 프랑스를 대표하는 생상스, 라벨이 담겼다.
파리에 사는 박지윤은 프랑스 페이드라루아르 국립오케스트라 악장이다. 이효주는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 최고연주자과정에 재학중이고, 서울시립교향악단 부수석을 지낸 이정란은 서울대 등에 출강하고 있다. 지난 20일 트리오 제이드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안 카페에서 만났다.
이들의 첫 인연은 스쿨버스였다. 박지윤과 이효주는 예원학교 동기였고 이정란은 두살 위였다. 매일 버스에서 봤지만 ‘하늘 같은 선배’한테 말 한번 못 붙였다. 끊어질 뻔한 인연은 2002년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에서 동기생으로 재회하면서 이어졌다. 세명의 파리지엔은 2006년 실내악 팀인 트리오 제이드를 만들었다. 곧, 동양에서 온 옥(玉)이다. 매끄럽고 반짝이는 옥은 투박한 원석을 가공해야만 나온다. 절차탁마(切磋琢磨)는 옥석을 자르고 갈고 쪼고 닦는다는 뜻이다. 옥구슬 3개를 꿰어 트리오 제이드라는 보배가 됐다.
이들의 아름다운 시절은 우정과 격려로 이뤄졌다. 처음 팀을 꾸렸을 때 갓 스물을 넘긴 여성 셋이 모이다 보니 자주 부딪쳤다. “서로 머리 모양, 드레스 색깔까지 신경쓰이고. 누군 머리를 올리고 누군 내리고 하는 것부터요. 그런데 정란 언니와 수업을 들으면서 유학의 외로움을 나눴어요. 선배의 무서움보다는 친근함을 더 느꼈다고 할까요.”(이효주) 맺힌 곳을 푸는 데는 ‘언니’의 역할이 컸다. “트리오 활동이 개인적인 삶에서 위안이에요. 동생들이 의지가 되고 음악적으로도 배울 게 많았어요.”(이정란)
박지윤의 ‘요리’도 큰 힘이 됐다. 떡볶이, 김밥, 샐러드, 군만두, 잡채, 깐풍기를 이정란과 이효주의 입으로 부지런히 해다 날랐다. 세 사람은 2006년 초여름 프랑스 남부 나르본에서 보낸 열흘을 잊을 수 없다. “‘보자르 트리오’의 창단 멤버인 버나드 그린하우스의 마스터클래스에 참석해 합숙하면서 우정을 다졌어요. 햇볕, 음악, 음식, 연습…. 고풍스런 수도원의 벽과 천장의 고요. 고요를 깨고 울리는 자연 음향은 영혼을 맑게 했지요.”(박지윤)
올 2월 슈베르트 국제 실내악 콩쿠르를 전후해 에피소드들이 많다. 먼저 콩쿠르 열흘 전 악보가 든 가방을 소매치기당했다. “악보에 활 맞추는 방법, 핑거링(운지법)을 연필로 빼곡히 적어두었기에 무척 당황했어요. 결국 밤새 다시 악보를 적고. 어휴~.”(박지윤) “연습하다 활이 부러지는 사고까지 당했어요.”(이정란) “콩쿠르 지정곡인 현대음악 악보를 보니, 피아노선을 손가락으로 뜯는 부분이 많았어요. 일어섰다 앉았다 하는데 다리에 경련이 올 정도였어요.”(이효주)
트리오 제이드는 이제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고 싶다. “솔리스트 테크닉으로는 이룰 수 없는 게 실내악에는 정말 많아요. 그런 걸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어요.”(이효주) “실내악은 몇 년 동안 함께 연주해야 팀 색깔이 나와요. 이제 실내악에서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고 싶어요.”(이정란)
트리오 제이드의 ‘아름다운 시절’은 오는 27일 광주 유·스퀘어문화관 금호아트홀, 29일 서울 예술의전당 아이비케이(IBK)챔버홀 무대에 오른다. 연주곡은 모차르트 피아노 트리오 내림나장조 작품 502, 생상스 피아노 트리오 1번, 라벨 피아노 트리오 가단조 작품 70-1이다.
손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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