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은 최근 신곡 ‘어머님이 누구니’를 음원차트 정상에 올려놓으며 건재를 과시했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박진영은 여전히 ‘문제적’이다. 1995년 처음 만난 여자와 엘리베이터 안에서 사랑을 나눈 이야기를 댄스곡으로 만들어 발표했던 그가 2015년엔 여자 엉덩이에 끌리는 마음을 담아 노래 ‘어머님이 누구니’를 발표해 각종 음원차트에서 일주일 넘게 1위를 차지했다. 오래전부터 소원했던 대로 “사십대에도 늘 섹시한 춤을 추는 댄스가수”로 돌아온 그를 서울 청담동 한 카페에서 20일 만났다.
“내 나이가 어떤지, 어떻게 먹힐 것인지 계산해서 쓰면 정말 재미없다. 무대 위에서 신이 안 난다. 음악만큼은 항상 나오는 대로 막 쓴다. 곡을 다듬을 땐 머리를 쓰지만. 그래서 후배들한테도 가슴으로 시작해서 머리로 완성하라고 말하곤 한다.” 어떻게 ‘어머님이 누구니’ 가사가 나오게 되었느냐는 질문에 대한 박진영의 답이다. 23살 땐 섹시 아이콘이었던 가수는 43살엔 자신의 성적 취향을 찌질하고 코믹하게 노래하는 방법으로 돌아왔지만 그것은 전략이라기보다는 가슴이 시키는 일이었다는 것이다. “나중에 내 음악이 내 인생 기록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노래 ‘대낮에 한 이별’은 진짜 논현동에서 누구랑 이별했을 때 이야기였다. 노래 ‘엘리베이터’도 그랬다”며 이번 노래도 자신의 생활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노래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어머님이 누구니’를 타이틀곡으로 한 앨범 <24/34>는 제목부터가 여자의 신체치수다. “퇴폐적인 건 싫다. 야해도 공감이나 건강한 느낌이 있어야 하며 스트립바나 야동 같은 것과는 달라야 한다”고 강조하는 그는 “그런데 알고 보면 내 노래 중 야한 노래가 많은 것도 아니다. 야한 생각이 들 때만 야한 노래를 쓰고 슬픈 생각이 들 때만 슬픈 노래를 쓰는데, 요즘 야한 생각이 많이 들어서 그런지 이번 앨범은 말도 안 되게 야한 소리만 하고 있다”며 웃었다.
‘어머님이 누구니’ 발표에 앞서 제이와이피 소속 미쓰에이가 ‘다른 남자 말고 너’로 4주 동안 음원차트 1위를 차지했기 때문에 최근 부진했던 제이와이피의 상승세를 의미한다는 분석도 있다. “음원차트가 사람 피말린다. 전 직원이 24시간 실시간 그래프를 보고 있길래 말렸다. 하지 마라. 그러다 공황장애 온다”고 했다는 박진영은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태도다. 하지만 “제이와이피 15인위원회 활동이 이제 본궤도에 올랐다”는 점은 강조했다. 제이와이피는 ‘15인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어 앨범에 실릴 노래를 택하고 이 노래가 얼마나 흥행할지를 예측한다. 평사원부터 대표까지 이 위원회에 들어가 분석하고 예측하고 표를 행사하는 시스템인데, 시행착오를 겪던 이 위원회가 최근 공통적으로 “미쓰에이와 박진영의 노래가 성공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다른 기획사에는 없는 제이와이피만의 특이한 결정 방식이다.
“이제 60대에도 댄스가수로 활동하자는 목표를 갖게 됐다”는 박진영은 “날라리라는 말보다 내겐 딴따라가 더 어울린다. 딴따라는 춤이나 노래로 상대를 유혹할 힘이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어쨌거나 사십대 중반인 지금, 그는 대중을 유혹할 힘이 있는 가수면서 엔터테인먼트 경영자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제이와이피엔터테인먼트 제공